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차이니즈 푸드
집 밥 먹기 귀찮은 주말 저녁 뭘 먹을지 바닥에 뒹굴뒹굴하며 고민을 하였다. 샤부샤부, 딤섬 등 막강한 후보가 거론되었고 피자, 초밥 등 몇몇 강호들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최종 결정은 중식. 대구신세계백화점의 중식당이나 메리어트 호텔 중식당을 갈까 하다 너무 부담스러워서 결국 미미라는 모던한 중식당으로 결정하였다 쌀쌀한 날씨에 걸맞은 따뜻한 국물과 과하지 않을 정도로 포만감을 느낄 덮밥 한 그릇 정도 생각하였다. 차를 타고 가보니 아파트 입구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유동인구가 적은 곳이어서 그런지 한산하였다. 식당 앞에 여유 있게 주차를 하고 입구에 들어서는데 문을 어떻게 여는지 몰라 헷갈렸는데, 씨는 대번 잠금 부분을 잡고 문을 당겨 열었다. 사소한 거에 멋있음을 느꼈다. 식당 내부로 들어서니 굉장히 깔끔하였다. 조리공간은 오픈되어 있었고 4인석 3자리, 5-6명 앉기 좋은 단체석이 하나가 다였다.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려는데 주인분께서 동파육덮밥은 이미 다 팔려 재료가 소진되었다 하여 우리는 가지덮밥, 탄탄면, 빵빵지를 주문하였다.
가장 먼저 빵빵지가 나왔다. 맛과 향이 강한 중국음식의 느끼함을 달래 줄 요량으로 주문하였는데 채소들이 굉장히 신선해 보였다. 씨는 청경채를 생으로 소스와 함께 먹으니 아삭아삭한 식감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보통 청경채는 데치거나, 볶아서 흐물흐물하게 나오는데 신선하게 재료 그대로 식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닭고기도 껍질째 구워 나와 순살의 퍽퍽함을 껍질과 껍질과 고기 사이의 얇은 지방층이 중화시켜주어 맛있었다. 특히 소스가 난생처음 접해보는 소스여서 배합이 어떻게 되는지 굉장히 궁금하였다. 매콤한 것보다는 살짝 더 매운데 자극적일 정도는 아니고 청경채, 영상추, 오이, 토마토, 닭고기와 아주 잘 어울렸다. 에피타이저 치고는 비싼 편이지만 제값 하는 음식이었다.
다음으로 가지덮밥이 나왔다. 한눈에도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게 혈관에 맛있는 콜레스테롤이 쌓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뜨거운 가지를 경계하면서도 얼른 맛보고 싶어 화상의 위협을 감수하고 한입 먹어보니 역시 말캉한 식감에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고 소스도 홍고추와 같이 먹지 않으면 그렇게 맵지도 않아서 계속해서 손이 갔다. 제공된 밥에 정직하게 소스를 비비지 않고 덮+밥중 덮을 위주로 먹음으로써 한껏 더 진한 풍미를 즐겼는데 크게 느끼하지는 않았다. 결국 소스는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다.
마지막으로 탄탄면에 대해 언급하자면 주문을 하고 나서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걱정이 살짝 있었다. 어디서 탄탄면은 국물 없이 면에 땅콩을 넣은 소스를 넣고 비빔면 형식으로 나오는 것을 본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육탕면을 시킬걸 후회를 할 때 즈음 곧 탄탄면이 나왔는데 국물이 흥건히 그릇에 넘칠 듯이 찰랑찰랑 담겨 있어 그 모습 하나로 이미 만족하였다. 탄탄면 국물부터 맛을 보니 생각보다 향긋한 향이 느껴졌다. 샤프란? 이랄까 음식으로 먹기 부담스러운 비누 향까지 아니고 국물 한 모금하고 코로 숨을 쉬면 은은하게 향이 느껴져서 괜찮았다. 그리고 면을 풀면서 휘휘 저으니 땅콩 소스가 제대로 국물에 잘 퍼져 고소한 맛이 배가 되면서 향은 약간 숨 죽었다. 면도 푹 삶겨졌음에도 반죽에 신경을 쓰셨는지 면발의 탄탄함이 탱글 하게 잘 유지되어서 마지막 한 가닥까지 식감을 온전히 느끼면서 맛있게 먹었다.
중국음식이어서 느끼함을 감수하고 방문하였지만 느끼하지 않았고 맛있게 잘 먹은 것 같다. 그 증거로 처음 음식이 나왔을 때 콜라 하나 시킬까 계속 고민했는데 막상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하니 콜라 생각은 사라졌다. 씨에게는 빵빵지의 소스가 신선하게 느껴져서 다음날 어떻게 흉내라도 내보면서 소스를 만들어서 샐러드를 먹었는데 제대로 구현은 되지 않았다. 아마도 그 맛을 느끼려면 재방문 해야 될 것 같다. 엄청 화려한 음식으로 아니라 마치 아는 형인데, 라이프 스타일이 쫌 세련되고 깔끔한 형네 집에 가서 형이 집에서 뚝딱뚝딱 요리를 만들어 준 듯한 그런 편안한 느낌의 캐주얼한 맛집이었다.
“저녁 식사 후보 중 백화점, 호텔 중식당을 이긴”
- 은근 고수 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