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기준을 잃지 않고 돌아오는 법

by 하랑팀장

하루에 단어 열 개를 외운다. 그리고 전날 외운 열 개를 포함해 스무 개를 테스트한다. 이 루틴은 꽤 그럴듯하게 굴러간다. 아이도, 나도 “이제 좀 자리를 잡았나 보다”라고 안심할 때쯤, 예상치 못한 균열이 생긴다. 집안 행사, 아이가 감기에 걸리거나, 혹은 그날따라 유난히 하기 싫다고 조를 때다. 하루를 건너뛰는 순간, 이틀이 되고 사흘이 된다. ‘매일 단어 10개’라는 견고해 보이던 루틴은 그렇게 흔적 없이 무너진다.

이때 가장 어려운 건 공부 자체가 아니다. 깨진 루틴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이다. 무언가를 유지하는 에너지보다, 복구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몇 배나 더 크다. 톱니바퀴를 다시 맞추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감정 소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내 루틴과 타인의 루틴은 다르다.


아이에게 “그래도 10개는 해야지”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기대하는 사람'의 얼굴이 된다. 아이는 즉각 부담을 느낀다. 기대와 부담 사이에서 실랑이가 시작된다. 이때 나는 뼈아프게 깨닫는다. 내 루틴을 다시 세우는 일과 타인(아이)의 루틴을 재정비하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사실을.

내 루틴은 내 마음만 바꾸면 된다. 피곤해도 귀찮아도 스스로 '하자'고 결정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아이의 루틴은 다르다. 아이의 의지, 컨디션, 감정까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나는 계획자이자 설득자이며, 때로는 감정 완충 전문가도 되어야 한다. 그래서 타인과 함께하는 루틴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 이 불안정함을 인정하지 않으면 리더인 내가 먼저 지치고 만다.


기준은 고정하되, 경로는 유연하게

시간이 지나며 나는 관점을 바꿨다. ‘하루도 빠짐없이 지키는 루틴’보다, ‘깨져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루틴’을 목표로 삼았다. 아이에게도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며칠 쉬었어도 괜찮아. 오늘은 다시 시작하는 날이야." 이 말은 아이를 안심시키는 동시에 나 자신을 설득하는 문장이었다. 완벽한 연속성보다 중요한 건 '회복 가능성'이었다.


물론 고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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