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내가 나를 돌보는 방식

40대후반, 행복은 완벽이 아니라 회복에 있다

by 하랑팀장

일요일 아침, 교회에 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몸이 으슬으슬했다. 머리는 무겁고 둔했다. 타이레놀 두 알을 먹고 침대에 다시 누웠다. 오늘 회사에 가서 꼭 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는데, 몸이 먼저 거부 신호를 보냈다. 교회에 직접 가지 못하고 온라인 예배를 보는 것도 마음 한켠이 불편했다. 신앙의 문제라기보다, ‘뭔가를 자꾸 미루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익숙한 자책에 가까웠다.


몇 시간을 잤을까. 약기운 덕분인지 몸은 조금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출근을 거부하고 있었다. 오늘 가지 않으면 내일이 더 힘들어질 걸 알기에, 나는 나 자신을 다독이기 시작했다. '두 시간만. 전부 말고, 오늘 꼭 필요한 것만 하고 나오자.' 그렇게 스스로와 협상하듯 마음을 정리하고 사무실로 향했다.


일요일의 사무실은 고요했다. 전화도, 메신저도, 회의도 없었다. 오로지 나와 해야 할 일만 남아 있었다.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사무실을 나왔다. 할 일을 100% 끝내지는 못했지만, 이상하게도 발걸음은 가벼웠다. 해야 할 일을 ‘완벽하게’ 해냈기 때문이 아니라, 도망치지 않고 해야할 일을 마주했다는 사실이 나를 회복시켰기 때문이다.


사무실을 나서며 문득 생각났다. 오늘이 마지막인 스*벅스 쿠폰. 요즘은 너무 시끄러워서 일부러 가지 않던 곳이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평소보다 조용했고, 그 적당한 정적이 오히려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한때 나는 스*벅스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꽤 많이 보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혼자 무언가를 구상하던 시절. 그때의 나에게는 하나의 의식 같은 리추얼이 있었다. 아메리카노, 베이글, 크림치즈, 딸기잼. 간만에 그 조합을 그대로 주문했다. 베이글의 쫀득함, 크림치즈의 부드러움, 딸기잼의 달달함, 그리고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모금.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느끼던 시절의 감각이 조용히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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