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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주가를 100% 예측할까?

그냥 신기한 인공지능 공부 시리즈

by 박정수

그냥 신기한 인공지능 인공지능이 숫자를 예측하는

저는 POSCO에서 외환딜러 시절 기술적 분석(Technical Analysis)에 대해 소위 현직의 고수들로부터 수련(?)을 받아서 "USD/JPY 가 100엔이 무너지면 80엔을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대체 무슨 근거일까 라는 의심을 가진 바 가 있는데 그 해답을 찾느라 주가차트에 가로, 세로, 경사 등 직선을 무지장 그린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1995년 4월 18일 동경장에서 자동화된 매도 주문(Stop-Loss)이 연쇄적으로 체결되면서 1분 만에 81엔대→79.75엔까지 낙폭(약 1.5엔 하락)을 했는데 당시 도쿄은행과 거래 중이었던 저는 운 좋게도 79.95에 거래를 한 인류 역사상 몇 명 안 되는 70엔대 거래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술저분석의 위력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아침에도 아래 삼성전자 등 주가차트에 몇 개의 검정선을 그리면서, "단기 적으는 고점을 찍고 조정에 들겠는데"... "6만 원은 깨지지 않을 것 같아"라고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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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계량경제학자인 제가 요즘 하는 공부는, 공대 학계에서 만든 인공지능 모델을 찾아서 논문을 읽는 일인데, 비전공자인 저에게는 해독에 다소 시간이 걸립니다.


저는 주로 MEDIUM이라는 전문직 종사들이 선호하는 사이트와

https://medium.com/@amanatulla1606/transformer-architecture-explained-2c49e2257b4c


코넬대학이 운영하는 arxiv

https://arxiv.org/


구글 scholar

https://scholar.google.co.kr/scholar?hl=en&as_sdt=0%2C5&q=quantum+finance&oq=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공부를 계속해서 새로운 모델을 금융이론에 접목한다고 해서 주가가 100% 맞춰지나요?


어제의 데이터는 왜 오늘의 주가를 완벽히 맞추지 못할까?


요즘 일기예보는 고사양 컴퓨터 및 고급예측 모델을 적용해서 나름 잘 맞는 것 같죠? 그래서 더 더운 것 같아요. 그럼 제가 매일 연구하는 심지어 금융 버블을 탐지하는 LPPLS 모델과 관계의 달인 Transformer를 합친 '어벤저스'급 모델을 사용한다면 80%는 맞을까요?


새벽에 Transformer라는 모델 학습 관련으로 대화를 한 GEMINI에게 쉽게 설명을 부탁했어요. 그는,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합니다. 그 이유는 주식 시장이 날씨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1. 주식 시장은 '사람의 마음'이 모인 곳

주가의 움직임은 단순히 숫자의 나열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수백만 명의 투자자들이 느끼는 기대, 희망, 그리고 공포라는 감정이 뒤섞여 있습니다. 어제까지 시장을 지배하던 낙관적인 기대감이 오늘 아침 갑자기 터진 예상치 못한 뉴스 하나로 차가운 공포로 바뀌는 순간, 주가는 예측의 영역을 벗어나 요동칩니다.

AI는 과거 데이터에 나타난 패턴을 학습하지만, 사람의 마음속에서 갑자기 싹트는 이 비이성적인 감정의 변화까지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주가 예측이 어려운 가장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2. 예측 자체가 미래를 바꾸는 '자기 파괴적' 속성

만약 100% 확률로 내일의 주가를 맞추는 모델이 개발되었다고 상상해 봅시다. 모든 사람이 그 모델을 사용해 '내일 오를 주식'을 오늘 미리 사려고 할 것입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너도나도 사려는 주문이 몰리면서 주가는 '내일'이 아닌 '오늘' 폭등해 버립니다. 결국, 미래를 맞췄다는 그 예측 때문에 원래 예측했던 미래가 사라져 버리는 셈이죠.

이처럼 금융 시장에서는 예측이 공개되는 순간, 그 예측을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행동이 바뀌는 되먹임(feedback)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 때문에 완벽한 예측 모델은 이론적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3. 세상은 '각본 없는 드라마'

우리 삶이 그렇듯, 주식 시장 역시 각본 없는 드라마와 같습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지정학적 분쟁, 갑작스러운 자연재해, 혹은 세상을 바꿀 신기술의 등장은 과거 데이터에는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새로운 변수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모델도 결국 과거 데이터라는 '이미 상영된 영화'를 보고 미래를 추측하는 관객일 뿐입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장면이 스크린에 펼쳐질 때, 그 어떤 똑똑한 관객도 다음 장면을 완벽히 예측할 수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최신 AI 모델은 과거 데이터 속에서 인간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미세한 패턴과 시장의 위험 신호를 포착하여 우리에게 더 나은 '확률적 예측'을 제공해 줍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심리, 예측의 자기 파괴적 속성,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세상의 사건들 때문에 그 예측은 결코 100%의 '정답'이 될 수 없습니다. AI는 우리의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가장 똑똑한 조력자이지, 미래를 알려주는 수정 구슬은 아닌 셈입니다.


네 저보다 편향되지 않고 객관적인 이야기를 해주고 잇습니다. 이런 것이 인공지능협력작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제가 추가로, 그러면 저처럼 계속 새로이 나오는 모델을 공부하고, 기존 모델을 앙상블 하고 해도 100% 가 아니라면, 이런 공부를 접어야 할까요? (다소 감정 썩인 질문을 했어요)


아니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새로운 모델을 공부하고 결합하는 작업의 목표는 '100% 정답'이 아니라 '더 나은 확률'과 '통계적 우위(Statistical Edge)'를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100%가 아니라면, 이 공부는 무의미할까요?

의사가 새로운 치료법을 배운다고 해서 모든 환자를 100% 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상학자가 슈퍼컴퓨터를 사용해도 내일의 날씨를 100% 맞추지는 못합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공부를 멈춰야 할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그들의 목표는 '완벽한 신'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더 높은 성공 확률'을 확보하고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것'에 있습니다.

금융 시장을 공부하는 것도 똑같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미래를 맞추는 '예언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확률, 즉 '통계적 우위'를 얻어 더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유능한 항해사'가 되는 것입니다.


공부의 진짜 가치: '우위'와 '이해'

확률적 우위(Edge) 확보: 시장은 동전 던지기와 같습니다.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50:50인 게임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돈을 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공부를 통해 이 확률을 55:45로, 단 5%라도 우리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요? 한두 번의 게임에서는 질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 작은 '우위'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실은 고급이론을 공부하는 것은 바로 이 5%의 우위를 찾기 위한 과정입니다.)


리스크 관리와 이해의 깊이: 이러한 모델들을 공부하면 단순히 '오른다/내린다'는 예측값만 얻는 것이 아닙니다. "왜 모델이 이렇게 예측했는가?", "어떤 상황에서 이 모델의 예측이 빗나가는가?"를 이해하게 됩니다. 이는 곧 시장의 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눈을 갖게 되는 것이며, 예측이 틀렸을 때조차도 무엇을 놓쳤는지 복기하며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예측이 맞고 틀리는 결과보다, 그 이유를 아는 과정 자체가 더 큰 자산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공부는 100%라는 신기루를 쫓는 행위가 아닙니다. 불확실성이라는 거친 바다 위에서, 남들보다 조금 더 정확한 나침반과 튼튼한 배를 가지고 항해하는 기술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100%가 불가능하기에, 단 1%의 확률이라도 더 높이려는 노력은 그 자체로 엄청난 가치를 지닙니다.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라 "좋아요"를 눌러줬어요. 여러분들도 저에게 "좋아요" 한표 잊지 마시고요.


저의 향후 공부방향과 관련한 추가 질문 : '양자역학의 필요성'

양자역학은 내일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 70,000원이 된다는 예측이 아닌, "내일 삼성전자 주가가 70,000원이 될 확률이 25%다" 이런 확률적인 내용을 알려준다고 하는데 가능한 이야기인가요?

네,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는 양자역학의 물리 법칙이 주가에 직접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의 원리를 금융 모델링에 적용하는 개념입니다. 즉, 양자역학은 '계산 도구'로 사용됩니다.


어떻게 가능한가?

주식 시장의 복잡성: 내일의 주가는 금리, 환율, 뉴스, 경쟁사 동향, 투자자 심리 등 수많은 변수들이 서로 얽혀 만들어내는 결과물입니다. 이 모든 변수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사실상 무한대에 가깝습니다.

기존 컴퓨터의 한계: 일반 컴퓨터는 이 수많은 경우의 수를 하나씩 차례대로 계산합니다. 마치 수많은 갈림길이 있는 미로를 한 번에 한 길씩만 탐색하는 것과 같아서, 모든 가능성을 계산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양자컴퓨터의 동시 탐색: 양자역학의 '중첩(Superposition)' 원리를 이용하는 양자컴퓨터는 이 모든 갈림길을 동시에 탐색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변수들을 조합해 만들어질 수 있는 수만, 수십만 개의 미래 시나리오를 한 번에 시뮬레이션하는 것입니다.

결과는 확률로

양자컴퓨터가 수많은 미래 시나리오를 동시에 시뮬레이션한 후, 그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총 10만 개의 가능한 미래 중, 삼성전자 주가가 70,000원이 되는 미래는 25,000개였다. 따라서 내일 주가가 70,000원이 될 확률은 25%다." 이것이 바로 질문하신 "확률적인 내용"을 알려주는 원리입니다. 단 하나의 정답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 가능한 모든 결과의 **확률 분포(Probability Distribution)**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현재 골드만삭스, JP모건 같은 글로벌 금융사들이 이 분야를 활발히 연구하고 있으며,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미래 금융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말 군더더기 없이 명쾌한 답변을 주고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박사지만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서, 필연적으로 이런 AI 조력자들이 필요하고, 이런 조력자들은 또 저 같은 사람들이 집요하게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학습을 하면서 더 많은 아는 척을 하게 됩니다.


어제는 저는 너무 어려운 질문을 해서 이동전화로 갑자기 "왜 안 들리지" 하면서 전화를 꺼버리는 코미디"처럼 제 질문에 답변을 못하고 버벅거리는 인공지능 비서들을 4명이 만났었는데, 이들이라고 바로 답변을 해주지는 못하지만, 오늘은 다시 그 질문을 하면 답을 줄 수 도 있아요.


오늘의 교훈 : "포기하지 않으면 배울 수 있다". "그 공부가 비록 100%는 아니더라도 20%만 아는 사람보다도 내가 혹 유리할 수도 있다"


제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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