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살아내기

by 느린날들

오늘은 등산화를 신고 나왔다. 오랜만에 신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눈길에 미끄러웠다. 오늘 할 일을 아침에 투두리스트 어플리케이션에 정리해두고 약간은 즉흥적으로 움직였다. 마음의 짐이 분명히 있다. 무게감을 무시하지 못할 정도다. 마음이 복잡한지 어쩐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 노트북을 켜고 자리를 잡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학교 근처 카페에 왔다. 이어폰에서는 드라이브 갈 적에 듣는 플레이리스트가 재생되고 있다. 지금의 나는 자리에 앉아있지만 어디론가 떠나는 기분이 든다. 등산화도 비슷하다. 등산을 가고 싶었는데 그동안 날씨가 추웠고 눈도 와서, 등산 초보인 내가 산을 타기엔 무리였다. 평지라도 내가 산이라고 여기면 산이다, 하는 마음으로 신고 나왔다.


머릿속에서는 마음의 짐이 계속해서 나를 누르고 있다. 이럴 때는 ‘어쩌라고’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는 수밖에 없다. 내가 말해놓고도 스스로 반박을 이어가는 모양새가 우습기도 하지만, 그렇게 몇 번이고 마음을 눌러 진정시킨다. 나도 무던한 사람이고 싶다 바래보지만, 그렇지 못하게 태어났고, 무던하건 예민하건 간에 장단점이 다 있을 텐데도 괜히 부럽다.


약간은 절박한 것 같다. 이렇게 쉬는 시간이 마냥 편하지 못한 데에는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 국내 주식 시장이 활황인데, 다달이 들어오는 월급이 있어야—현금의 여분이 있어야—조금씩이라도 분할매수를 할 수 있을 텐데, 그 점이 아쉽다. 일할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아도는 나의 힘이 아쉽다. 건실한데 일을 하지 못함이 아쉽다.


플레이리스트에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그중 야외 러닝할 때 자주 듣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breathin이다. 계속 숨 쉬라는 말이,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숨을 한 움큼 들이마시고 고비를 넘기게 한다. 그렇게 계속 달린다. 지금은 조정 중이다. 값이 오르기 전 숨 고르기를 하는 기간이다. 침을 꼴깍 삼키고 계속 숨 쉬는 구간이다. 버티는 시간을 견뎌내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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