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의 시선에 물들다

by 순이

물들다.

아이들 어렸을 때, 바닷가에 가면 모래 속에서 찾은 작은 조개들을 주워 왔다. 그것들을 집으로 가져와 소중히 간직하는 아이를 볼 때 마다 ‘물들다’ 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크던 작던 그것이 무엇이던 필요와 쓸모를 고민하는 어른이 됐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태어나고, 태어나면서 그땐 이런 생각을 하기 도 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런데 그런 건 배운 적도 생각한 적도 없어서 막연했다.

엄마 역할 15년째지만 어떤 엄마가 좋은 엄마인지 더 모르겠는 거 보면 그런 건 사실 없는 거였다.


이제 많이 컸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아직도 길에서 작은 것들을 발견한다.

길에 나왔다 말라비틀어진 지렁이를 보아도 놀라지 않는 나의 눈, 그런 것들 하나하나에 일일이 소리를 질러 대는 너희들의 눈

앞으로도 나는 너희들처럼 작은 것을 보아내는 그 시선을 갖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더 흐려지고 시려 질 것이다.

오늘은 알 것 같다. 너희들의 다정한 시선에 함께 머무는 동안 내가 많이 물들었다는 걸

좋은 엄마는 못되겠지만 무용한 것들을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너희들의 시선 곁에서 잘 물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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