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를 위한 유쾌한 와인 안내서 5편: 와인 용어
이 공식은 꽤 과학적인 이유를 담고 있습니다.
레드 와인 + 육류: 레드 와인 특유의 떫은맛을 내는 성분인 탄닌(Tannin) 때문입니다. 탄닌은 입안의 기름기를 싹 걷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스테이크의 풍부한 지방과 레드 와인의 탄닌이 만나면,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면서 각자의 풍미를 더욱 잘 느낄 수 있게 됩니다.
화이트 와인 + 해산물/생선: 화이트 와인의 핵심은 산도(Acidity)입니다. 생선회나 구이에 레몬즙을 뿌리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화이트 와인의 상큼한 산도가 해산물의 비린 맛을 잡아주고 맛을 더 깔끔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어울렸던 것 호주에서는 초장이나 고추냉이 문화에 익숙하지 않지만, 모든 해산물과 특히 양식 굴 등에 레몬즙을 짜 먹으면, 세균도 잡고, 잡내도 줄여줬어요. 그리고 신맛과 화이트 와인이 또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물론 이것이 절대적인 규칙은 아닙니다. 닭고기나 돼지고기는 어떤 와인과도 잘 어울리고, 치즈는 와인의 가장 좋은 친구 중 하나입니다!
저는 은행행사에서 프랑스 스몰리에의 직강을 몇 번 받았는데, 첫 번째 강의에서 오늘의 교육 목표는 "프랑스 와인과 신대륙 와인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무조건 프랑스 와인이 좋은지 를 알아봅시다"라고 했는데, 그냥 프랑스, 이태리 와인을 주로 먹던 저에게 도대체 신대륙이 어디일까? 가 궁금했던 적이 있어요. 참고로 은퇴자인 저는 신대륙 와인을, 그것도 가끔 먹고 있어요.
① 와인의 종주국, 프랑스가 유명한 이유
프랑스가 와인으로 유명한 이유는 단순히 와인을 오래 만들어서만이 아닙니다.
떼루아(Terroir): 와인의 맛은 포도가 자란 토양, 기후, 지형 등 모든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는데, 이를 '떼루아'라고 부릅니다. 프랑스는 지역별로 매우 다양하고 이상적인 떼루아를 갖추고 있습니다.
AOC 시스템: '원산지 명칭 통제'라는 뜻의 이 제도는 각 지역별로 포도 품종, 재배 방식, 와인 양조법 등을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하여 와인의 품질을 보증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이 프랑스 와인의 명성을 지켜주었습니다.
역사와 문화: 로마 시대부터 이어진 유구한 역사와 와인을 삶의 일부로 여기는 문화가 어우러져 세계 최고의 와인들을 만들어냈습니다.
② 개성 만점, 이탈리아 와인의 특징
저는 친한 고객들과는 삼청동에 있는 와인카페에서 식사도 하고 와인도 하고 시가도 피우면서 여유롭게 대화하는 모임을 많이 가졌었는데, 거기서 만난 와인스승님 덕에 이태리 와인도 가끔 마셔 본 것 같아요.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야 하는 저로서는 개별 와인에 대한 이름이나 가격등 정보보다는, 다양한 와인을 경험하면서 차이를 느끼는 것도 중요했는데, 이태리 와인은 지금도 그 특징을 모를 정도도 개성이 강한 와인 같아요. 마치 성격이 강한 고객을 만나서 어떻게 진정을 시켜야 할까를 고민하는 신입사원처럼요.
토착 품종의 천국: 이탈리아 전역에는 수천 가지의 고유 포도 품종이 자랍니다. 지도에도 없는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기도 하죠. 그래서 이탈리아 와인은 지역마다 매우 독특하고 다채로운 맛을 자랑합니다.
햇살을 담은 맛: 지중해의 따사로운 햇살을 듬뿍 받고 자란 포도로 만들어, 전반적으로 과실 향이 풍부하고 생동감 넘치는 와인들이 많습니다.
③ '신대륙' 와인이란?
역사적으로 와인을 만들어 온 유럽(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을 구대륙(Old World)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15세기 이후 유럽의 와인 양조 기술이 전파되어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국가들을 신대륙(New World)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칠레, 호주, 뉴질랜드 등이 있고 한국에도 이미 수입이 되는 국가들입니다.
신대륙 와인은 구대륙보다 규제가 자유로워, 품종이나 양조 방식에 있어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합니다. 라벨에 포도 품종을 크게 표기해 초보자들이 알기 쉽고, 대부분 과일 풍미가 진하고 직관적인 맛을 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이마트에서 와인을 종종 사는데, 초보 고객들이 백포도주에 대한 상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이미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은 적포도주보다는 백포도주로 먼저 시작을 해볼게요.
GEMINI도 와인 초보자라면 다루기 쉬운 화이트 와인으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하네요.
제가 경험한 대표적인 품종 몇 가지를 알아볼까요?
샤르도네 (Chardonnay): "백포도주의 여왕". 어떤 토양과 기후에서도 잘 자라 '하얀 도화지' 같은 품종입니다. 오크통 숙성을 했는지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오크통 숙성은 버터, 바닐라, 구운 빵 같은 부드럽고 풍만한 맛, 스테인리스 숙성은 사과, 레몬 같은 상큼하고 깔끔한 맛입니다.
소비뇽 블랑 (Sauvignon Blanc): 갓 깎은 풀, 라임, 자몽 등 싱그럽고 상쾌한 향이 특징입니다. 마시는 순간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매력이 있어 식전주로 인기가 높습니다. 특히 초보자/여성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리슬링 (Riesling): 독일이 고향인 품종으로, 팔색조 같은 매력을 지녔습니다. 아주 드라이한 와인부터 꿀처럼 달콤한 디저트 와인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넓습니다. 복숭아, 살구 같은 향긋한 과일 향과 쨍한 산도가 특징입니다.
샤블리(Chablis) : 은행시절 영국인 행장이 저에게 소개한 프랑스 백포도주입니다. 맛과 향이 드라이하며, 매우 날카롭고 상쾌한 산도를 자랑합니다. 풋사과, 레몬, 자몽과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 향과 함께 부싯돌, 젖은 돌, 조개껍데기 같은 뚜렷한 미네랄 풍미(Minerality)가 특징입니다. 일반적으로 오크통 숙성을 거의 하지 않거나 최소화하여 포도 본연의 순수한 맛을 강조합니다. 한국에서 구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호텔 매장 등 전문샵에서는 구할 수 있어요. 강추입니다.
세미용 (Sémillon): 주로 보르도 지역에서 소비뇽 블랑과 블렌딩 하여 드라이 와인 및 스위트 와인(소테른)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슈냉 블랑 (Chenin Blanc): 루아르 밸리가 원산지이며, 드라이 와인부터 스위트 와인, 스파클링 와인까지 매우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드는 품종입니다.
뮈스카데 (Muscadet): 루아르 밸리 서쪽에서 주로 재배되며, '믈롱 드 부르고뉴(Melon de Bourgogne)'가 원래 품종명입니다. 가볍고 드라이하며 미네랄리티가 풍부한 와인을 만듭니다.
게뷔르츠트라미너 (Gewürztraminer), 피노 그리 (Pinot Gris): 주로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서 재배되는 품종들로, 각각 독특한 향과 풍미를 자랑합니다
※ 식전주와 아주 단 와인:
식전주(Aperitif): 입맛을 돋우기 위해 식사 전에 마시는 와인입니다. 주로 소비뇽 블랑이나 스파클링 와인처럼 산도가 높고 상큼한 와인을 선택합니다.
아주 단 와인(Sweet Wine): '귀부 와인(Noble Rot Wine)'이나 '아이스 와인(Ice Wine)' 등이 대표적입니다. 포도를 늦게 수확하거나 얼려서 당분을 극도로 응축시켜 만듭니다. 꿀, 열대과일 같은 농축된 단맛이 특징이며, 주로 식후 디저트와 함께 즐깁니다.
와인을 어디에 숙성시키느냐는 맛과 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오크통의 역할: 오크통은 단순히 와인을 담는 그릇이 아닙니다. 오크통 자체의 바닐라, 코코넛, 향신료, 토스트 향이 와인에 녹아들어 복합적인 맛을 더해주고, 나무의 미세한 틈으로 공기가 드나들며 와인의 떫은맛(탄닌)을 부드럽게 만들고 숙성을 돕습니다. 결정적 와인의 색을 더 진하게 만들고 구조감을 탄탄하게 해 줍니다.
스테인리스 통: 오크통과 정반대의 역할을 합니다. 외부와 완벽히 차단되어 포도 품종이 가진 고유의 신선함과 과일 향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주로 상큼한 화이트 와인이나 가벼운 레드 와인을 만들 때 사용됩니다.
오늘도 아하~ 하셨나요?
아직도 놀랄만한 이론들이 많아요. 다음 편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