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냉면으로 유명한 맛집
남해 여행을 마치고 대구로 되돌아가는 길이었다. 너무나 좋았던 여행인지라 왠지 여독이 남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전에 여행 기념품으로 멸치와 유자 등 이것저것 사러 정신없이 돌아다닌지라 허기졌다. 경로가 진주를 통과하기 때문에 문득 진주냉면 한 그릇 먹을까 생각이 들어 식당에 전화를 하니 다행히도 영업을 한다 하여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수년도 더 이전에 혼자 방문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사실 그 당시는 내 입맛에 너무 맞지 않아 냉면 한 그릇을 다 먹지 못하고 식당을 그냥 나온 좋지 않은 추억이 있었다. 복숭아씨는 진주냉면을 맛보면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짓궂은 상상을 하며 약간 마음이 들떴다.
주차장은 인기에 걸맞게 만차였지만 주차관리하시는 분이 한두 분이 아니어서 안내를 받아 수월하게 주차를 했다. 식당 바로 앞 주차장에는 사장님이라고 자칭하시는 신사분이 옷을 멋지게 차려입으시고 "식사 후에 식당 1층 카페에서 저렴히 커피 한잔 드시면 그 수익이 불우이웃을 돕습니다"라고 착한 호객 행위를 하셨다. 확실히 장사가 잘 되는 집은 많이 번만큼 또 많이 베풀어 착한 이미지를 만들어야 롱런하지 않나 생각을 하며 별관으로 들어갔다. 이미 본관은 손님으로 가득 찼고 별관 또한 거의 모든 자리가 가득 차 있었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적당히 식사를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하나씩 주문하였다.
먼저 내가 주문한 비빔냉면을 맛보았다. 과거 물냉면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빵?으로 비빔냉면을 주문했다. 현대식 진주냉면이라 함은 크게 육전이 고명으로 올라가는 것이 특징인데 다른 비빔냉면과 딱 그 정도의 차이점이 있었다. 고명으로 육전, 오이, 절인 무, 실고추가 올라가 있었다. 육전은 먹기 좋게 하기 위함인지 얇고 길쭉하게 썰어져 나왔다. 메밀과 전분을 특정 비율로 섞어 만든 면을 야무지게 양념소스와 함께 잘 비볐다. 양념장은 되직하지 않았는데 이 집 고유의 육수를 첨가한 듯했다. 물 비빔냉면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맛은 맛있는 비빔냉면. 오히려 비빔냉면은 맛없게 하는 게 더 어렵지 않은가. 맵지 않고 적당히 매콤해서 입맛에 잘 맞았다. 면은 얇으면서도 전분 때문인지 평양냉면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에서 주로 먹는 대중적인 쫄깃한 식감이었다. 육전 고명은 완전히 식혀서 나와 냉면의 차가운 속성을 그대로 유지했는데, 전은 갓 부친 것이 가장 맛있는 것에 반해 식은 육전의 맛은 좋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부족함 없이 적당히 먹음직스러운 맛.
다음으로 복숭아씨가 주문한 물냉면에 대해 언급해 보겠다. 필자가 주문하지 않아서 몇 숟갈 육수와 한 젓갈 면을 맛본 것이 다이기 때문에 정확하고 신뢰성이 높은 맛 평가는 아니라는 점을 독자분들께 말씀드린다. 육수를 맛보았을 때 가장 놀라웠던 점은 예전에 처음 느꼈던 충격적인 짠맛이 그렇게 심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짭조름 하면서도 멸치, 디포리, 새우 등등 갖은 해산물로 육수를 낸 것이 기본 베이스가 되기 때문에 시원한 맛이 느껴졌고 양지고기도 육수에 넣었는지 육향도 은은하게 풍겼다. 국물을 맛보고 든 생각은 역시 주변에 삼천포와 남해가 위치하고 있어서 질 좋은 멸치와 디포리 등 해물 육수 원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이러한 진주냉면 특유의 육수가 탄생하지 않았나 싶었다. 면은 역시 전분 함량이 어느 정도 차지하고 있어 흔히 고깃집 냉면이라 불릴 정도로 쫄깃한 식감이었다. 가위로 면을 한 번은 잘라야 할 정도. 확실히 냉면은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한데 필자는 면과 고명 그리고 육수를 항상 어느 정도의 비율로 함께 먹어 최종적으로 그 세 가지가 거의 동시에 다 먹음으로써 식사를 마무리 짓는다. 하지만 그렇게 먹지 못하고 맛만 봐서 제대로 진주냉면을 즐기진 못하였다. 고명은 비빔냉면과 거의 똑같아서 별다른 차이점은 없었다.
진주냉면은 최소 4인 이상 가족이 방문하면 좋은 식당인 것 같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고명에 올라가는 육전은 다 식어서 맛이 별로였다. 하지만 진주 육전을 따로 주문해서 냉면과 함께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육전은 22,000원으로 가격이 꽤 나가는 편이고 양도 많아서 2인이 냉면과 육전을 다 주문해서 먹기는 다소 부담스러웠다. 또 돼지 곰탕과 선지국밥 같은 따뜻한 음식도 있어서 여럿이 가서 다양하게 시켜 먹으면 가성비도 괜찮은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식당에 재방문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어린 시절 필자는 식재료의 향과 맛을 제대로 모르고 그저 짠맛, 단맛, 신맛, 쓴맛 정도의 대략적인 맛만 느낄 줄 알았다. 하지만 점점 음식에 대해 진심 어린 자세로 요리하시는 분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보다 신중하게 접하다 보니 단순히 느껴지는 맛뿐만 아니라 음식에 숨은 깊은 맛과 음식에 담긴 이런저런 이야기를 유추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는 음식에 관해 전문가는 아니지만, 앞으로 음식문화와 식재료 및 요리에 관한 지식을 꾸준히 습득하여 보다 신뢰성 높은 품평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해 드리고 싶다. 이러한 다짐을 가슴에 되새기며 이 글은 마친다.
미식가를 향한 경험치 획득!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