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한 손에는 아스파라거스 나누스 화분이 가지런히 포장된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무려 서너 군데 꽃집을 거친 후에 발견한 곳에서 무려 세 가지의 나누스를 보았을 땐 그중 어떤 걸로 골라야 좋을지 고민하는 사치를 누렸다. 오늘 만날 그녀에게 쓴 엽서의 ‘이미 우리 인생에서 나라는 사람과 이 화분 잘 돌 보기로 해요.’라고 적었기에 꽃 꽃다발이 아니라 화분을 주고 싶었다. 한번 마음먹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것을 해야만 하는 그녀는 그렇게 노원에 모든 꽃집을 뒤질 기세였다. 그렇게 누군가에게는 온 맘 다해 잘해주다가 정작 가장 가까운 그에게는 쉽게 분노하는 자신에게 이게 뭔 짓인가 싶어 뭐 힘이 빠진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과의 만남도 좋지만 난 역시 다 놀고 나서 헤어짐이 더 반갑다 아무래도 누구를 만나야 하는 긴장감과 좋은 사람이 되는 듯한 모습에서 벗어나 진짜 나를 편히 마주할 집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여행도 돌아올 곳이 있기에 행복하다 하던가. 그녀에겐 약속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오늘도 자신의 뚝딱 거리는 당황스러움을 느꼈지만 대화의 진심으로 들어주려 애썼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에게 굳은 화살촉이 가지 않도록 헬스장을 끊기로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