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립보서 4장 6–7절을 읽으며
지난 주말 골프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A 팀장은 일도 많은데 직원들 관리까지 하려니 힘들다며 토로했다. 이에 고참 B 팀장은 ’매 순간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팀장을 수년째 하고 있으니 힘든 게 당연한 거다‘라며 경험에서 우러나온 사이다 발언을 했다. A 팀장은 봇물 터지듯 말을 이어갔다. 회사에서도 마음 맞는 팀장들 서너 명과 자주 티타임을 가지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경쟁 관계에 있는 팀장들과는 속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 느슨한 관계의 팀장들에게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A 팀장이 이해되었다. 최근 서너 달 나도 아주 힘들었다. 리더를 제대로, 길게 한다는 건 실로 어려운 일이다.
나는 임원과 팀원들 사이에 끼어있는 샌드백 같다. 임원은 올해 KPI 초과 달성과 안정적인 조직관리를 요구함과 동시에 내년도 사업계획 KPI 수립을 전략적으로 하라며 은근한 압박을 한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연말 임원 인사를 앞두고 상사는 늘 예민해진다. 1년 더 근무할 수 있느냐? 집으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팀원들의 요구사항도 나날이 세분되고 있다. 이직하려는 MZ 직원과 여러 차례 면담하며 설득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몇 달간 나는 고군분투했다. 기도하며 잠잠하게 진행했다면 덜 힘들었을텐데, 인간적인 방법으로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했기에 고민도 많았고 꽤 지쳤다.
최근 몇 주 전, 나 바로 아래에 있는 C 부장의 표정이 심란해 보였다. 파트원들 때문에 고생하는 것은 알았지만, 평소보다 표정이 어두우니 내 마음도 편치 않았다. ‘업무 지시를 하면 딱 지시한 만큼만 하고, 더 깊게 파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팀원들이 과거보다 책임감이 덜하고 본인이 하는 말을 잔소리처럼 여기는 것 같다’며 나에게 토로를 한 적이 있다.
“C 부장에게 어떤 말을 해 주면 좋을까? 리더로서 나는 어떤 역할을 더 해야 할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그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하루의 피로보다 더 무거운 건 ‘내일도 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이었다.
그날 밤 우연히 책을 펼쳤는데, 빌립보서 4장 6–7절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의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니라.”
그 문장을 천천히 되뇌었다.
‘염려하지 말라.’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다.
팀장은 염려의 전문가이다. 매출, 평가, 조직 분위기, 상사와의 관계, 그리고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까지 신경을 쓴다. 하지만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니라’는 문장은, 마치 단단한 울타리처럼 느껴졌다.
“그래,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건 내려놓자.”
리더의 하루는 수많은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그 과정에서 오해받기도 하고, 비난받기도 하고, 가끔은 이유 없이 미움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에 나를 무너뜨리는 건 타인의 말이 아니라 ‘나 자신을 책망하는 마음’이다. 자책은 필요 이상으로 오래 남아 마음을 병들게 한다.
그래서 오늘은 다짐해 본다.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
“누군가의 시선보다 나의 진심을 믿자.”
기도란, 상황을 바꾸는 주문이 아니라 마음의 초점을 바꾸는 행위인 것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상대의 표정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내 마음의 평안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이다. 감사함으로 아뢴다는 건, 내가 여전히 ‘감사할 수 있는 사람’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30명이 넘는 팀원들 모두 삶의 우선순위가 다르고 그들에게 일의 의미 또한 제각각인데 그들을 화합하여 성과를 내기란 원래 어려운 일이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불평하고 의도적으로 분란을 조장하기도 한다.
감정의 전쟁터 한가운데서도 나를 잃지 않는 것, 그게 바로 리더의 마음 챙김이다.
혹시 지금, 여러분도 마음이 무겁다면 잠시 눈을 감고 이렇게 중얼거려 보세요.
“염려하지 말고, 기도하자.”
“감사로 마음을 덮자.”
이 한 문장이 당신의 마음에도 잔잔한 평안을 가져다주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기도 #간구 #빌립보서4장6절 #리더 #마음챙김 #염려 #마음을지키는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