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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뮹재 Jan 23. 2022

경주집

세종시 표고버섯 전문 전골 맛집


 주말 복숭아씨의 의지로 세종으로 산책할 겸 나들이를 가게 되었다. 세종호수공원을 재와 함께 한 바퀴 돌고 나니 해질녘이 되었고 저녁을 근처에서 먹기로 하였다. 차 안에서 무엇을 먹을까 찾아보니 세종은 근래 개발된 계획도시여서 그런지 지역의 특색이 녹아든 향토음식은 없었다. 조치원으로 가볼까 고민하다가 포기하고 가까운 라멘집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출발하는데, 거리는 멀지 않은데 시간이 도착예정시간이 30분 후 길래 계획도시의 과도한 안전주의 교통시스템에 거부감이 살포시 나를 감쌌다. '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 그렇게 교통법규를 준수하며 초저속 운행을 시작하자마자 주변시야에 경주집이라는 상호가 들어왔다. 필자의 고향인지라 관심이 1차적으로 갔고, 이 도시에서 운전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2차적으로 생겼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표고한우전골을 메인으로 팔고 있어 메뉴가 괜찮아 보여 주차장에 바로 주차를 하고 방문하였다. 직장인들의 점심식사를 전략적으로 노린 상가집합체여서 그런지 다양한 식당들이 있었지만, 주말 저녁시간대에는 정말 한산하다 못해 스산하였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주인장 분께서 주방에서 무언갈 열심히 만들고 계셨고 영업을 하는지 확인을 하고서야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전반적인 인테리어가 노란색 계열의 조명들과 나무 위주의 가구와 소품으로 꾸며져있어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추운 겨울에 잘 어울렸다. 특히 입구에 명태가 명주실에 묶여서 걸린 걸 보니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걸 추측했다. 메뉴판을 보고 전골 2인분과 사이드로 하나를 더 시킬까 했는데 가격이 꽤 높아서 둘이서 고민을 하다가 다 못 먹으면 포장해서 가면 된다는 긍정 회로를 작동시켜 표고버섯탕수육을 함께 주문하였다.



표고버섯 탕수육 28,000원


  전골이 조리되는 동안 탕수육을 먼저 맛보았다. 표고버섯으로만 이루어진 탕수육인 줄 알았지만 뜻밖에 돼지고기가 지분을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 튀김옷의 색깔로 봤을 때 깨끗한 기름에 잘 튀겨져 나온 것 같아 청결해 보이는 모습에 친근감이 생겼다. 튀김 반죽이 두텁지 않고 거의 전분가루를 살짝 뭍여 튀겨 표고버섯의 색과 형태가 온전히 보였다. 표고버섯부터 먹어보니 맛이 괜찮았다. 돼지고기의 육향이 살짝 있고 고기 비린내 같은 건 없이 표고버섯 특유의 풍부한 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식감은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마른 표고버섯을 물에 불려 조리를 해서 그런지 질척이지 않고 어느 정도의 수분만 머금고 있어 촉촉하면서도 쫄깃했다. 돼지고기는 여느 탕수육과 별반 차이점을 못 느꼈다. 그래서 그런지 표고버섯의 비중이 좀 더 높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았다. 표고버섯을 먹을수록 수가 확연히 줄어드는 것이 보여서 아쉬움이 생겼기 때문이다.  양은 둘이서 먹기 적당한 양이었다. 그 말인즉슨 가격 대비 양이 다소 적을 수도 있다.




표고한우전골(2인) 22,000원


 메인인 표고한우전골을 즐길 차례가 왔다. 즐기기 앞서 비조리 상태로 냄비에 담겨 나와 테이블에 설치된 인덕션으로 조리를 해야 했다. 시간이 다소 걸리긴 했지만 재료들이 얼마나 신선한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점은 좋았다. 기본적으로 빨간 다대기가 들어간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다대기를 기호에 맞추어 첨가하고 싶다면 주문 시 요청을 해야 한다. 다대기가 들어있는 줄 몰랐는데 끓이면서 점차 붉어지는 국물을 보고 뒤늦게 알아차려 고춧가루 없는 깔끔한 국물 맛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충분히 푹 끓이니 양념 거품이 일어났는데 테이블에 적힌 안내문에 거품을 걷어내지 말고 그대로 먹으면 풍미가 더 좋다길래 그대로 놔두었다. 한소끔 푹- 끓여낸 뒤 그릇에 적당량 덜어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하였다. 국물 맛을 보니 감칠맛이 풍부하였다. 마늘과 고추, 다대기로 간이 되어서 그런지 먹다 보면 짭을 수 있지만 그 정도가 적정선에서 잘 맞춰서 식사를 하는 도중에는 간이 센 것에 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특히 표고버섯의 향이 잘 스며들어 좋았다. 나에게는 송이의 소나무 향도 은근하게 풍겨서 전골에서 피톤치드의 산 속향을 느꼈다. 요즘은 표고와 송이를 개량해서 판매를 하는 것을 보았는데 마치 그러한 느낌이 들었지만, 식당에서 사용하는 표고버섯을 따로 판매하는 것으로 봐서 순수 표고버섯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명절에 먹는 소고기뭇국이나 육개장의 맛이 떠올랐고 밥과 함께 먹기 양이나 간의 정도가 좋았다. 전골이 주인공이 되진 않고 반상의 국 역할 정도를 충실히 수행하는 조연의 느낌이었다. 밥을 다 먹고 남은 전골만을 먹기에는 확실히 간이 자극적으로 느껴져서 굳이 억지로 국물을 다 먹지는 않았다. 점심식사로 먹으면 속이 든든해 해지는 것은 기본이고 부작용으로 식후 몸이 나른해져 잠이 솔솔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경주느낌은 아닌, 청주 짜끌이 버섯전골이랄까..?
- original 경주인의 자존심..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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