참여 관찰 가는 도중 문득 생각이 났다. 현상 속에서 내가 느끼는 인기척, 냄새, 분위기, 온도, 촉감, 발구르기, 시선... 나에게 온전히 전해지는 '그것'들. 아이들을 기다리며 서 있는 아침 교실 속에서 나는 나의 존재를 설명하고 싶어졌다. 모두가 자고 있는 듯 보이지만 지포등한 몸을 일으키며 깨어나고 있다. 나 또한 그렇다.
교실 환경의 깔끔함을 찾기도 하지만, 사실 내 관심사는 아이들이 집에 갈 때까지 어떻게 놀았는지에 더 쏠려 있다. "이런 것도 했네", "저런 것도 했네" 하며 훑다 보면, "왜 여기서 이걸 했지?", "이건 왜 집에 안 가져가고 전시를 했지?" 싶은 것들이 많다. 아이들이 오늘 와서 새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위해 어제의 흔적을 지우고, 오늘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교실 속에 숨겨둔다. 혼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혼잣말조차 하고 있지 않지만 나는 이미 교실과 대화를 시작했다.
잠시 교무실에 갔다가 다시 머무를 준비를 하러 들어간 교실은 아까와 또 다르다. 얼른 아이들과 마주하며 에너지를 부어보고 싶고, 쏟아지는 에너지를 온몸으로 맞고 싶다. 지난밤 동안 아무 일 없었는지 평안함을 묻고 싶고 내가 없는 하루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고 싶다. 그런 나를 바닥이 어둥둥 하는 듯한 토닥거림으로 맞이하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발소리를 웃으며 마중한다.
시선과 고개를 돌리면 투명함이 시작되는 문 너머로 빼꼼히 보이기 시작한 아이들은 나를 보며 한 번 웃고 시작한다. 나는 그렇게 늘어지게 휘어지는 눈매들이 좋아서 매일같이 여기에 서 있고 싶다. 내 귓가에 아이들의 소리가 맺혔을 때, 나는 숨을 크게 한 번 삼키고 입을 다문 뒤 손을 배 위에 올리고 아이들을 맞이한다.
"공수하고 인사해 보자, 얘들아."
아직 잠이 가시지 않은 아이들, 오늘도 뭐 하고 놀지 오자마자 두리번거리는 아이들, 문턱을 넘으며 오늘의 발견을 시작한 아이들,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아이들까지 모두가 나를 본다. 매일같이 모두가 아닐 수도 있지만, 이렇게 오늘 우리는 또 만난다.
우리는 몸을 마주하고 시선의 방향을 같이 하거나 다르게 하며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안는다. 우리를 둘러싼 반가운 온기를 한껏 들이마셔 볼을 빵빵하게 채우고, 서로에게 전해질 따뜻함으로 숨을 내뱉는다. 이 따뜻함 안에는 미소와 대화, 혼잣말도 있지만 서운함과 짜증, 눈물과 갈등도 있다. 그뿐이겠는가. 호기심과 자주성, 독립심과 책임감, 그리고 책임 회피와 어지름, 거절도 공존한다.
오늘의 여행으로 우리를 이끄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길을 따라서, 그 선을 따라서 우리는 또다시 나아간다. 느낌이 중요한 것처럼, 아이들이 하루 중 교실에 발을 들이는 그 '1초의 느낌'이 중요하다는 것을 연구자로서 깨닫는 순간, 교실의 공기를 다시 한번 맞으며 눈시울이 잠시 적셔진다.
나는 이 현상을 온전히 바라보려 노력한다. 허황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알고 싶고 꿈꾸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서. 주황색, 은색, 빨간색 화물차들이 행렬을 이루는 이 6차선 넓은 도로를 건넜다.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