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게 디폴트다.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서점에서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 도서의 표지 문구를 본 순간, 마음의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인생은 힘든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감사할 일이 더 많아진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입주 이모님, 큰 시누이, 출퇴근 이모님의 도움을 받다가 5년 전부터는 남편, 아이들과 함께 서로 힘을 합쳐 살고 있다. 이모님들이 청소와 음식을 해줬던 그 시절에는 퇴근 후 집에 오면 몸이 편했다. 그에 반해 월급을 드리지 않으니 그만큼 경제적 여유가 더 생겼고, 이모님과 소소한 감정의 불편함이 없어진 것도 장점이긴 했다. 직장, 가정, 인간관계 등 모든 의사결정에는 장단점이 있기에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인생은 힘든 건데 그렇다고 ’힘들다. 힘들다‘라고 되뇌며 매 순간을 살 수는 없다. 부정의 기운은 우울의 감정을 불러오고, 우울함이 깊어지면 자존감도 떨어진다.
팀원들에게 ’팀장도 월요병이 있다‘라고 하면 종종 놀랜다. ‘지시’하는 사람으로만 보이기 쉽지만, 실제 팀장은 ’지시‘가 아니고 매일 팀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에 고되다. 월요병을 떨치는 방법은 움직이는거다. 그래서 일요일 저녁에 빨래방에 갔다. 세탁하는데 40분, 건조하는 데 40분이 걸리기에 빨래가 다 되길 기다리며 근처 커피숍에서 남편과 딸아이와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남편은 내년에 임금피크제 신청을 놓고 고심 중이다.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면 만 60세까지 회사에 다닐 수 있고, 내년에 특별 상시퇴직을 신청하면 목돈을 받고 퇴직을 할 수 있는데, 직장생활만 30년 해 온 회사형 인간이 퇴직 이후 어떤 일을 할지 계획하지 않은 상태에서 퇴직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퇴직 이후의 삶, 자녀 학원비 등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지금까지 누려왔던 삶이 참 감사했다. 일 년에 한두 번은 해외여행을 했고 골프를 치고 싶으면 매년 수십 번씩 라운딩했고,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돈에 구애받지 않고 수강했다. 앞으로는 남편과 나의 고정적인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남편이 결정해야 하는 시기까지는 6개월 이상 남았으니 천천히, 여러모로 함께 고민을 해봐야겠다.
먼 미래를 생각한다고 선물처럼 주어진 ’오늘’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 긍정적인 사고에서 좋은 의사결정이 나온다. 매일 ’오늘의 원씽‘을 선택하는데, 10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 원씽은 ’감칭반(감사, 칭찬, 반성)작성과 운동(산책)‘이다. 감칭반과 운동의 공통된 특징은 하기 전보다 하고 나서 더 뿌듯하다는 것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출근 전에 오늘의 원씽을 끝냈다. 주말 동안 있었던 일과 내가 느낀 감정 등을 토대로 감칭반을 작성했고, 새벽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산책했다. 인생이 힘든 게 디폴트지만 함께 하는 가족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활기차게 월요일을 시작한다.
#월요병 #팀장 #임금피크제 #원씽 #감칭반 #산책 #쇼펜하우어 #당신의인생이왜힘들지않아야한다고생각하십니까 #쇼펜하우어아포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