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사람
타닥타닥 타이핑으로 글을 쓴다. 누군가 쓴 글을 노트북lm에게 주고 문제를 부여하며 정답 좀 써주라 그런다. 바바박 써내려 온 글을 읽고 다시 내가 글을 쓴다. 타이핑으로 도로록 쓰다가 톡톡 자석으로 된 필통 앞문을 열어 연필 하나를 꺼낸 뒤 사각사각 글을 쓴다. 그냥 외우기 보다는 쓰면서 외워야 할 것 같아 큰 종이, 작은 종이, 아끼는 종이, 막 쓰는 종이에 쓴다. 서걱서걱 내 글씨가 써내려가지만 채워지는 종이만큼 머리에는 채이는게 없다. 머리로도 써야하는데. 큰일이다.
실컷 깔끔하게 쓴 글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데 읽는다. 신분증 내라는 소리를 듣고 쓰기 위해 펜을 잡는다. 빈 종이를 마주했을 때 뭐라도 써내려 가려고 펜을 다시 다잡는다. 쓴다. 내가 생각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펜이 가는대로 생각의 흐름대로 쓴다. 괴발새발이 따로 없지만 무언가 쓰여진, 이제는 비지 않은 종이를 들어올린다. 또 다시 비어있는 종이를 마주하고 쓰인 글을 읽고 또 쓴다.
쓰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하소연을 하다가 최근 근황을 허공에 물밀듯이 써내려간다. 호도도독 오늘 하루가 튀어나가 내 옆에 있는 사람 귀에 내 오늘 하루가 쓰일 때쯤, 나도 쓴다. 안되겠어서 저당이 쓰여진 과자를 집어 기분이라도 좋게 만들어 본다. 쓰지 않다. 달다. 쓴거 투성이 세상에 달콤하게 쓰이는 나를 쓴다.
오늘 쓴 하루를 쓰다 하품을 한다. 쓰억. 다문 입으로 열다섯 글자 더 쓰다 꿈나라를 쓰러 간다. 쓰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