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서른의 초보 아빠]
출산 후 산부인과에서 이틀, 산후조리원에서 2주. 총 16일의 마지막 신혼부부 생활의 단꿈을 마쳤다. 그렇게 나이가 16일 된 딸 아이와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아직 아무런 준비가 안된 초보 엄마 아빠였다.
걱정인형 아내는 패닉을 대비해 출산 직후 산후도우미를 신청했다. 생후 16일 집으로 돌아온 우리에게는 산후도우미 선생님라는 동앗줄이 생겼고 2주간의 신생아 적응기간(훈련기)을 더 연장할 수 있었다. 아내의 선택은 완벽 이상이었다. 그렇게 아이는 생후 30일을 맞이했다.
생후 1달은 말그대로 신생아 기간이라는데, 그동안은 정말 아기가 두시간마다 자고 먹고 싸는 생명체에 불과해 보였다. 호흡 하나조차 부모의 도움 없이는 연장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정말정말 작고 너무너무 연약한 존재였다.
아이를 갖게 되고 잘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유일하게 관심을 가지는 성품은 바로 '독립심'이다. 내가 그렇게 자라왔고 독립적인것이 삶에 얼마나 필요한 자세인지 느끼고 있어 그부분만큼은 엄마보다 나서서 키워주고 싶었다.
나는 잠에 예민하다. 최소 6시간(결혼 전에는 7시간 이었다) 수면을 못하면 신체보다 정신적으로 먼저 예민해지고, 잠이 부족하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낮에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시간뿐만 아니라 실제 잠자리의 신경에도 예민해서 빛, 작은 온도변화, 소리, 심지어는 배게 높이만 달라져도 잠을 설치는 아주 고약하고 무서운 질병을 가졌다.
신생아 기간(30일)은 오직 아이의 수면, 시가, 배설의 평안을 위해 헌신했는데, 다른 것보다 벌써 왠지 아이가 잠에 예민해보였다. 처음에는 침대에 눕혀놓기만 해도 시간 맞춰 잘 자더니, 어느새 부턴가 빛이 밝은 낮에는 자꾸 깨어나고, 뒷통수 보호를 위해 마련한 아기용 배게는 격하게 거부한다. 또 처음에는 주변 소음에도 잘만 잤는데, 청각이 트였는지 조금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도 울음을 터뜨린다.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우리 아이의 평안한 수면은 아이의 성장뿐만 아니라 나의 온전한 삶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것이었다. 나의 수면이 아이가 자고 깨는 두시간의 텀조차 보장 받지 못한다면 나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먼저 나가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나는 우리 아이의 수면을 전담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재우아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