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에도 나를 아직 잘 모릅니다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는 내 나이가 몇 살인지 정확하게 모르겠다.
나를 포함한 내 주변인들의 나이 또한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저 출생 연도가 몇 년도인지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가끔 내가 현재 몇 살인지 깨닫게 될 때 깜짝 놀라곤 한다.
'내 나이가 벌써 40살에 가까워졌구나!' 하고,
적어도 30대를 지나 40대 정도가 되면, 세상의 모든 이치를 깨닫고, 어느 정도의 자산을 이루며, 후배들을 양성하고, 사업체를 거느릴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을 하며 현재까지 살아왔다.
하지만 현실 속의 나는 아직도 나의 적성이 무엇인지,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등 끊임없이 질문하고 성찰하며, 나를 찾는 과정을 수행하고 있다.
한편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맹목적으로 바쁘고 치열하게 산다 한들 그에 상응하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하기 어렵다.
그래서 성실하고 충실한 삶을 살되,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이 맞는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며, 내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를 바로 알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전속력을 다해 달려온 끝머리에 문뜩 내가 엉뚱한 길에 한참을 들어섰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어떤 이의 인생에도 일률적인 해답은 없다.
다수가 옳다고 여기는 길이라 해도 나와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나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나의 부모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에 내가 맞춰 산다고 하더라도 막상 나와 맞지 않는 길이라면 별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나의 인생을 사는 사람은 '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 고민하고 연구해서 나에게 맞는 길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나 또한 한참을 간 길 끝에서 하는 수 없이 유턴을 하는 선택을 반복하고 있다.
내가 그간 해왔던 일이 아쉽고 아깝지만, 그 일이 결국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이 들기에 내가 손에 쥐고 있던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버리고, 다시 새로운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틀린 결정을 할까 봐, 혹은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옳은 판단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보다는 누군가의 결정 뒤에 숨어서 누군가가 내 인생을 대신 결정해 주기를 바라며, 나의 인생을 남에게 맡기는 행동은 이제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제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내 나이 불혹 무렵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