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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샘 May 20. 2024

공감

교사가 되어 알게된 내 모습, 그에 대한 공감

다가간다. 눈을 마주보고 천천히 입을 연다. 내 입은 움직이고 있고 내 눈은 그를 또는 그녀를 보고 있다. 내 눈에 그 또는 그녀가 담긴다. 나에게 공감은 이 상황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단어가 되었다.


나는 그 또는 그녀를 만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한반에서 그들을 만나던 3월의 어느날, 나는 발견했다. "선생님 보세요. 방금 뛰어가다가 책상에 부딪힐 뻔 했어요. 여기에서는 뛰면 안돼요." 뛰면 안되는 이유와 어떤 약속을 정해야할지 이야기를 덧붙이려던 내 입이 멈췄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그는 나를 보고 있지만 나를 보고 있지않았다. 그의 시선은 나에게 있었지만 눈동자의 생동감이 멈췄다. 그의 머릿속에 드는 생각이 내 눈에 훤히 비춰졌다. '아 저 친구 잡으러 가야하는데 나만 걸렸네. 재밌었는데. 이제 뭐하고 놀지. 다음에는 뭐하고 놀까. 블럭놀이할까? 저기 끝에 있는거 뭐지? 이 이야기 언제 끝날까. 선생님 계속 말하네...' 투시안경을 쓴 것처럼 그의 머릿속 이야기들이 내 눈앞을 지나쳐가는데 말문이 막힐 수 밖에 없었다. 어? 그런데 이 투시안경에 갑자기. 갑자기 앉아서 누군가를 지친 표정으로 바라보는 내 모습이 보였다. 그것도 너무 또렷하게. 지친 표정의 나는 무언가 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소리는 귓가에 들리지않았다. 귀에서 상대방의 이야기가 줄줄 새어나가는 걸 느끼며 '벽지에 나뭇잎이 있었네, 나뭇잎 하나 둘 셋, 어 저기는 나뭇잎 하나, 둘, 셋, 넷, 아 나뭇잎 모양이 다르구나 이 얘기 언제 끝날까 미안하다고 하면 끝날까?...' 소리가 들리는데 들리지않던 이전의 내 모습이었다.


지금 내 눈에 담긴 그의 모습은 이전의 내 모습이었다. 그순간 나는 방금까지 단호하게 움직이던 입을 멈추고 그를 이해했다. 내 눈 속에 비춰진 그의 모습을 이해했다. 그의 마음을 이해했다. 나는 그에게 공감했다. 말하고 있는 와중에 그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겹쳐본 것은 처음 느껴보는 경험이었다. 그와 이전의 나는 내 귓가에 들리는 소리를 '잔소리'라는 폴더에 넣으며 한쪽 귀에서 다른 쪽귀까지 파이프를 연결해 내보내기를 하는 중이었다.


투시안경을 끼던 내가 말했다. "교실에서는 뛰지않고 천천히 걸어요" "네" 그는 내 눈 앞에서 멀리 떠나갔다. 충격 속에서 투시안경을 벗으며 나는 다시 한번 내 모습을 떠올렸다.


이번에는 이전의 내 눈 속에 비춰진 상대방의 모습이 보였다. 눈썹이 조금 올라갔고 입을 벌려 이야기를 쏟아낸다. 떠올린 상대방의 모습도 나 못지않게 지쳐보였다. '왜 나는 그때 당시에 얘가 지쳤다고 생각을 안했지?' 의문을 가지고 있는데 상대방의 눈이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눈빛에서 걱정이 묻어나옴을 느꼈다. '아' 상대방은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줄줄 내보내던 이야기 속 단어를 하나씩 잡아다보니 "그러면 어떡할래?" "이렇게 해야지" ... 상대방의 모습은 방금 한반에서 그를 불러 말하던 내 모습이었다.


그 때 그 상대방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겹쳐보며 나는 이제서야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했다. 잘 떠오르지않던 이야기들을 그때는 잔소리로 분류했던 그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곱씹으며 상대방의 말을 이해했다. 이제서야 그 마음을 이해하며 미안함을 전했다.


그들과 만나며 생활하던 중 느낀 첫번째 충격이었다. 충격은 직업에서 뿐만아니라 나의 일상 속 내가 정의하던 공감의 의미를 달리했다. 나와 내가 만나 그와 상대방 모두를 이해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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