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하는 경험이었다. 누군가를 나혼자 모시고 바래다 주는 길,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 떠오르지도 않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이 도시의 첫 느낌을 기분좋게 해주기 위해 선곡도 했다. 내가 맡은 역할, 내가 만나는 사람에 대한 예의이기도 했다. 기차역 앞에서 기다리며 검색을 했다. 식물학을 전공하셨는데 철학을 하시네, 뭘까. 내가 모르는 방향으로 얽힌 관계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지 궁금했다. 상상보다 나는 애살이 더 없는 듯 했다. 얼마간의 정적이 지금 이 글의 첫 문장을 쓴 나를 더욱 실감하게 했다. 그렇다고 땀을 흘리지는 않았다. 힘껏 당시의 나로 주어진 관계에 최선을 다했다. 그게 내 삶이라는 것처럼.
식물학을 전공하셨는데 바라드 책을 번역하시고 바라드라는 사람을 만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웃으며 우회전 하던 내가 물었을 때, 옆집 아저씨 같던 교수님이 뭐라 이야기를 했다. 방지턱이 저기 있고 여기서 돌아서! 눈 앞에 보이는 길들이 내 귀를 잠시 막아섰다. 아 제가 알고보니 책을 놓쳤더라구요. 대충 맥락이 번역하신 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 같아서 아~ 제가 책을 구입을 했다가 품절이 되어서 못샀어요! 예? 예? 두 번 되묻는 내 뒤통수 뒤 교수님의 음성을 덜컹 연속되는 방지턱에 내려보내 버리고 다음 방지턱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정적. 이유도 모른채 나는 해맑게 브레이크만 눌러댔다.
아 여기서 좌회전 하셔서 바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탁. 부와앙. 한 바퀴 돌았다가 막다른 길에 다시 손을 썼다. 탁 탁. 주차를 마치고 강의장에서 호두과자 한 줄 챙겨드리며 내 나름의 응원을 했다. 분명 흥미로운 이야기는 맞는데, 재미있지는 않았다. 듣다가 웅 뭔소리야 하면서 바쁘게 딴짓도 했다. 과학으로 얽힌 이야기를 인간의 본질로 가져와 연극으로까지 만든건 참 좋았지만 양자역학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했던 그에게 반가움을 느끼며 바라드를 만나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내 연구가 동동 떠다니며 잡힐랑 말랑 하던 강의가 끝나고 질문 시간, 얼른 끝나길 바라던 내가 손을 들었다. 어차피 나는 몰라서 강의 듣는거고, 대학원생이니 아 그리고 아주 사소한 질문이라도 좋다 그랬으니 해보겠다는 심보였다. 교수님은 바라드를 공부하시다가 지금은 라투르랑 이자벨(?)을 보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관계를 보고 싶었다. 이 사람 책은 판권이 안팔렸을 것 같더라구요. 농담으로 시작해 진지해질 것 같았지만 끝났다. 끝이었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길, 그도 나도 마음도 자꾸만 들썩거리는 엉덩이도 2시간 전보다는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