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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오일 교과서: 1++등급 고르는 법

마트에서 당신이 집어 든 '엑스트라 버진', 진짜일까?

by 박정수

본글은 GEMINI, COPILOT, GROK, CLAUDE 및 Google Nano Banana, Bing 등의 도움을 받아 제작하였습니다.


우리 집 주방 찬장을 열어보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엑스트라 버진(Extra-virgin)' 올리브 오일 한 병쯤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파스타를 만들거나 샐러드드레싱을 만들 때, "이왕이면 좋은 거 쓰자"는 마음에 집어 든 바로 그 병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가 유일한 기준으로 삼았던 그 '엑스트라 버진'이라는 라벨이, 사실은 품질의 '최고 등급'이 아닌 '최소 기준'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마트에서 "1등급 한우"라는 라벨을 보고 고기를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 1++(투뿔) 등급이 아니라 1+ 등급이었던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둘 다 합법적인 '1등급'이지만, 그 맛과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죠.

오늘은 우리가 매일 먹으면서도 잘 몰랐던 올리브 오일의 세계, 그 교과서 같은 지식을 펼쳐보려 합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신다면, 적어도 마트에서 '진짜 1++ 등급'의 올리브 오일을 골라낼 수 있는 혜안을 갖게 되실 겁니다.


1장. '엑스트라 버진' 라벨의 함정

우리는 왜 '엑스트라 버진'만 찾았을까요? 국제올리브협회(IOC)의 기준에 따르면, 올리브 오일은 크게 4가지 등급(엑스트라 버진, 버진, 퓨어, 포마스)으로 나뉩니다. 이 중 '엑스트라 버진'은 올리브를 수확해 처음 압착한, 화학적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은 가장 신선한 오일을 뜻합니다.

법적인 기준은 단 두 가지입니다.

산도(Acidity)가 0.8% 미만일 것.

전문가 관능 평가(Sensory Panel)에서 어떠한 결함(defect)도 발견되지 않을 것.


여기서 함정이 발생합니다. 산도 0.79%도 '엑스트라 버진'이고, 산도 0.1%도 '엑스트라 버진'입니다. 하지만 이 둘의 신선도와 품질, 그리고 폴리페놀 함량은 완전히 다른 차원입니다.

최근 마트에서 보이는 '프리미엄(Premium)' 또는 '울트라 프리미엄(Ultra-Premium)' 같은 라벨은 법적 용어는 아닙니다. 하지만 생산자가 "우리는 0.8%라는 느슨한 기준이 아니라, 산도 0.1%~0.3% 수준의 압도적인 품질을 보증합니다"라는 일종의 '자부심'의 표현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찾아야 할 '1++ 등급'의 신호입니다.


2장. 완벽한 올리브 오일을 고르는 3가지 황금률

그렇다면 광고 문구가 아닌, '진짜' 좋은 오일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병 뒷면의 라벨을 꼼꼼히 읽는 것만으로도 90%는 성공입니다. 다음 3가지 황금률만 기억하십시오.


스페인.jpg 수입품목이라 수확연도는 볼 수가 없지만 여러 농림축산식품부 등 인증내용이 있어요

황금률 1: '유통기한'이 아닌 '수확 연도(Harvest Date)'를 보라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올리브 오일은 와인이 아닙니다. 기름이 아니라 '신선한 과일 주스'입니다. 시간은 올리브 오일의 편이 아닙니다. 병에 담기는 순간부터 맛과 향, 그리고 폴리페놀 같은 건강한 영양소는 급격히 파괴되기 시작합니다.

많은 분들이 '유통기한(Best By)'을 확인하지만, 이는 종종 '병입일'로부터 2년을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3년 묵은 오일을 오늘 병에 담아도 유통기한은 2년 뒤로 찍힐 수 있습니다.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오일의 '진짜 생일'인 '수확 연도(Harvest Date / Harvest Season)'입니다. 북반구(이탈리아, 스페인 등)는 보통 10월에서 1월 사이에 수확합니다. 만약 지금이 2025년 10월이라면, 최소한 '2024/2025년 시즌'에 수확한 제품을 골라야 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그해 갓 짠, 필터링도 거치지 않은 햇 올리브유를 '올리오 누오보(Olio Nuovo)'라고 부릅니다. 신선한 풀 향과 함께 목을 탁 치는 매운맛이 일품인 별미로, 1~2달 안에 소진해야 하는 진정한 '주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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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률 2: '투명한 병'은 무조건 피하라

올리브 오일의 3대 적은 빛, 공기, 그리고 열입니다. 특히 마트의 밝은 조명은 올리브 오일의 품질을 저해하는 최악의 적입니다. 빛(자외선)은 오일의 산패를 무섭게 촉진합니다.

생산자가 영롱한 황금빛을 뽐내기 위해 투명한 유리병에 오일을 담았다면, 그것은 마케팅을 위해 품질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반드시 '짙은 녹색이나 갈색 병'에 담긴 제품을 고르십시오. 빛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틴 케이스(Tin Can, 캔)'나 불투명한 '세라믹 병'도 최상의 선택입니다. 집에 가져온 뒤에도 가스레인지 옆이 아닌, 서늘하고 어두운 찬장에 보관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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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률 3: '원산지'의 주소(D.O.P)를 확인하라

"Made in Italy" 라벨 역시 함정일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법상, 스페인, 그리스, 튀니지 등에서 생산된 오일을 수입해 이탈리아에서 '병입(Bottling)'만 해도 이 라벨을 붙일 수 있습니다.

진짜 좋은 오일은 자신의 '출신'을 숨기지 않습니다. '시칠리아(Sicilia)'나 '토스카나(Toscana)'처럼 특정 지역이 명시되거나, 아예 단일 농장(Single Estate)에서 생산된 제품이 좋습니다.

가장 확실한 보증 수표는 유럽연합(EU)의 'D.O.P (원산지 명칭 보호)' 인증 마크입니다. (스페인에서는 D.O.P, EU 공통으로는 P.D.O라고도 합니다.) 이 마크는 올리브의 재배, 압착, 병입까지 모든 과정이 해당 지역에서 엄격한 관리하에 이루어졌음을 국가가 보증한다는 뜻입니다.


3장. 올리브의 장점과 장수촌인 블루존과의 관계

올리브 오일, 특히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은 오랜 세월 동안 ‘신이 주신 오일’이라 불리며 인류의 건강과 식문화에 깊은 영향을 끼쳐왔습니다. 그 명칭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와 역사적 맥락을 바탕으로 한 찬사입니다. 이 장에서는 올리브 오일의 주요 건강 효능과, 이를 중심으로 한 식생활이 장수와 직결되는 ‘블루존(Blue Zones)’ 지역과의 관계를 살펴봅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은 올리브 열매를 화학적 처리 없이 저온 압착(cold press)하여 얻은 최고 등급의 오일입니다. 산도 0.8% 이하의 기준을 충족해야만 ‘엑스트라 버진’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는 품질과 영양학적 가치의 지표로 간주됩니다.

주요 성분과 효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단일불포화지방산(MUFA): 특히 올레산(oleic acid)은 심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LDL(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HDL(좋은 콜레스테롤)을 유지시켜 동맥경화와 고혈압 예방에 기여합니다.

폴리페놀(polyphenols):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활성산소로 인한 세포 손상을 억제하고 면역력 강화 및 노화 방지에 효과적입니다.

올레오칸탈(oleocanthal): 천연 항염 성분으로, 관절염 및 만성 염증 완화에 도움을 줍니다.

비타민 E: 피부와 세포 건강 유지, 항산화 작용 강화.

소화기 건강: 위 점막 보호, 위산 분비 조절, 변비 완화 등 소화 기능 개선에 기여.

이러한 복합적인 생리학적 효과는 올리브 오일을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기능성 식품’으로 자리매김하게 합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의 생리학적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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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오일과 질병 예방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은 다음과 같은 질병 예방 효과를 지닙니다:

심혈관 질환: 심근경색, 뇌졸중, 고혈압 예방

대사 질환: 당뇨병 관리, 인슐린 저항성 개선

신경계 질환: 알츠하이머 예방, 뇌세포 보호

암 예방: 항산화 및 항염 작용을 통한 세포 손상 억제

이러한 효능은 지중해식 식단의 핵심 요소로서 올리브 오일이 포함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블루존과 올리브 오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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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존(Blue Zones)’은 전 세계적으로 평균 수명이 높고, 90세 이상 장수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미국의 내과의사 댄 뷰트너(Dan Buettner)가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대표적인 블루존 지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리스 이카리아 섬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일본 오키나와

코스타리카 니코야 반도

미국 캘리포니아 로마린다

이 중 지중해 지역인 이카리아와 사르디니아는 올리브 오일을 식생활의 중심에 두고 있으며, 주민들은 하루 평균 2~4 테이블스푼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섭취합니다. 이 지역의 식단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닙니다:

식물성 중심 식단: 채소, 과일, 통곡물, 콩류

지방의 주요 공급원: 올리브 오일

저가공 식품 위주: 자연 그대로의 재료 사용

적당한 육류 섭취: 주로 생선과 소량의 가금류

이러한 식생활은 심혈관 질환, 암, 당뇨병 등의 만성 질환 발생률을 낮추며, 장수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합니다.


4장. 한국인이 잘 모르는 올리브 오일의 세계

좋은 오일을 골랐다면, 이제 그 맛을 제대로 즐길 차례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결함'이라고 오해했던 것들이 사실은 '최고급'의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맛의 비밀: '맵고 쓴' 오일이 진짜다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 중 하나입니다. 좋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한 숟가락 맛보았을 때, 혀에 '쓴맛'이 감돌고 목구멍 뒤쪽이 '칼칼하게 매운' 느낌을 받는다면, "이거 상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이 바로 최고급 오일의 증거입니다.

전문가들은 좋은 EVOO에서 3가지 긍정적인 속성을 찾습니다.

과일 향(Fruity): 갓 깎은 풀, 덜 익은 토마토, 바나나, 아몬드 같은 신선한 식물의 향기.

쓴맛(Bitter): 덜 익은 신선한 올리브에서 나오는 맛. 폴리페놀이 풍부하다는 강력한 증거.

매운맛(Pungent): 목을 탁 치는 칼칼함. 이 느낌은 '올레오칸탈(Oleocanthal)'이라는 강력한 천연 항염증 성분 때문입니다. 이 성분은 진통 소염 효과를 냅니다.


만약 당신의 엑스트라 버진 오일이 아무런 향도, 쓴맛도, 매운맛도 없이 그저 '기름진 맛'만 난다면, 그것은 오래되었거나 이미 산패가 진행된 저급 오일일 확률이 높습니다.


가격의 비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올리브 오일

그렇다면 최고급 올리브 오일의 가격은 어디까지 올라갈까요? 그 비밀은 '희소성'과 '역사'에 있습니다.

역사를 마시다 (History): 스페인의 '엘 밀 델 포아이 그(El Mil del Poaig)'나 '올레오밀레(Oleomile)' 같은 브랜드는 1,000년에서 2,000년 이상 된 '밀레니얼 올리브 나무'에서 수확한 열매로만 오일을 만듭니다. 수백 년의 역사를 버텨낸 나무에서 나오는 극소량의 오일은, 500ml 한 병에 수십만 원을 호가합니다. 말 그대로 '역사'를 마시는 셈입니다.


예술품이 되다 (Luxury Art): 그리스의 '람다(Lambda, λ)'나 이탈리아의 '올리오 피아노(Olio Piano)' 럭셔리 라인은 오일을 예술품의 경지로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올리오 피아노는 예술가가 직접 디자인한 병에 담겨 한 병에 수백만 원(약 3,000유로)에 팔리기도 하며, 람다의 커스텀 에디션은 6,000달러(약 800만 원)에 달하기도 합니다. 이는 오일 자체의 품질을 넘어선 '럭셔리 브랜딩'과 '예술적 가치'가 포함된 가격입니다.


사용법의 비밀: "EVOO로 볶음 요리에 써도 될까?"

"엑스트라 버진은 발연점이 낮아서 샐러드에만 써야 한다"는 것도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된 수십만 원짜리 오일을 불에 가열하는 것은 그 섬세한 향을 모두 날려버리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고품질(D.O.P 인증, 산도 0.5% 이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의 발연점은 약 190~210°C (375~410°F)입니다. 이는 웬만한 가정 내 볶음 요리(Sauté), 파스타 조리, 심지어 가벼운 팬 프라이(Pan-fry)에도 충분히 안전하고 건강한 온도입니다.

오히려 '퓨어(Pure)'나 '엑스트라 라이트(Light)' 등급의 오일은 발연점은 높을지언정, 정제 과정을 거치며 폴리페놀과 같은 건강한 성분들이 모두 사라진 '빈 껍데기' 기름에 가깝습니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요리에도 좋은 EVOO를 쓰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글을 마치며: '기름'이 아닌 '주스'로 대하라

올리브 오일은 콩기름이나 카놀라유처럼 주방에 몇 년씩 두고 쓰는 '공산품 기름'이 아닙니다. 포도를 짜서 와인을 만들듯, 올리브 열매를 짜서 만든 '신선 식품'이자 '과일 주스'입니다.

좋은 올리브 오일 한 병은 우리 식탁의 격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 강력한 항산화 성분으로 우리 몸의 염증과 싸워주는 훌륭한 '약'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주방의 올리브 오일 병을 꺼내 뒷면의 라벨을 확인해 보십시오. 혹시 '수확 연도'가 없는 투명한 병에 담겨 있지는 않나요? 라벨에 적힌 작은 글자들이야말로, 그 병에 담긴 지중해의 태양과 바람, 그리고 생산자의 철학을 읽어내는 '비밀 코드'입니다.


그리고 제가 만든 유튜브 동영상도 참고하세요.


https://www.youtube.com/shorts/fsKra6oEv0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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