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03체23적

by 지니샘

헐레벌떡 아침에 부랴부랴 에피소드를 만들어간다. 이렇게 해도 되는걸까. 시간이 60시간쯤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이것도 저것도 다 해서 갈텐데. 호기로운 내가 노트북을 덮는다.


관념적인 것 밖에 못적는 내가 아이들을 본다. 나는 유치원에 들어와있고 예전부터 들어와있었던 기기, 매체를 만지고 듣고 보고 말을 건네고 누르고 뛰고 돌아본다. 들어왔네, 호환이 안되네, 얼마나 보여주녜, 안좋네, 좋네, 가까이 가지마라, 들어봐라 온갖 ~네와 ~라가 난무하는 교실에서 안녕하세요 하며 오늘도 들어오는 아이들을 만난다. 가까이 가고, 멈추고, 흥얼거리고, 계속 누르고, 그리고, 앞에서 웃고, 콩콩 뛰고, 휘익 젓고, 달리고, 표정을 짓는 아이들과 그들의 만남을 내 시선에, 내 사유에 담는다. 어떻게 함께 사유하면 좋을지를 탐구한다. 나 혼자 하는게 아니다. 인간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과 함께 사유하고자 한다. 어떻게 우리가 함께 살아가면 좋을지, 나 혼자서는 답이 안나오는 걸 같이 풀어가려고 한다.


텔레비전,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 전자피아노, 블루투스 스피커, 마이크. 보면 지지직 입으로 지질한 소리를 내며 그들을 따라하는 내가 아이들과 살아가는 유치원에서 우리가 어떤 스탠스를 취하면 좋을지 관찰하고 이야기 한다. 나는 나도 보고 너도 보고 그들도 보고 결국 우리를 볼 것이다.


우리는 움직일 수 있고 세상에 다양하고 많은 시선이 내 눈에 비춰진다. 그 사이는 정말 무한대일 것이다. 나는 그 무한대의 눈으로 어떤 것도 보려고 한다. 잠시 눈에 박힌듯 응시하며 멈추어 바라보고 쓸 것이다. 나와 너의 경계를 주욱 주욱 그어버리고 우리 속에서 더이상 누가 우월한지 따지지 않으며 무엇을 하는지에 집중할 것이다. 서로가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내가 모르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지 보면서 교사로서 삽을 들어 땅을 파볼 것이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만들기 위해.


- 기후 위기다, 지구온난화다. 아프다. 못 보던 세상이 여기있다며 다르다. 이제까지와 다른 세상 속에서 또 하루, 또 한 번 살아가려고 한다. 잘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친다. 메이야수의 사변적 실재론을 마주하며 의미가 없고 모든 것이 우연이라면 나는 왜 있나? 허무에 빠진다. 다시 또 혼란에 빠질 수 있는 틈을 주어 감사하지만 약간의 피로감이 쌓인다. 계속 이렇게 솔솔 부는 바람을 느끼는게 맞겠지. 구멍이 송송 나 여기 저기를 횡단하고 불어타는 가능성을 만난다.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는 '선생님이 항상 말하던 말 잘 듣고 착한 좋은 아이'가 아니라 다양한 아이들을 만난다. 문제랄게 없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저기서 못한걸 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열려있다. 열린 문으로 쑤욱 들어갔다가 '근데 여기는 지켜야 하는게 없나 싶다' 지켜야 하는게 없는 걸 지키는거 아닌가 싶지만 정말로 없나? 싶어서 다시 들어갔다 나갔다 기웃거린다. 없다면 나는 왜 있는 것인가?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는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는 것인가? 궁금해진다. 물론 의미는 담을 수 있지만 정말로 규칙이라는게 필요 없는가? 이정도 폭주할 때 아니라는 절규가 들려온다. 그렇게 멋대로만 하는건 아니라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열려있는 구멍 사이가 더 촘촘한 체계를 가진다. 핵심은 우리가 함께 공존하는 삶이다. 너와 나, 그들, 우리 모두의 삶이 공존할 수 있는 열린 가능성이다. 이런 세상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곧 이렇게 노마드한 세상이라면 혼세마왕이라고 몸을 털어낸다. 끈을 잡고 다시 중간으로 간다. 겨루는 힘에 강도가 느껴지지 않지만 나 혼자 치우치지 않는 줄타기를 시작한다. 쿵쿵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굴려오는 내 심장박동과 함께.


- 국가, 자본주의, 잘 모르겠다. 너무 어렵다. 나는 국가를 교실로 바라본다. 나는 이미 포획당한 사람으로서 누군가를 포획시킨다. 포획 속에 가둬둔다. 내가 포획당한 사실을 알면서부터 조금이라도 피해볼려고 점프점프를 한다. 알아버린 나에게 주어진 의지다. 누군가가 점프할 수 있는 대지를 열어준다. 옆에 사람은 몸을 돌려 피했다. 우리는 옭아들어가지 않기 위해 피한다. 피하는 법을 알려준다. 나와 같이 포획당하지 않도록. 자유로운 사유의 장이라는 철학으로 우리는 점프점프한다. 내 점프가 공회전이 되지 않도록 입술을 꽉 깨물고 눈을 부릅뜬다. 점프는 아직 죽지 않았다.


다만 걱정된다. 순환되는 역사를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언제 다시 돌아갈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도 죽지 않고 뛰겠다고 다짐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과 함께 말이다.


_노마디즘2 13장을 나누면서

작가의 이전글내 친구들을 소개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