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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뮹재 Mar 06. 2022

[남해 독일마을] 당케슈니첼

남해 독일마을 독일 전통음식 전문점


 남해의 관광지를 떠올려보면 어느 새부터 인지 모르겠지만 독일마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남해 여행의 필수 코스가 돼버린지라 한 번은 꼭 들려야 했다. 남들과는 다르게 필자는 독일마을에 가야만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키우는 반려견의 품종이 닥스훈트이기 때문이었다.  독일어인 Dạchs•hund(닥스훈트)는 Dachs 오소리와 Hund 개라는 단어의 합성어이다. 인간의 욕심으로 원산지인 독일에서 품종이 개량되었고 한국에 사는 필자의 반려견이 되었다니 그 파급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반려견에게 고향?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독일마을에 일찍이 들렸다.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꽤나 놀랐다. 여유 있게 산책을 하며 둘러보고 싶었지만 가파른 언덕에 식당과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고,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펜션이 자리 잡고 있어서 굳이 이집 저집 구경하고 싶지 않았다. 아래쪽까지 내려왔는데 점심 무렵이어서 그런지 당케슈니첼이라는 식당 앞에 대기손님이 줄 서 있었다. 독일마을이어서 독일 요리를 파는 곳도 있구나 생각을 하며 무심결에 그냥 지나쳤다.


 그러곤 이틀이 지나 남해에서 근사한 저녁식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남해에서 저녁식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가고 싶었던 식당은 아무런 안내 없이 영업을 하지 않았고, 여행지 맛집이라고 찾은 핫하고 힙한 식당들은 대부분 저녁 영업을 하지 않았다. 불현듯 사람들이 줄 서 있었던 당케슈니첼이 떠올랐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너무 시간이 늦어져 영업을 하는지 전화로 확인을 하고 바로 독일마을로 향했다. 평일 저녁에 다시 찾은 독일마을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건물 뒤 주차장에 쉽게 주차를 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웨이팅 할 정도는 아니고 좌석의 7-80%가 손님으로 차있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2인 세트 메뉴가 있어 여러 요리를 맛보고자 B세트를 주문했다. B세트는 슈니첼(닭 or 돼지) + 케제슈패츨레 + 굴라쉬 + 통밀빵 2조각 + 카바노치 1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영업준비가 잘 되어 있어 보였는데, 반조리를 미리 해놓는지 음식들이 속속 빠르게 나왔다.



2인 세트 B 40,500원

 전체적으로 나온 음식들은 생각보다 단출했다. 양이나 비주얼로 보았을 때는 디너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고 오히려 아침 조식이나 브런치 정도로는 제격이었다. 가격을 생각했을 때 가성비 약간 실망스러운 정도의 양이었다. 슈니첼이란 음식 자체가 단어로 얇은 종이 쪼가리를 뜻하기 때문에 크기는 커 보이지만 중량으로는 크게 나가지 않아 실망했다. 닭과 돼지고기 중 하나를 택해야 돼서 사장님께 독일 사람들이 슈니첼로 가장 많이 먹는 고기는 뭔가요라는 질문에 송아지 고기가 제일 맛있고 많이 먹는다는 답변이 있었는데, 식자재 단가의 수지가 맞지 않는지 송아지 고기는 없다고 하셨다. 차라리 관광지 특수 겸 가장 맛있다는 송아지 고기로 슈니첼을 만들어 좀 더 값비싸게 판매하는 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약간의 실망감을 가슴속에 담긴 채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하였다.



케제슈패츨레

 가장 먼저 케제슈패츨레라는 음식을 맛보았다. 사장님께서 이 요리는 특별한 레시피로 만든 계란면에 치즈를 넣고 그 위에 튀긴 양파를 얹어 먹는다며 시간이 지나면 치즈가 굳어 버리니 가장 먼저 먹으라고 안내해 주셨다. 뜨거움에 입천장이 데이지 않게 조심스럽게 한 젓가락 떠먹었다. 치즈의 고소함과 계란의 부드러우면서 포슬거리는 식감이 달달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양파 튀김은 결대로 하나하나 세심하게 분해한 뒤 튀겨서 그런지 촉촉하고 달콤한 감자튀김을 먹는 듯 맛이 좋았다. 다만 독일 음식의 단순함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먹으면 먹을수록 한국 술집이나 식당에서 만만하게 나오는 콘치즈와 맛이나 느낌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양파튀김이 꾸준히 심폐소생술을 하듯 손이 계속 가게끔 만들어 주어서 고마웠다. 끝내 다 먹진 못해 굳어버린 케제슈패츨레는 포장 용기에 담아와 숙소에서 맥주 안주로 맛있게 먹었다.

​​


굴라쉬

​ 굴라쉬는 세트의 다른 요리에 비해 그나마 더 대중적이어서 예전에 몇 번 맛본 음식이었다. 헝가리 음식으로 알고 있었는데, 오스트리아를 접하고 있는 지리적 요인으로 독일에서도 굴라쉬를 먹는구나 유추하였다. 빵은 아주 촉촉한 것이 마치 식빵 같았다. 너무 부드럽고 촉촉하고 감칠맛이 나서 오히려 터프하지만 독일 가정식의 느낌이 나게끔 거친 호밀빵이었으면 좋겠다 생각 들었다. 굴라쉬는 딱히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굴라쉬에 들어가는 향신채소나 향신료의 향이 적당히 났지만 일반 시중에서 접할 정도로 흔한 맛 말고 그 이상의 깊은 맛은 느끼지 못했다. 사실 굴라쉬 요리 자체가 워낙 대중적이고 만드는 레시피도 간단해 특별한 맛을 기대하는 것이 욕심이긴 했다. 다소 건조할 수 있는 식탁을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입안을 촉촉이 해주어 고마운 느낌을 받았다.



슈니첼 & 카바노치 소세지

 마지막으로 이 식당의 간판 요리라 할 수 있는 슈니첼을 맛보았다. 워낙 얇게 저민지라 칼질하는데 아주 수월하였다. 칼질하였을 때 돼지고기의 결들이 살아있어서 분쇄육이 아닌 생육을 일일이 망치로 두드려 얇게 저며 낸 것 같았다. 슈니첼 위로 씨감자로 보이는 작은 크기의 튀긴 감자와 홀그레인 머스터드소스가 얹어져 있었고 카바노치 소시지와 치커리, 블루베리쨈 그리고 레몬 웨지조각이 있었다. 기름의 느끼함을 잡아주기 위해 레몬즙을 골고루 뿌리고 슈니첼 한 조각을 맛보았다. 입안에 넣고 몇 번 씹자마자 사라지는 슈니첼의 식감에 조금은 놀랐다. 고기가 얇은 것도 한몫했지만 촉촉함이 살아있어 그 육즙이 부드러움을 자아낸 것 같았다. 먹다 보니 두툼한 돈가스가 생각나는 것은 슈니첼을 알량하게 생각하는 나의 이기적인 나쁜 마음씨 때문인 것 같다. 이가 좋지 않으신 어르신들에게 대접하면 만족스럽게 잘 드실 것 같은 편안한 식감이었다. 소시지는 이름만으로 봤을 때 반건조로 숙성이 잘 된 수제 소시지를 예상했지만 건조되지 않은 걸로 봐선  일반 공산품인 것 같았다. 슈니첼과 마찬가지로 속이 육즙으로 촉촉해서 부담 없이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한 가지 궁금증은 블루베리 잼을 어떻게 먹는지 몰라서 애매모호하게 이렇게 먹는 것이 맞나? 조심스레 맛보았지만 전체적인 맛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았던 것 같다. 감자는 내가 먹었을 때는 코어 깊숙이까지 안 익어 고개가 갸우뚱 한 맛이었다. 복숭아씨는 처음 씹었을 때 갈아서 부친 감자전의 맛이 약간 느껴져 마찬가지로 갸우뚱하였다. 서로 다른 이유로 갸우뚱하게 만든 요상한 감자의 정답은 모르지만 아마 단순하게 일반 씨감자를 튀긴 것이 다 이지 않을까 싶다.​



  나의 고약한 심보로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는 하지 못한 것 같다. 다만 시간적이나 공간적인 상황이 원하는 바와 잘 맞지 않아서 그렇지 않나 싶다. 남해에 온 만큼 남해의 특산물(시금치, 비자, 유자, 치자, 멸치 등등)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요리를 맛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이상향을 너무 높고 멀리 잡았나 보다. 독일음식 자체가 대중화될 정도로 유명하지 않는 점도 불만족의 이유이지 않을까. 독일 음식이 국력에 비해 이탈리아나 프랑스 음식처럼 세계적으로 대중화되지 않는 이유가 느껴졌다. 하지만 독일마을이라는 특수한 지역에서 대중적이지 않은 낯선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는 점은 신선하였다.


남해에서 저녁 한번 제대로 먹기 참말로 어렵구먼!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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