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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 Oct 23. 2023

영어 원서_ 스릴러가 주는 감각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None of This is True』by Lisa Jewell

한동안 생각할 거리가 많은 글들을 계속, 그것도 영어 원서로 계속 읽었더니 너무 머리가 아파서 조금은 생각 없이 읽을 만한 책을 고르다가 읽게 된 책이다. 하지만 스릴러라는 장르가 무엇이던가, 읽는 내내 소름이 쫙쫙 끼치고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며 이것저것 의심하게 되는… 결코 뇌가 느긋하게 쉬는 장르는 아니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읽는 스릴러는 나에게는 충분히 여가가 되었다.


계속해서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정석 스릴러


스릴러의 매력이라고 하면 뒷내용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계속에서 책장을 넘기게 되는 몰입감과 함께 등골을 시리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정확하 그 두 가지 감각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나이와 생일, 심지어 태어난 병원까지 똑같은, 하지만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두 중년의 여인들이 우연히 만나게 된다. 둘 중 비교적 평범하고 수수한 삶을 살고 있는 조시Josie가 팟캐스터로 조금은 유명세를 누리면서 화려한 삶을 살고 있는 앨릭스Alix에게 자신의 비참한 인생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제목에서 이미 그 무엇도 진실이 아니라고 단언했기에 읽는 내내 어디까지가 진짜일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그리고 초반에는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약간의 의심을 더하며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상상이 불러일으키는 서늘함


책의 후반부에서는 직접적인 사건이 펼쳐지지만 그 묘사는 여타 다른 이야기들처럼 잔인하게 상세하지 않다. 이야기는 내내 멀리 빙빙 돌아가는 이야기들 때문에 여러가지 가능성을 상상하게 만들면서 우리를 쭈뼛거리게 만든다.


중후반부까지의 사건들은 털끝만큼도 잔혹하지 않다. 하지만 하나하나 모두 소름 끼친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기이한 행위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그로 인해 진실이 무엇이든 그냥 그 이상한 행동을 하는 조시에게서 앨릭스가 도망치기를 바라게 된다. 나는 읽는 내내 머리속에서는 '그만', '제발 도망쳐'를 외쳤다.

photo by https://unsplash.com/@alexandrelallemand
화자로 몰입해 더 감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


조시와 앨릭스의 1인칭 시점으로 둘의 시점이 전환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화자의 감각에 몰입하면서 더 오싹함을 가깝게 느끼게 한다는 점이 이 책을 더욱 스릴러답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1인칭 인물에 몰입하면서 고구마 백 개 먹은 답답함 역시 더욱 선명해진다. (No라고 말하라고! No! 나는 여기서 거절했어!) 어쩌면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조차 조금은 무르게 구는 앨릭스 때문에 (근데 그게 1인칭=나라고요?) 속이 터지지만, 아마 앨릭스가 더 단호했다면 아마도 소설은 이만큼 소름 끼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스릴감과 답답함은 여기서 세트다. 이런 면에서 스릴러라 추리를 한 발 떨어져서 관찰하는 것에 더 즐거움을 느끼는 분이라면 취향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후반부에 나름 앨릭스의 행동의 이유를 설명하려고 한 부분이 있긴 한데 개인적으로 그렇게 납득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생각이 그렇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딱 떨어지게 설명되어 모두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건 또 아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약간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느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작가(Lisa Jewell리사 주웰)는 어떤 행동이나 장면이 사람들을 소름 끼치게 하는지, 그리고 어디에서 적절하게 장면을 잘라야 사람들이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이 작품은 트릭이나 반전보다는 스릴러가 주는 찌릿찌릿한 감각에 더 집중했다고 할 수 있겠다.


https://unsplash.com/photos/two-gift-boxes-on-floating-shelf-jUSu0686zDM


영국 영어 맛보기


『None of This is True』는 영국 영어를 사용한다.

우리가 한국에서 교과 과정을 통해서 배우는 것은 미국 영어인데 딱히 미국 영어, 영국 영어를 구분하지 않고 배우고, 최근에 영국 영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미국 영어에 비해서는 영국 영어를 이해할 기회가 적다. 둘을 단순히 발음이나 강세 같은 것의 차이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데 스펠링이 다르거나(美 -ize vs 英 -ise ex. realise) 사용하는 어휘(엘리베이터 美 elevator vs 英 lift), 심지어 전치사도 꽤나 다르게 사용한다. 그래서 미국 영어에 익숙하다면 문득문득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꼼꼼히 살핀다면 영국 영어에 대한 이해를 더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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