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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가 만드는 37배의 기적

조급함을 이기는 삶의 공식

by 하랑

며칠 전, 아들이 중학교 졸업앨범 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 얼굴은 여전히 앳되지만, 어느새 나를 내려다볼 만큼 키는 훌쩍 자랐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를 바라보며, 엄마인 나는 마음만 먼저 달음질쳤다. '지금보다 공부를 더 해야 하지 않을까?', '이대로 괜찮을까?' 내 안의 조급함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마다 이내 지쳐버리곤 했다.


커다란 성과를 한 번에 이루려는 강박이 오히려 나를 멈추게 하는 진짜 장애물이었다. 매일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하는 내적 갈등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런 와중에, ‘하루 1%씩 성장하면 1년 뒤 37배의 기적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의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내게는 ‘A-ha moment’였다.

성장이란 한 번에 터져 나오는 폭발이 아니다. 미세하고 꾸준하게 쌓여 결국 ‘복리(複利)’처럼 커지는 거다. 수학적으로 하루에 1%씩만 나아간다면, 1년 뒤 우리는 시작점의 무려 37배가 되는 지점에 도착한다. 단순한 1.01의 365제곱이 상상할 수 없는 기적을 만들어 내는 이 계산식은, 우리의 인생과 노력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성취는 거대한 도약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매일의 작은 행동이 굳건히 뿌리내려 결국 눈부신 결실로 이어지는, 누적의 과정 그 자체다.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더 집중한 공부, 잠들기 전 한 문장이라도 더 써보는 글쓰기. 눈에 띄지 않는 그 미세한 행동이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궤도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1%의 노력을 쌓는다는 것은 단순히 결과를 개선하는 행위가 아니다.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스스로 '성장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습관이 곧 자신을 정의한다.


강요가 아닌 부드러운 유도

사람들은 압박보다 작은 밀어줌에 더 크게 반응한다.

부모의 말도, 리더의 격려도 마찬가지다. “공부해!”라고 외치는 강제성 대신, “어제보다 오늘 한 문제만 더 풀어보자”라는 제안은 아이의 마음에 '할 수 있다'는 작은 신호를 켜주었다. 이 미세한 '넛징(Nudging)'은 아이가 자신의 속도로 나아갈 힘을 부여했다.


리더십의 원리 또한 같다. 팀원에게 목표를 강요하는 대신, 실행할 수 있는 작은 아이디어를 모아 독려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어떤 아이디어라도 좋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가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작은 아이디어를 모아봅시다.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처럼 압박 대신 성장을 향한 작은 길을 열어줄 때, 팀 전체의 성장 곡선은 자연스럽게 복리처럼 상승한다. 성장의 본질은 강한 압박에 있지 않다. 방향을 잃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는 지속의 힘, 바로 그 속에 있다.


복리의 사고방식을 내면화하기 시작하면서 삶은 훨씬 여유로워졌다. ‘오늘은 별로 한 게 없네’라는 자책 대신, ‘어제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니 충분해’라는 안정감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 여유는 결코 게으름이 아니다. 오히려 멈추지 않는 지속성을 가능하게 하는 단단한 힘이다. 리더의 영향력도, 부모로서의 믿음도, 결국 매일 반복되는 작은 신뢰의 행동에서 비롯된다.


나에게도 복리의 힘은 늘 조용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출근길 팀원에게 건넨 짧은 안부, 퇴근 전 남긴 ‘수고했어’라는 감사 메시지, 아들과 짧은 대화. 그 모든 미세한 행동들이 쌓여 결국 관계를 맺고, 신뢰를 키우며, 성장을 이끌어 왔다. 변화는 언제나 작은 결심, 혹은 방향을 틀겠다는 의지에서 시작된다.


하루 1%의 성장은 ‘더 잘하기’보다 ‘조금이라도 계속하기’에 가깝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 대신 멈추지 않아야 한다. 달리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도착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제보다 오늘 1%만 더하면 돼. 완벽하지 않아도 돼. 다만 멈추지만 말자.” 그 말은 성과가 눈에 띄지 않더라도, 조금 더 배우고, 한 줄 더 쓰고, 한 번 더 시도하며 하루를 쌓아가는 나 자신에게도 건네는 다짐이다.


복리의 힘은 우리에게 ‘꾸준함의 미학’을 가르친다. 한순간의 화려한 성취보다, 조용히 이어지는 작은 변화가 훨씬 더 크고 단단한 결실을 맺는다. 아이의 성장도, 나의 커리어도, 팀의 성과도 결국 이 법칙 안에 있다. 복리 앞에서 시간은 단순한 흐름이 아니라 성장을 증폭시키는 가장 강력한 배율로 작동한다.


복리는 돈의 법칙이 아니다. 그것은 성장의 철학이다.


이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간다면, 조급함 대신 여유를, 불안 대신 안정감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언젠가, 그 모든 1%의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상상 이상의 풍요로운 곳으로 이끌어 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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