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Vietnam War US Army C-Ration
어린 시절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덕으로 나는 미군식량인 C-Ration ("C등급"으로 전투 시 군인들을 위한 개별 야전식량을 말한다)에 대한 추억이 있습니다. 오늘 글은 며칠 전 우연히 육군장군의 아들인 후배와 식사를 하다가, 아버지가 월남전 참전용사라는 공통의 주제가 있어 대화가 시작이 되었어요.
나의 어린 시절은 6.25 전쟁 이후 전쟁의 폐허를 복구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경제를 살리려는 몸부림 있었고, 젊은 군인들의 목숨의 대가로 받은 군인급여가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한 토대로 사용된 결정적 역사였다. 나는 당시 포항에 살았었는데, 해병대원이 많은 포항지역 이곳저곳 저곳에서 사망통보지를 받은 어머니가 넋을 놓고 우는 모습을 많이 목격을 했다. 아마도 영화에서 보는 미군들이 전달하는 명예스러운 그런 통보는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나는 마을에 미군 트럭이 지나가면 친구들과 쫓아가며 '김미 쵸코렛"을 많이 외쳤었는데, 그때마다 그들은 주머니 속에서 지금 생각해 보면 담뱃값 크기의 시리얼, 허쉬초콜릿, 껌 등을 던져주곤 했다. 우리 시절은 친구들의 공동생활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같이 즐거워하고 나누어 먹던 미풍양속이 정립된 것 같다.
나는 사실은 집에 C-Ration이라는 미군식량이 있어서, 미군 트럭과 같이 뛸 이유가 없었지만, 친구들과의 재미를 위해 열심히 뛰었던 것 같다. 포항의 추억이다. 다섯 살 때 서울로 와서는 딱지치기 등 놀이가 변하긴 했지만,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찾을 때까지 열심히 친구들과 달리기도 하면서 어울린 것 같다.
그리고 C-ration과 관련한 자세한 기록을 한 다음의 링크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미군 전투식량 C레이션 ( 영어 : C-rat.. : 네이버블로그
어린 시절의 나에게 미군 부대 식량은 단순한 끼니를 넘어, 미지의 세계로 통하는 가장 달콤하고 흥미로운 문이었다. 캔을 딸 때마다 들리던 '치고' 소리, 낯선 영어 라벨이 붙은 통조림 속 알록달록한 프루트칵테일과 진득한 햄 앤 리마빈, 입안 가득 퍼지던 허쉬 초콜릿의 달콤함까지.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가난했던 시절, 이국의 냄새를 풍기던 C 레이션은 그 자체로 '신의 선물'이었다. 이후 1985년, 카투사로 복무하며 다시 만난 전투 식량 MRE는, 비록 건조한 파우치 속에서 과거의 감흥을 온전히 느끼게 하진 못했지만, 그 시절의 추억을 다시금 소환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남대문 시장을 지날 때면 여전히 그 맛과 향을 찾아 헤매는 나의 발걸음 속에는, 잊을 수 없는 미군 부대 햄버거의 고소한 맛처럼 선명한 시간의 흔적이 담겨 있다.
이제 C-Ration과의 기억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나에게 미군 부대 식량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국방색 철제 깡통에 검정 글씨로 인쇄된 낯선 영어, 크기도 제각각인 통조림들이 철제 상자에 담겨 있던 모습은 마치 보물 상자 같았다. 원형 깡통 캔을 따는 따게(Can Opener)도 빙빙 돌려가면서 열어가면, ‘칙’ 소리와 함께 퍼지던 스파게티(?) 소스의 향, 고기 통조림의 짭짤한 냄새, Fruit-Cocktail의 다양한 색상, 나의 C-Ration 박스에 코코아 가루가 담겼다면 복권이 당첨이 된 기쁨이었고, 코코아의 달콤한 향기는 지금도 기억 속에 선명하다.
그 안에는 가난했던 시절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햄, 칠면조 고기, 과일통조림, 계란가공품, 땅콩잼, 껌, 초콜릿 등이 들어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미군의 식량이 아니라, 어린 나에게 ‘신의 선물’이었다. 나의 4형제들과 함께 깡통을 열던 날은 작은 축제였다. 후르츠칵테일의 흰색, 노란색, 빨간색 등 알록달록한 색깔에 눈을 반짝이고, 허쉬 초콜릿을 입에 넣고 감탄하던 그 표정들. 코코아를 처음 마시고 눈을 감으며 미소 짓던 막내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다음은 COPIOT, GEMINI와 찾은 C-Ration 정보입니다. 제가 너무 어린 시절이고 영어도 읽지 못했던 시절이라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C-ration은 미군 전투 식량의 분류 체계에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이들은 주로 준비 방식과 제공 환경에 따라 구분됩니다. A ration은 평시의 신선한 식사를 의미하지만, B ration과 C ration은 전시 또는 훈련 상황에서 주로 사용되는 전투 식량입니다. 제가 후배에게 장교는 B-ration, 사병은 A-ration이라고 잘못 설명을 해서 먼저 다음과 같이 정리를 했어요.
A Ration (A 레이션): 신선한 식재료로 조리된 식사를 의미합니다. 영구적인 주방 시설(예: 식당, 부대 주방)에서 조리하여 제공하는 식사입니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식사이며, 평시에 부대 내 식당에서 제공되는 신선한 음식(스테이크, 채소, 과일 등)이 이에 속합니다.
B Ration (B 레이션): 야외에서 조리하여 제공되는 식사를 의미합니다.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할 수 없거나, 주방 시설이 제한된 상황에서 주로 사용됩니다. 주로 건조, 통조림, 냉동 상태의 재료를 사용하여 현장에서 조리합니다. 예를 들어, 야전 주방 트럭이나 임시로 설치된 주방에서 요리된 식사가 B 레이션에 해당합니다.
C Ration (C 레이션): 완전히 조리되어 개별 포장된 식사를 의미합니다. 즉시 섭취할 수 있도록 미리 통조림이나 캔 형태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별도의 조리 과정이 필요하지 않으며, 휴대성이 매우 높습니다. 주로 개별 병사에게 지급되며, 1인분씩 포장되어 있습니다. 휴대와 보관이 용이하여 장기간의 작전이나 훈련 상황에서 주로 사용됩니다.
정리하자면, A는 신선한 식사, B는 야전 조리 식사, C는 개별 포장된 휴대용 식사를 의미합니다. 현재 C ration의 현대적 후속작이 바로 'MRE' (Meals, Ready-to-Eat)입니다. MRE는 캔 대신 플라스틱 파우치에 포장되어 있으며, 발열팩이 포함되어 있어 데워 먹을 수 있도록 개선되었습니다. 현재 지급되는 한국군의 식량의 모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985년, 카투사로 복무하며 다시 만난 전투 식량은 Meal Ready to Eat (즉석식량, MRE)이었다. 기대와 달리 건조식품이었고, 캔이 아니라 비닐팩에 보관되었고, 그 맛과 향은 어린 시절의 감동을 되살리기엔 많이 부족했다. 야전에서 먹지 않고 보관한 MRE와 미군부대애서 매달 나오는 샴푸, 면도칼, 아이보리비누 등 Monthly Kit은, 매월 문산시장에서 김치찌개로 바꾸어 먹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구내식당에서 먹었던 햄버거, 크리스마스에 제공된 칠면조와 랍스터 반쪽 요리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시간이 흘러도 그 시절의 기억은 내 마음속에 살아 있다. 남대문 시장을 지날 때면, 나는 여전히 그 맛과 향을 찾아 헤맨 적도 있다. 그것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내 삶을 풍요롭게 해 준 기억의 한 조각이다.
1. 주식 (Main Dish)
고기류: 햄과 리마콩(Ham and Lima Beans), 닭고기와 채소(Chicken and Vegetables), 다진 햄과 계란(Chopped Ham and Eggs), 스파게티와 고기 소스(Spaghetti with Meat Sauce) 등 다양한 종류의 통조림이 있었습니다.
통조림: 통조림으로 된 닭고기, 칠리 콘 카르네, 베이컨과 달걀 등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말씀하신 '스팸'은 통조림 햄의 일종인 **Chopped Ham and Eggs (다진 햄과 계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노란색 계란 가루는 마치 화산에서 황산냄새가 나서 어린 저에게는 고약한 냄새로 기억을 하고 있어요.
2. 빵과 디저트 (Bread and Dessert)
B-유닛 (B-Unit): 주식 캔과 함께 'B-유닛'이라고 불리는 캔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딱딱한 비스킷(Hardtack Biscuit), 잼, 땅콩버터, 그리고 말씀하신 과일 통조림(과일 칵테일, 복숭아, 배 등) 등이 들어있었습니다.
오리온 초코바 같은 초코로 덮인 빵, 양쪽에 초보코 코딩된 비스킷 등도 기억이 나요.
디저트: 초콜릿 바, 캐러멜 캔디, 캔디 코팅 껌(candy-coated gum), 쿠키 등이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3. 액세서리 팩 (Accessory Pack)
음료: 인스턴트커피, 코코아 가루, 레몬주스 분말 등이 있었습니다.
양념류: 소금, 후추, 설탕.
기타: 성냥, 담배(특히 베트남전 시대까지는 필수품처럼 포함되었죠), 화장지, P-38 캔 오프너(작고 날카로운 군용 캔 따개) 등이 들어있었습니다.
레이션은 1인분씩 개별 포장되어 있어 휴대하기 편리했고, 말씀하신 것처럼 당시 한국인들에게는 접하기 어려운 서구식 음식이 많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햄과 콩이 들어간 통조림, 과일 통조림 등은 병사들이 다른 음식과 교환하거나 군부대 주변에서 팔리기도 했습니다.
C 레이션의 깡통과 내용물이 주는 묵직한 존재감, MRE의 가볍고 편리한 파우치. 이 두 식량의 차이는 단순히 맛의 변화를 넘어 시대의 변화를 상징한다. 이런 경험들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과 같았다. 깡통 하나하나가 작은 보물 상자였던 셈이다. 보물상자를 하나하나 열 때마다, 새로운 음식을 발견할 때의 "경이로움"이라 할까? 시간이 흘러도 그 시절의 기억은 내 마음속에 살아 있다.
시간이 흘러 어린 시절의 가난은 사라지고 세상은 변했지만, 나에게 미군 부대 식량은 여전히 특별한 의미로 남아있다. C 레이션 캔 속에서 발견했던 프루트칵테일의 화려한 색깔과 달콤함, 낯선 소스의 이국적인 풍미,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친구들과 나누어 먹던 따뜻한 기억은 단순히 음식에 대한 추억을 넘어선다. 그것은 한때 결핍 속에서도 빛을 발했던 호기심과 작은 행복, 그리고 격변의 시대를 살아낸 한 개인의 이야기다.
오늘날 남대문 시장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MRE 파우치는, 비록 과거의 묵직한 감동은 없지만, 여전히 나의 가슴 한편에 자리한 어린 시절의 보물 창고를 열어주는 열쇠가 되어준다. 어쩌면 그 시절 미군 부대 햄버거 한입에 담겨있던 자유로운 맛처럼, 나의 삶을 풍요롭게 채워준 기억의 한 조각인지도 모르겠다. 동영상을 보니 우리 사형제들의 모습이 다시금 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