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의 첫 장

첫 번째 유서

by 강유원


짧은 들숨 한번, 그보다 긴 날숨 한번, 그리고 잠깐 숨을 멈춘다.


한 번의 호흡이 끝났다.


방금 또 한 번의 호흡을 마쳤다. 또 한 번의 죽음을 넘기고 살아있다.


지루하기에는 이미 너무 익숙해져 버린 호흡이 한차례 끝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살았네. 다음 숨에는 죽을 것 같다. 왠지 그럴 것만 같다.'


내 호흡은 삶과 죽음이라는 다소 진부한 기로 앞에서 기약 없는 러시안룰렛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번 숨에 살아있는 내가 승리 쪽에 가까운 건지 패배 쪽에 가까운 건지, 그걸 아직 정하지 못해 묵묵히 룰렛을 돌리는 중이다.


어떠한 반전도 없이 삶은 고통이었기에 다음 숨에 죽음을 조우해도 무던할 자만이 있었고, 아마 실제로도 그렇게 죽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치가 떨리게 불만스러웠던 점은 삶이 고통이라는 것을 내가 전혀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삶에서 고통을 느낄 때면, 그러니까 거의 모든 삶의 순간들 속에서 나는 그 고통을 삶과 직결시킬 수 없었다.


동시에는 성립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 단어의 기괴한 만남 속에서 다른 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인지 그것이 궁금해 잠을 이루지 못했고, 안 맞는 안경을 쓰고 어중간한 크기의 통통배에 오른 사람처럼 현상과 감각, 그 사이의 뒤틀림에 구역감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내 평생 바라던 것이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는지, 그 고통을 선택한 시초의 내 선택을 이해하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언젠가 그 고통에 잔뜩 취해 오히려 그마저도 기꺼운 그런 상태가 되고 싶었던 것인지 모를 지경이다.


지금 이 순간에는 그저 삶이 내게 몽땅 넘겨준 구구절절한 감정들을 부디 난잡하지 않게 표현하고 싶은 바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