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는 물건이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이유
일 년에 한두 번, 큰마음을 먹고 옷장 문을 열 때마다 '언젠가 입겠지' 하며 모셔둔, 태그(tag)도 떼지 않은 옷들과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들의 역습을 마주한다. 분명 정리를 한다고 했는데 서랍장 깊숙한 곳에서는 따지도 않은 헤어미스트가 서너 개씩 나오고, 개봉한 선크림은 여기저기서 얼굴을 내민다. 이쯤 되면 정리가 아니라 유물 발굴에 가깝다.
물건을 버리는 행위가 마치 내 과거의 어느 조각이나 미래의 가능성을 던져버리는 것 같아, 물건 버리는 거에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쓰지 않는 물건은 버리는 게 맞다. 팀장으로서 조직을 관리하고, 주부로서 가정을 꾸리며 깨달은 진리가 하나 있다. 공간이든 마음이든, 버리지 못하면 중요한 것이 도리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우리가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심리는 '불안'과 '기회비용'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저변에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 심리가 깔려 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잃었을 때의 고통을 2배 이상 크게 느낀다. "이거 비싸게 주고 산 건데", "나중에 쓸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은 물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물건을 버림으로써 발생할지도 모를 '손해'에 대한 공포에서 기인한다.
또한, 물건은 종종 '이상적인 자아'를 대변하기도 한다. 여러 개의 헤어미스트와 선크림은 사실 '관리를 잘하고 싶은 나'의 투영이다. 사놓고 입지 않은 옷은 '이런 옷이 어울리는 화려한 삶을 살고 싶은 나'의 욕망이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 물건이 상징하는 나의 가능성을 포기하기 싫은 마음의 저항이다.
비우지 못할 때 발생하는 숨은 비용은 꽤 많이 든다.
물건이 가득 찬 집은 단순한 시각적 무질서를 넘어 우리 뇌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프린스턴 대학 신경과학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주변의 무질서한 환경은 우리의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정보 처리 능력을 저하시킨다. 여러 개의 선크림 중 무엇을 쓸지 고민하는 시간, 가득 찬 옷장에서 입을 옷이 없다고 한숨 쉬는 에너지는 모두 '인지적 비용'이다. 정작 집중해야 할 중요한 의사결정에 써야 할 에너지가 '물건 관리'라는 사소해 보이는 일에 소모되고 있는 셈이다. 비우지 못한 공간은 곧 비우지 못한 마음의 공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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