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보여주고 싶은
나는 무언가를 자주 잊는다. 그게 물건, 해야 할 일, 사람, 어떤 것이든 너무나도 쉽게 잊어버린다. 그러다 침대에 누워서 눈을 붙이고 습관처럼 너에 대한 생각을 했다. 너에게 말은 안 했지만 내 하루의 마무리는 항상 너였다. 그렇게 나는 침대에 몸을 접어 작게 말아 작아진 몸과 다르게 상상은 키우며 머리로 너와 함께하는 내 미래를 말했다. 그렇게 작고 볼품없는 나의 어휘력으로 다 표현 못할 너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떠올렸다. 내가 감히 내 머릿속에 너를 온전히 다 담아도 될까 싶을 정도로 너는 내 기억 속에서 참 예쁘다. 너무할 정도로 사랑스럽다. 그 얼굴에 미소를 띠고 싶었다. 너의 주위에는 행복만 머무르길 바랐다. 그리고 너의 배경에는 온종일 행운만 따라다녀서 어두움 따위는 배척받아 마땅한 것이길 바랐다. 이런 생각 따위를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굴리다가 내 기억력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렇게 너를 생각하며 적어 내린 일종의 사랑 노래가 망각이라는 바람 한 줌으로 다 날아가버릴까 봐 무서웠다. 그럼 안 되는데. 너를 향한 내 사랑을 담은 말들은 그렇게 하찮게 날아가서는 안되는 말들이기 때문에 나에게서 떠나려는 그 말들을 다시 소중하게 긁어모았다. 사실, 내가 말하는 사랑이 내 입 밖으로 어쩌다 튀어나왔을 뿐인 그런 가치 없는 창의적 독백에 지나지 않았다면 미련 없이 떠나보낼 수 있었겠지만 네가 내 마음을 직접 확인함으로써 네가 조금이라도 기뻐한다면 내 마음은, 내 사랑은 곧장 너에게 전해져야 한다. 너의 기쁨이 나에게 의무가 된다.
나는 내 삶에서 너를 도려내려고 했을 때 네가 나를 놓치고 나서 한참을 불행하길 바랐다. 내 하루의 마무리가 너를 위한 축복 묻은 기도가 아니라 저주가 됐었다. 네 옆자리의 탁 트인 공허함이 너에게 큰 상처이길 바랐고 실제로도 그랬던 것 같았다. 내가 없다고 상대방이 아프길 바랐다니 참 우습고 오만한 나의 이기심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내가 없는 너의 모습은 다정함만이 흐르길 바란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어떤 상황에서든 네가 가장 행복하길 바란다. 사랑하는 사람이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을 바라는 머저리라는 별명이 붙더라도 나는 네가 그렇게 행복하길 바란다. 내가 없어도 나를 그저 추억으로 만들고 너의 앞길로 나를 지나쳐 굳게 나아가더라도 네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웃을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너는 빛나는 사람이니까, 내가 너에게 어둠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설령 네가 어두워지더라도 내가 너를 다시 밝혀주고 싶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그런 나의 모습을 바란다면 내 사명은 너의 그 말로써 정해지는 것이다. 너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난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언제든지 등, 불, 빛 그 모든 것이 되려고 할 것이다. 내가 너를 밝히려고 노력하는 과정 속에 다 타버리고 재가 되더라도 그 결과가 너에 대한 사랑의 증거가 될 수 있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내게 낭만 있는 사랑이 될 것이다.
이런 오글거리는 말도 다 너니까 나오는 것이다. 오직 너여서. 다른 사람에게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하는 이런 사랑 고백. 나에게 특별한 것은 너 하나뿐이라는 걸 이렇게 보여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