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봄은 완연한 새벽 5시

by 지니샘

"왜 이렇게 피곤해 보여요?"


그 질문에 나는 오늘 “새벽 5시"라고 대답하고 싶다.


오늘 드디어 논문 계획 발표 제본을 맡겼다. 이걸 위해서 지난주도, 이번 주도, 그리고 바로 어제까지도 내내 새벽 5시에 잠들었다. 다음 주 월요일에 있을 계획 발표를 위해 작년부터 오늘까지 계속 고민하고 탐구하던 연구를 글로 옮겨 일단 계획 발표를 위한 반쪽짜리 논문으로 만들었다.


물론 아직 연구가 끝난 건 아니다. 이제 겨우 어떤 연구를 할지 이야기하고 피드백을 받는 단계일 뿐인데, 내가 어떤 연구를 할 거라는 걸 말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내가 무엇을 진짜 알고 싶어 하는지 나조차도 쉽게 알기 어려웠으니까.


왜 이걸 하고 싶은지 밝히는 일은 아침부터 새벽까지라는 통 시간을 다 써도 모자랐다. 오죽하면 하루가 60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꿈까지 꿨을까. 분명 매일, 매 순간 내 안에 있는 것들인데 이걸 밖으로 꺼내서 풀어놓고 연결해 가는 게 참 쉽지 않다. 내가 무엇을, 왜, 어떻게 할지 말하다 보면 이게 아닌 것 같다 싶어 지우고 다시 쓰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고독하게 지우고 다시 쓰던 시간들, 그 끝에 마주하는 새벽 5시는 해보지 않았을 때의 나는 절대 모르는 감각이다.


바깥은 꽃이 피고 바람이 따뜻한 완연한 봄이 왔다는데 나에게 지금 이 순간의 봄은 치열하게 문장을 벼려냈던 그 완연한 새벽 5시다.


이제 겨우 시작이고 앞으로 갈 길은 훨씬 더 멀지만 해본 사람만이 아는 이 새벽의 공기를 기억하며 뚜벅뚜벅 걸어가 보려 한다. 오늘 내 얼굴에 남은 이 정직한 피로함은, 내가 내 연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내밀한 증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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