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말고 생각 쏟기

by 나를 깨는 글쓰기

01

좋은 생각은 늘 씻을 때 생각난다. 일기장에 꾹꾹 눌러 꼭 쓰고 싶은 이야기 몇몇이 떠올랐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뭐 쓰려고 했지...?' 하면서 전부 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다 뒤늦게 생각나기도 하고. 그래서 예전에는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대략이라도 바로바로 일기장을 꺼내 적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어딘가에 꼭 남겨두고 싶은 기록 말고) 지금 내가 느끼는 진짜 내 생각, 감정, 알맹이들은 일기를 써 내려가는 지금 이 순간에 있다고. 설령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흘러간다고 해도 괜찮다. 그것들은 결국 내 안에 남을 터이니.


02

열병처럼 꼬박 사흘, 장염을 앓았다. 지난번에 먹은 해산물이 문제였던 걸까 아니면 케이크의 생크림으로 탈이 났던 걸까, 그것도 아니면 진짜 내게 쉼이 필요했던 걸까. 이번 일주일은 내게 주어진 방학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백수가 되어도, 할 일이 없어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사람이더라. 뭐라도 생산적인 걸 하고 싶고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부담 내지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일주일은 몸 컨디션이 도와주어(?) 아무것도 못하고 집 안에만 있게 되었다. 그만큼 몸은 찌뿌둥했지만, 마음만은 편했다.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어렴풋이 맛보았기 때문에.


고작 이틀 먹지 못한 것뿐인데, 먹고 싶은 음식은 산처럼 많이 떠올랐다. 누가 보면 한 달간 굶은 사람처럼 음식을 갈구했다. 또 새삼 건강함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기도 했다.


03

쉬면서 이것저것 영화, 드라마를 보았다. 어제는 넷플릭스에서 나온 <미지의 서울>을 보는데 '인생의 참맛'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런저런 다양한 좋은 콘텐츠를 봐도 결국은 내가 현실에서 직접 부딪치고 깨지면서 배우는 게 가장 피부로 와닿음을, 그게 가장 중요함을 느낀다.


그리고 '삶에서 불필요한 요소들을 밀어 두고, 진짜 중요한 인생의 참맛을 온몸으로 느끼며 즐기는 것' 이런 생각도 든다. 예쁜 풍경을 보면 사진부터 찍게 되는 거 말고, 일단 내가 내 눈으로 충분히 담는 그런 상태를 동경한다.


04

박정민 배우에 관심이 생겼다. 물론 그전에도 좋아하는 배우였지만, 이번에는 더 궁금증 호기심, 관심이 생겼다. 어떤 일을 해도 소란스럽지 않게 프로답게 해내는 모습, 생각한 바를 구현해 내는 실행력이 멋있다. 출판사 무제에서 얼마 전 <첫여름 완주> 북토크 신청을 놓친 걸 뒤늦게 알고 정말 정말 정말 아쉬웠다. 책도 너무 재밌게 읽었고 관련한 전시도 신청해 두었고 이제 북토 크만 들으면 완벽한데... 서울국제도서전에서의 북토크 신청도 실패했다. 흑흑. 언젠가 배우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역시 사람의 관심이란 참 대단하다. 궁금하단 이유로 지갑을 열고 또 그 과정에서 얻는 것들도 많고 그것이 하나도 아깝지가 않고 그렇다.


05

'최대한 꾸미면서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는 귀찮다는 이유로 많은 날을 그냥 후리 하게 다니는 편에 속한다. 근데 추구미는 단정하게 입고 늘 깔끔하게 내가 만족할 정도로 멋스럽게 다니는 사람이다. 일단 치장하는 것이 나는 영 불편하다. 하지만 그렇게 갖춰 입은 날과 그냥 나가는 날은 나의 마음가짐도 다른 건 사실이다. 편한 건 사실이지만 내 안에 자그마한 욕구가 가끔 뿅 하고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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