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브론 제임스 통산 득점 1위 달성을 기점으로 요즘 NBA 농구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큰 것일까요? 연달아 농구에 대한 평소 생각을 정리해 보고 작게나마 공유해 봅니다. 농구 좋아하는 분들에게 재밌는 생각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금기 시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또 해보려고 합니다. 축구나 농구에서는 불문율처럼 여겨지는 필수 스탯 "어시스트"입니다.
물론, 저도 어시스트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시스트라는 것이 정말 승리를 위한 핵심적인 지표인지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지난 글부터 지속 이야기해왔듯이 "지금의 NBA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스탁턴의 사진은 단순히 어시스트가 주제라서 넣은 것입니다!)
어시스트는 슛 메이드로 바로 이어지는 패스를 말합니다. 시대별로 다르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약간의 드리블이나 피벗 동작 이후의 득점까지 어시스트에 포함하고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NBA 기록은 15,806으로 John Stockton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1경기 최다 어시스트는 30개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자주 언급하는 The king James는 23년 2월 기준으로 약 10,300여 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통산 누적 어시스트 4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커리어 평균으로는 약 7~8개 정도로 생각됩니다. (앞으로 몇 년을 더 뛸지는 모르겠지만 5년을 전경기 출장한다고 해도 평균 어시스트 감안 14,000개를 넘는 것은 불가능하겠네요. 스탁턴의 기록이 누적 득점보다도 어려운 기록임을 다시 한번 실감합니다)
"어시스트는 정말 승리를 위해 중요한 것인가?"
평소에도 3점 슛 시대 이후의 어시스트 절대치는 승리에 직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 이유는 과거의 어시스트 패스와 지금의 어시스트 패스는 패스의 질이나 각도, 패싱 영역(코트)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 결과적으로 패스의 질적영역의 제의문은 근거가 없으니 온당한 관점은 아니라는 것이 맞겠습니다.
그럼에도(속공상황은 제외하고) 하프코트 오펜스를 가정해 봅시다. 하이 포스트에서 미들이나 로우포스트로 연결되는 패스를 주로 하는 경우(과거)와 퍼리미터 지역에서 스위치나 도움수비로 인한 비어있는 선수를 향한 횡패스(현재) 간에는 패스의 난이도나 창의성 측면에서 현저히 차이가 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물론 지나친 일반화라고 생각합니다만) 지금의 리그는 "평균이상의 패서(passer)라면 볼 포제션이 많을수록 어시스트 개수가 늘기 쉽다"라고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엉터리 패스라도 넣으면 A패스 / 고퀄 패스라도 못 넣으면 꽝"
특히, 제가 보기엔 3점 라인에서 벌어지는 어시스트 show는 그다지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3점 슛은 한경기 양팀총합 10~20 여개 빈도(90년대)에서 80 여개가 나오는 경기도 있는(2020년대) 상황까지 왔습니다.
롱레인지 슛은 결국 던지는 사람이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 것이죠. 림에서 멀어질수록 확률이 낮아지고,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하게 될 텐데, 단순히 패스의 품질이 좋다고 슛이 더 잘 들어갈까?라는 의구심이 늘 있었습니다. (그나마도 지금 퍼리미터 지역의 수비가 헐거워서 사실상 누가 잘 넣나 게임이라고 저번 글에서 말씀드린 바도 있습니다만..)
재미있는 그림이 하나 있어서 소개해 봅니다. 97년 이후, 1경기 어시스트 절대 개수와 승리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것입니다. 상관계수가 0.5를 넘지 않는 상대적으로 다소 약한 상관계수를 보여줍니다. 즉, 어시스트를 아무리 많이 하더라도 질 팀은 지고, 적게 하더라도 이길 팀은 이겼다는 점이죠. (예를 들어 휴스턴로케츠의 털보 하든을 떠올려 보시면 좋습니다. 극단적 아이솔레이션 3점과 골밑 공략 만으로 정규시즌 많은 승수를 쌓았습니다)
어시스트 많이 한다고 이기는 게 아니었습니다. 결국 "어떤 패스든 받아서 잘 넣어 주는가?"가 중요한 것이죠. 단순 상관계수 하나로 너무 큰 비약일까요? 저는 이것이 요즘 농구(3점 중심)에 더욱더 상관계수가 낮아질 것이라는 점에 한 표 던지겠습니다. 다음 그림 한번 볼까요?
위 그림은 18~19 시즌의 슛거리별 어시스트와 필드골 성공률의 상관관계입니다. 제 예상대로 림과 가까운 4ft 이내는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추정할 수 있으나, 림과 멀어질수록 특히 3점 슛의 영역(중단의 주황색/하늘색 3점 슛, 하단의 핑크색 로고 샷 등)으로 갈수록 전혀 상관관계가 보이지 않습니다.
"3점 슛이 각광받는 요즘 농구에서 하이포스트 지역의 어시스트는 승리기여도가 높지 않다"
이것이 제 결론입니다. 그런 의미로 하이포스트에서 볼을 잡고 돌리며, 3점 라인의 플레이어에게 어시스트를 전달하는 것은 3점 슛의 성공률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며, (승리에 가장 큰 상관관계인 필드골 성공률에 대한 기여도가 낮다면) 팀승리와 큰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있겠죠. 사실, Curry가 어시스트받아서 3점 잘 쏜다기보단, 만들어서 넣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deep three는 어시스트받으면 더 잘 들어갈까요?
* 근거는 없습니다만, 이미 공격수의 실린더는 하이 포스트에서 "완벽"하게 보호되고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A패스와 기타 상황 간,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조금 덜 or 조금 늦게 수비수가 달라 붙는) A패스 3점이냐, 아니면 주어진 간격에서 원래 시도하던 3점이냐의 차이겠구나 싶습니다.
물론 어시스트 중요합니다. 앞서 말한 대로 림 근처, 특히 로우포스트 지역으로의 어시스트는 승리를 위해 아주 중요하죠. 다만, 지금의 어시스트가 플레이어 개인의 능력이나 슛성공률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제공되고 있는지 저는 좀 의문이 듭니다.
그런 까닭에 저는 요즘 농구의 "어시스트 포함, 올어라운드 플레이어"에 대해서 그다지 "뛰어나게" 보지는 않습니다. 올어라운드 플레이어가 인정받으려면 그 선수의 득점과 어시스트, 리바운드가 증가할수록 팀 전체의 스탯과 승리도 같이 증가해야만 합니다. (만약,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면... 그 선수는 위의 예시에 딱 맞지 않을까 하네요)
저는 그보다는 득점과 리바운드를 평균적으로 "더블더블" 하는 플레이어를 더 높게 쳐줍니다. 볼을 '독/과점' 하지 않고, 승리에 더 충실히 기여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라도 NBA 보실 때, 3점 라인 부근의 A패스들 잘 살펴보시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 아..참고로 좌우측 코너지역은 정면, 45도 보다 3점 라인이 짧아서 스팟업 슈팅 지점으로 주요 공략 대상입니다. 그 지역에서는 당연히 공간이 좁아서 패스 받아서 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그곳에서 넣는 슛의 대부분은 A패스가 됩니다. 늘 보는 장면이죠. 공격수가 돌파합니다. 페인트 존까지는 왠만하면 3스텝 이내에서 도달하죠. 1차 수비수는 이미 횡으로 벗겨진 상태니, 도움 수비수 한명 달려올거고요. 그럼 비어있는 좌/우 코너로 패스 후 던집니다. 3점슛~ ! 들어가면 A패스가 되는 익숙한 패턴입니다.
** 어시스트가 이타적 플레이어, 팀을 생각하는 플레이어의 대명사라고 생각치 않습니다. 어시스트는 온볼 상황이 많은 플레이어, 팀전술의 키맨, 리딩플레이어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어떤의미로 필드골 다수시도 플레이어 만큼이나 볼호그 경향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득점도 많이 하고 어시스트도 많이 하는건 볼포제션의 과점을 의미하죠. (농구에서 진정한 이타성과 팀플레이어는 기록지에 드러나지 않는 스크린, 허슬, 공격리바운드 등입니다. 패스 중에는 A패스 이전의 연계 패서들이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