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월이다. 예전에는 3월이 되면 학기 초라 분명 설레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그 나이, 그 시기가 지났는지 서른하나의 나는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 서른하나. 전혜린이 말했던 절망적인 나이 서른을 넘어선 나이다. 더 이상 나이 들어가는 일에 슬퍼하고 추모하지 않겠다 다짐하지만, 뻣뻣해진 몸을 보면 그런 생각은 다시 180도로 나를 돌려놓는다.
오늘은 대전에 내려가는 기차에 올랐다. 아침에는 속이 좋지 않아 일부러 늦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였다. 여유롭게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출발했다. 사람들이 자리를 찾느라 한 차례 소동을 벌였다. 일찍 앉은 나에게는 그 움직임이 소동처럼 보였다. 다행히 내 옆자리는 빈자리로 남았다.
다행이라고 말하는 데에는 솔직한 이유가 있다. 가방을 위에 올려두었는데, 꺼내고 내리는 일이 수월할 것 같아서였다.
궤변을 좋아하는 나의 성격이 들통난 것만 같다. 모든 행동과 언행에는 저마다의 솔직한 이유가 숨겨져 있다는 것. 그것의 레이어를 벗겨보는 일이 어른의 일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 같다. 싫은 이야기를 좋은 포장지에 싸서 건네는 사람들처럼.
다 알면서도 그대로 행동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