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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과 시작

슬럼프 탈출에 관하여

by 강유랑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답답할 때.


당신이 ‘멈춤’ 버튼을 누르면,

하나의 시퀀스가 마무리된다.


안 좋은 것들이 잔뜩 쌓여있을 때.

문제가 폭풍처럼 몰려올 때.


당신이 ‘멈춤’ 버튼을 누르면,

하나의 틈이 만들어진다.


진짜 ‘내’가 닳아갈 때 멈추자.

그리고, 다시 ‘나’로 나아가자.


당신이 ‘시작’ 버튼을 누르면,

또 하나의 시퀀스가 시작된다.


삶을 살다 보면 열정으로 가득 차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가, 이내 식어가고, 포기하는 그런 일련의 과정을 밟곤 합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지, ‘미라클 모닝 해야지.’ 이렇게 다짐합니다. 그런데 다음 날 늦잠을 자면, 계획한 모든 것이 어긋납니다. 그러면 ‘내일부터 진짜 열심히 살아야지.’ 하면서 나쁜 습관들을 이어가곤 합니다. 특히, 핑계는 또 왜 그렇게 많이 생기는지요. ‘오늘은 몸이 조금 아프니까, 이거까지만 맛있게 먹어야지.’하는 핑계들이 들어오면 어느새 나쁜 습관들이 쌓이고, 정말로 바라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오랜 습관이던 일기 쓰는 것을 잠시 멈췄습니다. 2주 간 열심히 독감을 앓기도 했고, 출장으로 일이 바쁘기도 했으니까요. (물론, 핑계입니다) 삶의 작은 부분이 바뀌면 안 좋은 습관들이 이어 들어오는 거 같습니다. 늦잠을 자기도 하고, 책도 조금은 멀리하는 등 말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꽤 오래도록 무너지고, 그런 습관들로 인해 혼자 걱정과 불안으로 포기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쉼을 사는 법’의 작가답게 과감히 ‘쉼’을 허락했습니다. 안 좋은 습관들을 억지로 바꾸기보다 기다렸습니다. 확신이 있었습니다. 좋은 습관으로 만들었던 것들이, 단순히 의무감이나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말로 나를 위해, 내가 되고 싶은 그 멋진 나의 모습을 위해 선택해 왔던 것들이니까요. 무너지고 넘어지는 시간이 아니라 잠시 충전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시 확인하는 시기로 삼았습니다. 일종의 ‘멈춤’ 버튼이죠.

슬럼프에 빠지면, 그렇게 ‘멈춤’을 누릅니다. 해야 할 일들은 해야겠지만, 그 안에서 악착같이 쉬고, 그냥 편한 것들을 찾습니다. 그 시간을 의미 없다거나 스스로를 자책하기보다 재충전의 시간으로 삼습니다. 그 안 좋은 흐름 속에 있음을 느낄 때, 큰 파도에 맞서 싸우기보다 숨을 죽이고 엎드립니다. 그러면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때, 과감하게 바로 시작합니다. 학생들이 한참 놀다가 시계가 47분이면, 3분만 더 쉬고 공부하기로 결심합니다. 그 3분은 그날을 잡아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냥 당장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앉아서 좋은 습관인 차분해지는 노래를 트는 쉬운 일을 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해야 할 것들을 해나갑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넛지’의 행동경제학처럼, 쉽고 재미있는, 나에게 필요한 그 일을 먼저 합니다. 그러면 나쁜 흐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흐름은 더 좋은 일들을 하게 합니다.

다시 슬럼프가 온다면, 이번에는 더 좋은 슬럼프로 만들려고 합니다. 물론, 방에서 좋아하는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겠지만, 먼 곳으로 과감하게 훌쩍 떠나 여행할 겁니다. 마음에 어떤 부담을 갖지 않고, 그냥 신나고 즐겁게 하루를 보낼 겁니다. 그렇게 멋지게 멈춤 버튼을 누를 겁니다. 그리고,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마음껏 보고 즐기면서, 다시 나아갈 것입니다. 그렇게 다시 ‘시작’ 버튼을 누를 겁니다. ‘갓생살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단어인 God과 인생의 ‘생’ 자를 합쳐 자기 계발 등 완벽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누군가를 쫓아 억지로 사는 ‘갓생’이 아니라 나를 위한 멋진 생애를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 목표가 있기에 슬럼프는 일시적입니다. 멈춤을 누르고, 충전했다면 다시 시작 버튼을 누르세요. 당신의 삶은 당신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곳으로 이끌어갑니다.


‘좋은 슬럼프로 충전하고,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 나를 사랑하기에 나아갈 수 있다.’


- 그 어떤 것보다 경이로운 당신의 손에 ‘강유랑’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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