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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주 Jan 31. 2023

월간독서 1월 :: 한강 <소년이 온다>

우리는 애써 잊지 않아야하는, 누군가에게는 애써도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

한강 작가의 글은 절대 쉽게 읽히지 않아, 하는 친구의 말에 <소년이 온다>를 읽기 시작했다. 원래도 소설을 잘 읽지 못하는 나이기 때문일까? 정말 쉽게 읽히지 않았다. 한 문단을 읽고 다시 한 문장을 거슬러 올라가 읽고를 반복했다. 처음에는 읽기 힘들다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이 뼈아픈 역사를 더욱 곱씹어 소화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 


518 민주항쟁에 대해서는 교과서에서 배운정도의 내용만 알고있었다.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각 인물들의 이야기로 그 시대를 간접 경험한 나는, 완독한 뒤 이 사건에 대해 더 알고싶은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아무리 자료를 찾고 읽어보아도 무엇때문에 같은 인간이, 같은 민족에게 이런 끔찍한 짓을 할 수 있었던건지는 영원히 이해하기 힘들것이다. 


한강작가의 집필 배경이자 간증과도 같은 마지막 챕터. 그곳엔 사건의 이유에 대한 고찰따윈 없었다. 그저 어린시절 마주한 (얼굴이 찢긴채 죽임 당한 12살 어린 소녀의) 잡지속 사진 한장을 시작으로, 그 시대를 건너온, 혹은 건너오지못하고 영원히. 소년으로 머무른 많은 사람의 슬픔을 쏟아낸듯했다. '대체 왜 이런 끔찍한 일이 생겨야만 했던걸까' 라는 질문이 마음속에서 소용돌이 쳤다. 그 어떤 이야기에서도 흐르지 않던 눈물이, 15살 동호의 묘비에서 조용히 초를 태우던 그의 모습을 상상하며 흘렀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역사를 잊지마라, 잊지않아야한다 처절하게 외치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하지만 역사를 잊지않은 민족에게도 미래는 없는듯하다. 가족이나 동료를 잃었다면 그 슬픔이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것같다 생각이 어렴풋 든다. 하지만 일면식도 없던 사내, 교도소에 수감되어 같이 고문을 당하고, 고름이 터져나오는 손으로 함께 밥을 나누어먹던 아무개의 죽음도 잊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스쳐간 사람일지라도 그 기억은 평생 잊혀지지 않은채 그의 머리에 박혀있다.  우리에게는 애써 기억해야하는, 쉽게 흐려져버리는 역사의 파편같은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애써도 잊지못하는 기억인것이다. 그들에게 과연 자생하는 미래가 존재하는걸까? 영원히 과거의 상처에 머물러있는 심연은 어느정도일지 감히 가늠 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지않았다면 나는 518 민주항쟁에 대해 이렇게 깊이 알지도, 마음 아파하지도 못했을거다. 끔찍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잊지 않아야한다. 지금 내가 누리는 이 자유는 100년도 채 지나지 않은 가까운 과거에 죽어간 수많은 어른과, 청년과, 소년들 덕에 이뤄진 것임을 잊지않고 감사해야한다. 또한 잘 알지 못해 죄송했다 전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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