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그에게 해준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 아예 말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니까. 그의 언어와 상관도 없는, 오로지 그녀의 기준에만 합당한 것들이었어. 일찍 일어나라. 시키는 대로 해라.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좋은 일 한다고 공부해라. 지금도 아이들이 부모에게 숱하게 듣는 알맹이 없는 이 말들. 물론 이 말들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자식들은 그 말들이 언제 어느 때 나올 줄 알고 있는 거야. 이미 잘못을 알고 있는 학생은 나무랄 필요가 조금도 없는 것처럼.
어머니가 사악했다는 것은 아니야. 아이가 착한 것처럼 어머니도 착했다고 할 수 있어. 그녀는 자신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사랑을 쏟는 것을 몰랐지만,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배워 따라 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의무를 게을리 한 적이 없었어. 남편이나 아이들의 옷이 더러워 게으른 여자라는 이웃의 눈총을 받지도 않았고, 사소한 일로 이웃과 싸우며 욕을 퍼붓거나 하는 일도 없었을 뿐 아니라 남의 밭에서 고추를 깻잎을 따온 적도 없었어.
그녀는 한 가지만 뺀다면 착하고 의무감이 강한 여자였어. 그렇지만 그녀는 육십 년이 넘도록 그것을 알지 못했어. 알려주는 사람이 일단 없었고, 설혹 자신의 의식 속으로 그런 것이 들어올라치면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 자신을 방어해 버렸으니까. 난 한 번도 도리를 어긴 적도 없고, 할 일을 미룬 적도 없어. 그러니 내 속 어느 한 구석에 불순한 것이 들어앉아 있다고 말하는 자가 있다면 그것을 까 보여 그 인간에게 낱낱이 보여줄 거야, 라고 말이지.
그녀는 아마 죽는 날까지 그것을 모르고 살 거야. 그래, 그러는 것이 좋을 거야. 그렇게 된다면 그건 그녀에게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어. 사실 이런 사람들이 자신의 악한 면을 알게 된다면 그것처럼 불행한 일은 없을 거야. 그렇게 되면 자신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거나 급기야는 죽음을 택하게 될지도 몰라.
아무튼 착한 아들은 어머니의 요구를 수용하려 했어. 어린 그의 눈에 어머니는 누구보다도 훌륭해 보였고, 어머니보다 나은 사람도 없어 보이기도 했을 테니까. ― 다른 사람을 깎아 내림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고귀하게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는 것을 안 것도 훨씬 나중의 일이야. 그 때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어. 그 때는 왜 몰랐을까? 하지만 그로서는 어쩔 수 없었을 거야. 그는 피와 살을 가졌고, 지나간 뒤에야 그것을 깨닫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니까.
사람이란 모름지기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 기분 나쁜 일이 있거나 슬픈 일이 있어도 사람들 앞에서는 그것을 표현해서는 안 되는 거야. 그러면 사람들은 널 업신여기게 될 거야. 당당하게 웃으면서 살아야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어머니는 늘 그렇게 말했어. 그런데 그는 어머니의 말을 간혹 실천했지만 더 자주 그것을 잊어버렸어. 그는 사람들이 쉽게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할 때의 불완전한 인간이었고, 또 어렸으니까. 그래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가 직접 금지하거나 그랬으리라 여겨지는 일들을 하고 있었어. 어머니가 꽁꽁 숨겨 둔 장롱 속의 과자를 꺼내먹고, 마을의 어린 아이를 때렸고, 화장실이 아닌 음침한 곳에서 볼 일을 보았어. 그것이 어떤 쾌감을 가져왔는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굉장한 것이었어. 그런데 기억에 오래 머문 적이 없었어. 곧 기억에서 지워졌어. 그러니 이런 자신의 모습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게 당연했을 거야. 그러다가 어느 날 불쑥불쑥 그것들이 방문하면서 눈치를 채게 되었을 거야.
그렇다고 그런 행동이 자제된 것은 아니었어. 썰매를 타다가 옷이 젖으면 그는 어머니 몰래 마루 구석에 보이지 않게 끼워 놓았어. 그리고 어머니 기척소리만 들리면 책을 들고 공부하는 체했거든. 어머니의 잔소리가 두려웠을까. 물론 그랬겠지. 그는 여전히 착한 아이로 남고 싶었을 거야.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그런 아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
그가 도둑이 되기로 작정한 것은 아닐 거야. 나는 도둑이 될 것이다, 라고 장래희망을 말하는 아이들은 없으니까. 그 때까지 그런 것처럼 그는 무엇인가를 훔치고 또 훔치는 사이 그런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을 뿐일 거야.
처음에는 연필과 사인펜을 훔쳤을 거야. 그 다음엔 동화책, 만년필, 참고서 같은 것. 그리고 점차 커져갔겠지. 도중에 누군가에게서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경고를 듣기도 했을 테지만 소용이 없었어. 그는 자신이 그런 일을 하는지 여전히 몰랐거든. 사실 그가 외갓집 조롱박을 훔칠 때만 해도 큰 문제가 될 염려는 없었어. 아이들이 누구나 거치는 과정이고, 그런 버릇은 자라면서 쉽게 사라져버리니까. 그러나 그는 그러지 못했어. 훔치는 물건은 갈수록 커져갔고, 숨을 죽이고 물건을 훔칠 때마다 짜릿한 쾌감을 느꼈으니까. 그런데 이상한 일은, 그가 무엇인가를 훔칠 때마다 사소한 일에서 실패를 보게끔 되어 있었던 그의 운명에 어떤 서광 같은 것이 비쳤어. 그래서 그는 희열에 차 중얼거렸어.
‘그래, 무언가를 훔칠 때마다 좋은 일이 일어났어. 한 번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고, 다음에는 선생님으로부터 뜻하지 않게 선물을 받았지. 앞으로는 공부도 잘 되고, 좋은 일도 거듭 생길 거야.’
어느 해 여름, 그는 많은 일을 겪었어. 강렬한 조명처럼 햇빛이 사람들의 눈을 찌르고, 그늘이란 그늘을 모조리 빼앗아버렸던 그 여름. 그는 많은 돈을 훔쳤고, 드디어 가출을 결심했어. 경찰에게 붙잡혀 다시 돌아오기는 했지만. 나중에 보아도 그의 삶에 치욕스런 여름이었고, 어떻게 잊으려고 발버둥 쳐도 잊을 수 없는 상처가 되어 버렸어. 그 이후로 그는 사람들에게 불량학생으로 낙인찍혔거든. 오랜 시간 마치 음지식물처럼 햇빛이 있는 곳으로 나오지 않고 축축하고 어두운 곳에 움츠려 있었거든.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어떤 일이고 미리 작정하고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지. 사람은 이성적인 동물이라고 곧잘 말해지지만 그것은 이성은 사람에게 있어 아주 일부분에 불과해. 지구가 코스모스의 먼지에 불과한 것처럼. 그가 읍 소재지 농협 안으로 들어갔을 때만 해도 아주 평온한 상태였어. 뜻밖의 상황 같은 것은 전혀 생각지 않았지. 그 때 아마 그는 노트 한 권을 사기 위해 면소재지의 작은 연쇄점에 들렀을 거야. 하지만 판매대가 비어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겠지.
그 다음 그는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쪽의 행동을 택했어. 한참동안 도덕적인 갈등을 겪는 대신에 말이지. 그는 안을 휘둘러 본 후 오랫동안 욕망의 대상이 되어왔던 운동화를 집어 들었어. 갈색 가죽에 하얀 끈이 달린 축구화. 그것을 들고 서둘러 나오려다 하필 그의 눈에 금고가 눈에 띄었어. 평소와 달리 닫혀 있지 않고 약간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거든. 그 사이로 몇 개의 지폐가 보였고.
순간 그가 어떤 미소를 지었을까. 티 없이 맑은 미소는 아니었을 거야. 그렇다고 다른 도둑들이 그러는 것처럼 판매원에게 감사를 표시하지도 않았고. 그는 밖을 한 번 본 후 손가락으로 지폐를 집어냈어.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을 알았고, 이것이 바로 삶의 약동이 아닐까 생각했어. 또 이 순간은 되돌릴 수 없으며 그가 바라는 행운이라는 것도 찾아오리라 생각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