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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크와 코키지: 와인 속에 숨겨진 이야기

와인의 기초 알아두세요

by 박정수


오늘도 저의 와인의 세계에 발을 들이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은 와인병을 열 때마다 마주하는 두 가지 키워드, 즉 '코르크'와 '코키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그 의미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하나는 와인의 역사를 지켜온 수호자이고, 다른 하나는 레스토랑 문화가 만든 흥미로운 규칙입니다.


코르크: 와인의 수호자


우선 '코르크(Cork)'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 병마개는 사실 지중해 연안, 특히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 자라는 코르크참나무의 껍질로 만들어집니다. 놀라운 점은 이 나무를 베지 않고 9~10년에 한 번씩 껍질만 조심스럽게 벗겨내 수확한다는 것입니다. 이 코르크참나무는 200년 넘게 살면서 계속해서 껍질을 재생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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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프랑스에서의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도 있습니다. 당시 돔 페리뇽 수사는 샴페인을 만들던 중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 시절에는 나무 조각이나 기름에 적신 천으로 병을 막았지만, 샴페인의 탄산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마개가 '펑!' 하고 터져버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스페인 순례자들의 물병 마개가 코르크참나무 껍질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탄력이 있으면서도 방수성이 뛰어난 코르크는 샴페인의 압력을 완벽하게 견뎌냈습니다. 이 발견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즐기는 샴페인은 존재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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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크는 단순히 병을 막는 것이 아니라, 와인을 '숨 쉬게' 합니다. 미세한 공기를 통과시켜 와인이 병 속에서 천천히 숙성되도록 돕는, 말하자면 '살아있는 마개'인 셈이죠.


코키지: 레스토랑의 규칙


그렇다면 '코키지(Corkage)'는 무엇일까요? 이는 'Cork(코르크)'에 'Charge(요금)'가 합성한 단어로, 즉 '코르크 마개를 여는 비용 (Cork Charge==> Corkage)'을 의미합니다. 여러분이 레스토랑에 직접 와인을 가져갈 때(BYOB: Bring Your Own Bottle), 식당에 지불하는 서비스 요금을 말합니다.


"아니, 내 와인 내가 가져가서 마시는데 왜 돈을 내야 하죠?"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코키지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첫째, '서비스 비용'입니다. 레스토랑은 여러분의 와인을 위해 전용 와인 잔을 제공하고, 소믈리에나 직원이 전문적으로 와인을 열어주며, 필요하다면 디캔팅(와인을 공기와 접촉시켜 맛을 부드럽게 하는 작업)이나 칠링(차갑게 식히는 것)까지 해줍니다. 이 모든 전문적인 서비스에 대한 봉사료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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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자릿세'의 개념입니다. 레스토랑의 주된 수입원 중 하나는 주류 판매입니다. 손님이 외부 와인을 가져오면 그만큼 식당의 주류 매출이 줄어들게 됩니다. 코키지는 이에 대한 일종의 보상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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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와인의 깊이를 느끼다


이제 정리해 볼까요? '코르크'는 와인의 숙성을 돕는 역사적인 '병마개'이고, '코키지'는 내가 가져간 와인을 레스토랑에서 즐기기 위해 지불하는 '서비스 요금'입니다.


다음에 와인병을 볼 때마다 수백 년 된 참나무의 숨결과, 돔 페리뇽 수사의 고민을 떠올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와인을 아는 만큼 더 깊은 맛이 느껴질 것입니다. 와인의 세계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역사와 문화가 얽힌 깊은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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