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뮹재 Dec 27. 2021

오리엔탈 누들서비스

대구 삼덕동 동양 면 요리 맛집


 한파가 몰아닥친 요즘 몸속 깊숙이까지 한기가 뻗쳐 세포들이 점점 둔화 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럴 때일수록 따뜻한 음식을 먹음으로써 몸에 온기를 불어 넣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복숭아씨와 만나 늦은 오후, 이른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생겨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 끝에 대구 삼덕동에 새로 생긴 오리엔탈 누들서비스라는 식당을 가보기로 했다. 홍보하는 업체 소개에 올라온 사진의 퀄리티가 굉장히 높아 보이는 것으로 봐선 대충 영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 나름의 철저한 준비와 근본 있는 철학을 바탕으로 개업을 한 것 같아 기대감이 생겼다.

 메뉴의 라인업을 보니 바쿠테, 탄탄면, 중화볶음면과 들기름면 등 생각보다 다양한 국가와 문화의 음식들이 있었다. 기대감 반 호기심 반으로 방문을 하였는데 대기할 필요 없이 자리는 테이블석 3-4중 1자리가 남아있었고 우리는 바 테이블로 안내를 받았다. 생각보다 높았지만 다리 발판이 있어 앉아서 식사를 하는 데는 큰 불편함은 없었지만, 테이블 공간이 협소한지라 짐을 어딘가 놔두기에는 애로점이 있었다.

 메뉴판을 받고 짧은 고민 끝에 보양 등갈비 바쿠텐과 마파중화볶음면 그리고 닭껍질 만두를 주문하였다.



오픈형? 네이키드형? 키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종업원분들이 일하시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었다. 흔히 오픈형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나에게는 네이키드형 정도로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물론 엄청나게 깔끔하고 질서정연한 모습은 매우 좋았지만 약간의 부산스러움과 내가 앉아있는 눈높이가 일하시는 분의 눈높이가 거의 동일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종업원분들의 시선을 순간적으로 의식하게 되어서 민망한 눈 맞춤이 있지 않을까 다소 불편하였다. 나의 심경을 공감하시는 독자분에게는 테이블 자리를 추천한다.



보양 등갈비 바쿠테 14,000원

 먼저 보양 등갈비 바쿠테를 먹어보았다. 바쿠테는 돼지갈비로 탕을 끓여낸 요리로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에서 즐겨 먹는 음식으로 알고 있었다. 대구에서 이미 한번 먹은 적이 있어 그 기억을 가지고 차가운 몸에 든든한 온기를 불어 넣고자 주문을 하였다. 비주얼은 좋아 보였다. 한국식 곰탕을 보는 듯한 송송 잘게 썬 파가 먹기도 전에 특유의 알싸함을 상상하게 하였고 등갈비도 직화로 살짝 태워 바비큐 느낌에 보기에도 온도감이 높아 뜨거워 보였다. 국물을 먹었는데 살짝 고개가 갸우뚱하였다. 베트남 쌀국수 맛이었기 때문이다. 살짝 고수향이 나는 것이 쌀국수 육수에 가까웠고 내가 기대했던 갖은 허브와 향신료로 우려낸 육수와는 거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쌀국수면이 안에 숨어있었다. 면을 너무 삶았는지 젓가락으로 들추어 내자 계속 뚝뚝 끊어져서 먹기가 힘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끊김이 심해서 입안에서 식감도 뭉그러져 별로였다. 등갈비는 퍽퍽한 감이 생각보다 강했다. 먹자마자 든 느낌은 '뼈다귀 해장국 고기' 소스에 찍어 먹지 않으면 심심한 맛이었다. 뼈해장국 고기를 먹어보면 퍽퍽한 부위도 있지만 부드러운, 야들 거리는 부위도 있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데 이 집은 정형을 너무 정직하게 해서 퍽퍽한 부위만 있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따뜻한 육수는 내 몸을 녹여주기에 충분하였고 전반적인 요리의 맛 또한 나쁘지 않아 시장기를 달래기에 충분하였다.



마파중화볶음면 12,000원

 다음으로 마파중화볶음면을 먹어보았다. 마파두부를 원래 좋아하는지라 굉장히 느끼한 고추기름을 어느 정도는 상상했지만 이 집의 마파중화볶음면은 느끼하지 않았다. 두부가 연두부여서 말 그대로 굉장히 연해 색다른 마파두부의 느낌을 느낄 수 있어서 신선하였다. 안내대로 잘 섞어 먹으니 마파라고 해서 맛이 강하지 않고 적당히 매콤한 게 맛이 좋았다. 가지도 한번 튀겨서 그런지 적절하게 잘 익어 먹는 식감이 훌륭했다. 다만 면이 소스와 어울리지 않았다. 볶음면이 아니라 볶은 소스를 비벼 먹는 비빔면의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그런지 소스와 물에 젖은 하얀 면이 잘 어우르지 못하고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같이 사이좋게 놀면 좋았을 것을.. 내 입안의 놀이터는 면과 소스 둘 사이를 어색하게 만드는 공간인가 보다. 하루 중 첫 끼의 공복감으로 면을 후루룩후루룩 배를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먹으니 약간은 슬픈 감정이 생겼다. 가성비가 생각이 나서이기도 했다.



닭껍질 만두 6,000원

 마지막으로 사이드 메뉴로 주문한 닭껍질 만두를 맛보았다. 만두를 워낙 좋아하는 복숭아씨를 위해서 주문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난생처음 보는 요리여서 궁금증이 엄청났다. 요리가 나온 뒤 접한 비주얼도 충격적이었다. 뼈와 살이 그대로 있는 치킨 윙에 거의 가까운 모습이었다. 먹기도 전에 반전 매력에 푹 빠졌다. 얼마나 정성스럽게 닭 껍질 속에 만두소를 채웠을까. 옛날 어린 시절 필자는 양념치킨을 먹을 때 살은 먹지 않고 매콤하고 달짝지근한 껍질만 먹었었다. 추억에 젖어 닭 껍질 만두를 한입 통째로 입안에 넣고 씹어보았다. 눈이 땡그래지고 입에서 어랏? 소리가 날 정도로 식감이 재미났다. 만두 안의 소에서 풍부한 육즙이 입안을 육향으로 가득 채웠고, 닭 껍질은 그 특유의 쫄깃한 식감이 마치 내 입안을 놀이터 삼아 신나게 요리조리 뛰어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재미있는 맛이었다. 소스도 간장치킨과 같이 강한 느낌보다는 은근히 잘 다려진 은은한 간장베이스의 맛이 부담 없이 잘 어우러졌다. 만두에 간장을 살짝 찍어 먹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메인 요리에 적잖게 실망하였는데 사이드 메뉴가 커버해 주었다. 주객전도라는 옛말이 떠올랐다.



 기대감을 안고 방문하여 실망감도 느꼈고 만족감도 느꼈고 포만감도 느낀, 좋든 그렇지 않든 다양한 감정을 느낄  있는 식당이었다. 다만 음식의 종류에 비해서 가격이 높지 않나 괜한 심술궂은 불평감은 나만이 느꼈으면 하는 바이고 딱히 불만감은 없다. 애당초 오리엔탈이라는 이름을 보았을  들었던 나의 선입견이 강하게 작용한  같았다. 오리엔탈의 어휘 자체는 서양의 입장에서 바라본 동양의 모습으로 인도의 힌두교 문화권이나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불교, 유교 영향권의 이미지가 강해서 이러한 몇몇 나라를 떠올렸는데 막상 음식을 접해보니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까지 어우르는 전체 아시아를 나타내  단어가 뜻이 광범위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좋게 말하면 한국 입맛에 맞게  량한 아시아 퓨전 음식이고 나쁘게 말하면  나라 요리의 고유한 특색이 오히려 반감된 음식이 되었다. 몇몇 재료들의 조리법이 살짝 미숙하게 느껴진 것도 아직 개업한지 얼마   새내기 식당이어서 그런  같지만 요리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진중하게 생각하는 경영철학을 가진 식당인  같다.




The end.

작가의 이전글 대풍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