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지 냉면 갈비탕 맛집
코로나가 어찌나 기승인지. PCR검사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3초면 끝나면 코 쑤시기를 위해 30분가량 실외에서 줄을 서서 대기를 했다. 검사를 받고 난 후 은행나무 침대의 황장군이 되지 않았지만 온몸이 꽁꽁 얼어있었다. 때마침 점심시간이 한걸음 다가와 예전에 산책을 하면서 눈여겨보았던 근처 갈비탕 집이 떠올랐다. 점심 무렵 자동차들로 가득 찬 주차장 넘어 사람들이 엄청난 수증기를 내뿜는지 창이 김에 하얗게 설어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막상 11시 15분? 정도 도착하니 주차장이 한산했다. 11시 30분부터 영업 시작이어서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아직 영업 전이어서 그런지 넓은 실내 공간의 공기가 차가웠고 몸 또한 그러했다. 시간이 되니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대충 봐도 20명은 족히 넘어 보였다. 그리고 사람들 또한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하였고 어느새 자리들이 거의 채워졌다. 우린 가장 먼저 주문을 하고 여유롭게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꽁꽁 언 몸을 녹여 줄 갈비탕, 소고기국밥을 하나씩 주문하고 원래 주력 메뉴는 냉면이길래 비빔냉면도 하나 추가하였다.
주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밑반찬과 음식이 나왔다. 밑반찬은 섞박지, 무채, 김가루, 물김치가 나왔다. 맛을 봤는데 확실히 오래된 식당이 그동안 갈고닦은 저력이 느껴지는 맛이 느껴졌다. 세 가지 절임 반찬이 공통적으로 시원하였다. 무언가 육수를 활용한듯한 깊은 맛과 특유의 향신료에서 나는 특별한 향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가게 초입에 반찬류를 따로 포장 판매했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는 맛이었다. 맛을 보자마자 한 번 더 리필하겠구나 생각이 드는 맛이었다. 여담이지만 수많은 종업원들이 번갈아 가며 반찬 더 드릴까요 공손히 권하여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웠다. 그만큼 맛있는 반찬이었고, 고수의 손맛에 기대감은 높아졌고 얼른 뜨끈한 국물을 맛보았다.
먼저 갈비탕을 맛보았다. 상대적으로 큼직한 쪽파가 듬뿍 들어가 있어서 좋았다. 원래 어딜 가든 파나 부추는 엄청 넣어 먹기 때문인데, 이집 갈비탕은 기본적으로 파를 많이 토핑 하여 굳이 추가할 수고로움이 덜어졌다. 국물은 확실히 깔끔한 갈비탕이었다. 여러 내장들을 푹 곤 곰탕과는 확연히 다른 뼈 만으로 우려낸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약재의 향은 상대적으로 적어 은은하게 풍겨서 내 입맛에 맞았다. 고기로 충분히 삶고 또 삶겨서 집게와 가위로 바르는데 아주 수월했다. 살들이 뼈로부터 쏙쏙 잘 빠져나오는 모습이 착해 보였다. 특이한 점을 굳이 꼽자면 인삼이 편채 썰어져서 몇 조각 들어있는데 다였다. 신기하게 그 작은 조각이 생각보다 강한 향을 뿜는 걸 보아서는 꽤 품질이 좋은 삼을 쓰는 것 같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갈비탕이었다. 육수+고기+삼몇조각=갈비탕 이라는 수식이 성립되었다.
다음으로 소고기국밥을 맛보았다. 확실히 무와 파가 큼직큼직 들어가 시원함은 갈비탕보다 높았지만 특색은 크게 있지 않았다. 자고로 소고기국은 필자에겐 제사 음식으로 명절 제사 지내고 난 뒤 가족들이 다 같이 식사할 때 꼭 국으로 나오는 메뉴였다. 그래서 그런지 불가피하게 비교를 할 수밖에 없었다. 흔히 가정에서 식사할 때 나오는 국그릇의 양이 딱 적당한 것 같은데 사발에 많은 양이 담겨서 나와 나에게는 2-3인분을 먹는 기분이 들어 다소 부담스러웠다. 밍밍한 맛은 시간이 지날수록 물렸다. 하지만 무와 파가 큼직하지만 푹 익어 부드러운 식감이 좋았고 소고기 또한 적당히 쫄깃하면서 부드러워 국물의 심심함을 최대한 만회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괜찮았다.
마지막으로 냉면집의 수준?을 느끼고 싶어 포만감보다는 순수하게 맛을 보고 싶은 요량으로 주문한 회비빔냉면을 맛보았다. 함흥식 냉면이어서 전분이 높은 비율로 함양되어 맛보기 전에 가위로 한번 면을 잘랐다. 양념에 흠뻑 뒤덮인 면을 야무지게 잘 비벼서 한 젓갈 후루룩 입에 넣었다. 면의 식감이 굉장히 독특했다. 개성감이 어찌나 높은지. 약간 설익은 라면 면발 같은 느낌이 꼬들꼬들하게 들어서 젊은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안 익은 것이 아니고 씹으면 씹을수록 고구마전분의 특유의 쫀득쫀득함이 더 찰지게 느껴져서 오래 씹으면 씹을수록 면의 탱탱한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양념은 강렬한 맛이 여느 냉면집과 엇비슷했지만 맨 처음 언급한 반찬처럼 특색 있는 시원한 감칠맛 나는 육수의 향이 충분히 배여있어 차별화를 주려고 노력한 것 같았다. 고명으로 있는 명태회도 충분히 푹 삭아 식감이 부드러운 것이 괜찮아 전반적으로 양념, 면, 고명들이 하나하나 정성 들이고 그 정성이 모여 완성도가 높은 음식이 되었다.
면옥이라는 뜻이 한자 말 그대로 국을 파는 집이라는 뜻이지만 한국에서는 무슨 무슨 옥이라는 음이름을 가진 음식점은 냉면과 갈비탕을 파는 식당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힌 것 같다. 특히나 적은 메뉴 수와 각 식당의 일정한 레시피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는 장점으로 인해 각종 면옥 식당이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각 브랜드의 특유의 맛은 있지만 식당에서 먹는 정감 있는 맛은 부족해지는 것 같다. 공심옥도 그러한 면옥의 부류지만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프랜차이즈화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흔해질 수 있는 맛이지만 이곳에 방문해야 느낄 수 있는 맛을 예로부터 유지해 독창성 있는 맛집이 되지 않았나 싶다. 단순히 영업이익만을 위한 요식 사업이 아닌 손님들에게 순수하게 맛있는 요리를 선사하는 그런 맛집이 많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