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만의 관점으로 보는 농구이야기 4번째입니다. 이쯤 되면 농구(NBA)에 대한 오랜만의 제 관심이 The king이 쏘아 올린 작은 공 때문이라고 불러도 무방하겠네요.
오늘도 어김없이 둘째 녀석을 데리고 동네 공원에 마실을 나갔습니다. 날이 살짝 풀려서 일까요? 흙바닥 농구코트에도 삼삼오오 농구공을 튕기는 청소년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10년만 젊었어도 같이 끼어서 플레이하고 싶은데 40대 중반이 되다 보니 확실히 몸걱정이 앞서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기만 합니다.
농구가 많이 변하긴 한 것 같습니다. 동농에서도 스텝백이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우리의 커리가 많은 이들을 스텝백으로 이끌었나 봅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어라.... 피벗 풋이 떨어지며 투스텝을 더 밟습니다. 아무리 봐도 트레블링입니다. 스텝백 점퍼는 들어가고 수비하던 친구는 그대로 실점을 인정하네요.
이건 좀..아니지 않나... 싶어 오늘도 한달음에 또 다른 금기인 트레블링에 대한 짧은 생각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핸드체킹 금지와 더불어 제가 사랑하던 NBA를 앗아간 주범 중 하나가 바로 이 트레블링이죠. (제목은 그냥 자극적으로 적어봤습니다만.... 이 글 마지막쯤에는 나름 끄덕이시는 분도 있을 듯합니다)
농구의 트레블링(내용의 편의를 위해서 Rule 중에서 드리블링 등 진행과정 중 트레블링으로 한정해보죠)은 의외로 간단하며, 또 복잡합니다. Rule 북을 한번 볼까요? (FIBA Rule 역시 2010년대 중반 이후 NBA와 유사 규정을 사용하므로 NBA Rule로 공유해 봅니다)
[NBA Rule book]
A player who gathers the ball while progressing may take two steps in coming to a stop, passing or shooting the ball (중략) The first step occurs when a foot, or both feet, touch the floor after gaining control of the ball.
플레이를 진행하는 동안 공을 잡은 선수는 멈추거나 패스하거나 슛을 하기 위해 2 스텝을 취할 수 있음 (중략) 첫 번째 스텝은 볼의 통제를 얻은 후, 한발 또는 양발이 플로어에 닿는 경우 발생함
단어의 정확한 해석까지는 모르겠지만,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 라이브 볼의 진행 중 트레블링이란 공의 통제를 얻은 후 한발 또는 양발이 닿고 (1스텝), 나머지 한 발을 더 내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드리블 - 원 - 투 - 레이업의 리듬과 크게 다르지 않네요. 맞나요?
그런데 NBA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원-투 리듬으로 드라이브인 피니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Rule book이 개정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걸까요?
자 규정은 보았으니 이제 트레블링을 잡아봅시다. 아래는 3가지 예시가 있습니다. 이 중 트레블링은 몇 번째 영상일까요?
1번
2번
3번
다 트레블링 아닌가요?? 3점 라인 안에서 공을 튕길 필요도 없겠네요. 다만, 자세히 보면 분명 보이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3개 모두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스텝들이긴 합니다. 학창시절 동농은 물론 사회인 농구에서 위의 3가지 스텝을 밟고 트레블링을 안 불려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럼 정답 확인해 볼까요? 정답은 "3번 : 트레블링"이 되겠습니다. (1~2번은 모두 legal step 입니다)
모든 영상이 3발을 걷는 이유는 NBA는 예전부터 공잡은 후 두발은 용인해 주자는 분위기였고 (그래도 과거에는 정말 제로-원-투 3발이 최대였는데.. 지금은 잔발을 포함해서 8스텝도 봤습니다만), Fiba 역시 그런 흐름을 받아들여 10년대 이후에는 zero스텝 개념을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1번과 3번을 비교하면서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1번 영상에서는 볼의 통제와 동시에 플로어에 붙은 발을 Zero-step 처리하게 되므로 그 이후 오른발부터 1스텝 - 2스텝으로 legal step이 됩니다. (2번 영상도 동일)
반면, 3번째 영상은 드리블 시작 시점에서 왼발을 딛는 순간 이미 볼이 플레이어의 통제(control) 안에 들어와 있으므로 왼발이 zero-step이 되고, 그다음발이 1스텝이 됩니다. 총 3스텝으로 rule 상 illegal step 처리가 됩니다.
예리한 분이거나, 농구를 좋아하는 분들은 보셨겠지만, 잠깐 보거나 하는 경우 찾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공을 두 손으로 잡는 경우가 볼의 통제라고 보이는 경우가 '상당히'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므로 3번째 영상이 1~2번 영상과 달리 '잘못'되어 보이기가 더 어렵습니다.
* 아.. 저 3번 무브도 그냥 정상 스텝 처리해도 무방할 정도로 요즘 NBA에 어처구니없는 스텝이 많이 등장하긴 합니다. 문제는 엄청나게 빠른 드리블 과정 속에서 볼의 통제시점을 찾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캐링더볼 까지 잘 안 잡는 NBA다 보니 사실상 헤지무브와 캐링을 합치면 3점 라인 안쪽은 3단 뛰기 시합, 달리기 시합이 될 것만 같습니다. 아름다운 풋웍으로 드라이브인을 하는 모습을 본지가 정말 오래된 것 같네요.
핵심은 볼의 "통제"입니다. 볼의 통제는 한 손으로도 할 수 있죠. 가령 손이 무지 큰 야니스 아데토쿤보나 카와이 레너드 같은 친구들은 굳이 캐링 더 볼을 하지 않더라도 드리블링 과정에서 팜볼을 하며 볼을 위에서 통제할 수도 있으니까요.
자, 이제 합법적으로 제로 스텝 포함 3발을 걷게 되었습니다. 2발이 아니라 3발도 모두 인정되는군요. 근데 왜 저는 트레블링이 지금 농구를 망치는 문제라고 하는 걸까요? 농구에서 딱 한걸음만 더 걷는 것이 핸드볼이라는 점은 엄청나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선 좀 더 이야기하기 전에 한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고 넘어가야 하겠네요.
"As a fan watching the game. You can call a traveling on almost every play in the NBA. It's all dependent on the referees and players' seniority in the league. If you're a veteran in the NBA, you don't get travels called. If you're a rookie in the NBA, you're going to get that whistle a lot"
'21년도에 팬들의 질문에 대한 영상 답변에서 드웨인 웨이드가 했던 말입니다. 대략 의역하면 한 사람의 팬으로서는 NBA 경기에서 많은 트레블링 콜을 잡아낼 수 있을 것이고, 트레블링이 지적되는지 여부는 심판의 재량과 그리고 선임/신참 플레이어의 차이라는 것인데요. 농담인지 진담인지는 알 수 없으나 뼈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NBA에서 한 경기에 몇 번이나 트레블링이 지적될까요? 20~21년에는 거의 1개 수준까지 떨어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과거 2000년대 초반, 90년대에는 3개~5개도 불렸던 것으로 기억하는 반면에 말입니다) 거의 트레블링이 불리지 않는 수준까지 나온 것이죠.
사실, NBA가 일련의 규칙을 바꾸면서 공격농구를 지향하고 그 과정에서 트레블링에 대한 지적을 상당히 완화했다는 것은 NBA 과거 선수들의 지적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골대까지 3걸음 4걸음을 걸어서 드리블 없이 링에 도달한다고 푸념하는 경우도 기사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러닝 스텝에서의 2 스텝 초과 이슈뿐만은 아닙니다. 트레블링 위반이 자주 무시되는 영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헤지테이션 무브와 함께 빠르게 이뤄지는 드리블 과정 중 control 된 볼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
2. 스핀 무브 등의 경우에서 피벗풋이 바뀌거나 떨어지는 경우
3. 스팟업 슈터의 캐치볼 이후 3 스텝을 걷는 경우
4. 공을 받는 과정에서 오버스텝으로 걷는 경우
5. 드라이브인 퍼스트 스텝을 투스텝으로 처리하며 피벗풋을 떼거나, 끄는 경우 등등
3점 농구의 엄청난 인기와 화려함으로 인해서 NBA 사무국은 한참 3점 라인의 슛자유도를 엄청 높이는 조치를 단행했었습니다. 그 결과 등장한 일종의 해프닝이 하든의 3점 자삥쇼였죠. 한두 시즌 정도 당했었나요? 그 이후 부랴부랴 팔을 걸어서 슛을 하거나, 수직 점프를 하지 않고 충돌을 야기하거나, 드라이브 인 후 수비수 방향으로 역점프를 하는 등의 행위를 모두 공격자 반칙으로 묶는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심판은 눈이 여러 개는 아니죠. 3점 라인에서 파울만 잡아내는 것이 실적이었을 시절에 언감생심 트레블링 콜을 보고 있을까요? 공격농구를 이끌어야 하는데 말이죠. 파울 잡는데 온갖 관심이 쏠리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3점 슛의 남발이 가져온 것은 괴물 같은 공격 페이스와 총득점이죠. 한 경기 120점 130점대 경기가 쏟아지면서 고득점의 피로감이 쌓여가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번 시즌부터 트레블링 콜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특히, 3점 라인의 페인트 모션 후 슈팅이나 스텝백 무브에 대해서 조금 더 트레블링을 부는 것 같습니다)
실제 non-called 트레블링 영상입니다. 캐링 더 볼 하고 6발을 걸어서 드디어 적당한 3점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입니다. 해지 무브를 섞어 보는 가상한 노력조차도 없습니다. "난 한 손으로 공을 잡으려고(통제하려고) 하는 중일뿐이야, control 이전의 접촉은 스텝으로 치지 않아!" 라는 엄청난 자신감이 보입니다. * 논콜 트레블링 영상이 너무나도 많아서 다들 찾아보실 수 있으니, 한 개만 올립니다.
옛날에도 똑같습니다!라고 주장하는 분들 많습니다. 물론, NBA의 트레블링 룰은 오랜 시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도 트레블링 지적이 없던 상황들이 분명 있었습니다. MJ도 위반했다. 느린 영상으로 자세히 보면 피벗풋이 좀 끌린다. 지금만 그런 것은 아니다..는 식의 주장도 충분히 일리 있습니다. 다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트레블링 콜의 절대량이 현격하게 감소해서 거의 안 불리고 있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엄청난 차이입니다. 그럼 조던의 트레블링 영상을 한번 볼까요? (이건 실제로 트레블링 콜이 불린 영상입니다)
(해외 팬의 댓글 반응처럼..) 이게 트레블링이면 지금의 NBA는 트랜스포테이션 또는 멀티버스 여행이라고 농담할만합니다. 느리게 편집해서 그렇지, 실제 속도에서는 엄청나게 빠른 스피드이고요. 팜볼이나 캐링 더볼 무브가 최대한 없이 제대로 된 해지 무브를 가져가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조던의 풋웍 스피드가 원래 넘사벽이라 어마어마하게 느껴지네요. 그리고 해지 무브 이후의 스텝은 (고맙게도) 제가 아는 익숙한 원투 리듬입니다. 무려 에어 조던인데도 말이죠! 제가 보기에도 이게 트레블링이면 요즘 경기는 한 경기 10개 트레블링은 기본이어야 합니다.
일전의 글에서 과거 선수와 요즘선수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볼 때, 피니쉬 지점을 보며 감탄하기보다 퍼스트 스텝 지점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요즘 농구가 과정보다는 피니쉬의 농구로 변해왔다고 주장하기도 했죠. 그 과정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 트레블링 콜입니다.
공간이 넓게 생긴 만큼 공격수의 각종 기만 동작이 활개를 치는 요즘 농구입니다. 수많은 움직임이 찰나에 지나가기 때문에 트레블링을 잡기 쉽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만약 그렇다면 해지 무브나 스핀 무브 등에서 발생하는 피벗 풋의 지저분함이나, 캐링더 볼에 대한 약간의 예외 적용정도가 한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NBA의 트레블링콜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해 버리는 지경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만 연화된 트레블링을 걷어 낼 수 있을까요? 저는 조심스레 이제부터는 시작하지 않을까 합니다. 새로이 상징적인 누적 득점 1위도 나왔습니다. 한 시대의 서사가 마무리되는 단계인 것이죠. NBA 수뇌부는 분명 현재의 과다 득점의 이슈를 해결하려 할 것이고 트레블링 콜을 조금이라도 강화할 요인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익숙해진 스텝을 고치려면 엄청나게 어렵겠지요. 제로스텝의 무리한 인정 추세를 단기간의 뒤집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말입니다. 외눈박이 세상에서는 두 눈 박이가 문제겠죠? 3발 걷는 세상에서는 3발 걸어야 하겠네요. 그저 농구를 재밌게 볼 수 없음이 아쉬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