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에너지의 열쇠, 초전도 기술이 바꿀 세상

by 박정수

절대영도의 마법

상상해 보세요. 온도계가 -273°C를 가리키는 순간, 물질이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신합니다. 바로 '초전도' 현상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물리 현상이 아닙니다. 이것은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얻은 가장 경이로운 선물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구리나 알루미늄 같은 금속은 전기를 흘릴 때 저항이 생깁니다. 마치 물이 파이프를 통과할 때 마찰이 생기는 것처럼요. 이 저항 때문에 에너지가 열로 낭비됩니다. 한국의 송전선을 통해 서울로 보내지는 전기의 약 6~7%가 이렇게 사라집니다. 매년 수조 원대의 에너지가 공중으로 흩어지는 셈입니다.

그런데 극저온에서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특정 물질을 절대영도 근처로 냉각하면 전기 저항이 정확히 0이 됩니다. 이는 이론적 예측이 아닙니다. 실제로 측정 가능한 현상입니다. 초전도 상태의 금속 고리에 전류를 흘리면, 전원을 끊은 후에도 영원히 전류가 흐릅니다. 수십 년이 지나도 약해지지 않습니다. 이것이 저항 0의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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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부상열차, 미래가 떠오르다

2025년 현재, 당신이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이동할 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기 부상열차입니다. 이 열차는 바퀴가 없습니다. 레일 위에 떠 있습니다. 마치 영화 속 미래 도시의 교통처럼요.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초전도 자석입니다. 초전도 자석이 만드는 자기장은 일반 자석의 수십 배 강합니다. 이 강력한 자기장이 레일의 자석과 반발력을 일으키면서 열차 전체를 공중에 띄웁니다. 마찰이 없으므로 시속 500km 이상의 속도도 가능합니다.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2시간 반이 걸리던 거리를 1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것이 이미 현실이라는 점입니다. 일본은 2027년 도쿄-나고야 간 자기 부상열차 개통을 목표로 건설 중입니다. 한국의 인천공항 자기 부상열차는 이미 운영 중입니다. 미래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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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 기술의 숨겨진 세계

그런데 초전도 기술의 진정한 가치는 자기 부상열차에만 있지 않습니다. 당신이 병원에서 받는 MRI 검사도 초전도 기술의 산물입니다. MRI 기계 내부의 자석은 초전도 자석입니다. 이 자석이 만드는 자기장은 지구 자기장의 수만 배입니다. 이 강력한 자기장이 당신의 몸속 수소 원자를 정렬시켜 뇌와 장기의 상세한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의료 분야를 넘어 과학의 최전선에서도 초전도 기술은 필수입니다. 스위스의 CERN 연구소에 있는 대형강입자충돌기(LHC)는 초전도 자석 1,232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기계는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입자를 충돌시켜 우주의 기본 구조를 탐구합니다. 2012년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를 발견한 것도 이 초전도 기술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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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공태양, 초전도로 꿈을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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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장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한국이 KSTAR(한국형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초전도 기술입니다.

상상해 보세요. 태양의 중심부 온도는 1,500만 도입니다. 그곳에서 수소 원자들이 충돌하여 헬륨으로 변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이것이 핵융합입니다. 한국의 과학자들은 지구상에서 1억 도 이상의 플라스마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태양의 중심보다 6배 이상 뜨거운 환경을 지구에서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런데 이 1억 도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어떻게 가둘까요? 일반적인 용기는 녹아버립니다. 여기서 초전도 기술이 등장합니다. KSTAR의 초전도 자석들이 만드는 강력한 자기장이 플라스마를 마치 자기 병 속에 가두듯이 가둡니다. 저항이 0인 초전도 자석이 아니었다면 이것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엄청난 전력이 필요해서 경제적으로 불가능했을 테니까요.

2022년 한국의 KSTAR는 1억 도 이상의 플라스마를 30초 이상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세계 신기록입니다. 이 기록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이것은 인류가 무한 에너지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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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혁명의 시작

왜 이렇게 중요할까요? 현재 인류는 에너지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화석연료는 고갈되고 있고, 기후변화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태양광과 풍력은 훌륭하지만 간헐적입니다. 밤에는 태양광이 작동하지 않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풍력도 소용없습니다.

하지만 핵융합은 다릅니다. 수소 동위원소 1kg으로 석유 10톤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연료는 바다에 무한정 있습니다. 방사능 폐기물도 현저히 적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무한 청정에너지입니다.

한국과 EU는 ITER(국제핵융합실험로) 프로젝트를 통해 이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2040년대에는 상용 핵융합 발전소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때쯤이면 초전도 기술은 더욱 발전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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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미래는 극저온에서 시작된다

절대영도 근처의 극저온에서 일어나는 초전도 현상. 이것은 단순한 물리 현상이 아닙니다. 이것은 인류 문명의 다음 장을 여는 열쇠입니다. 자기 부상열차로 시작된 초전도 기술의 활용은 이제 의료, 과학, 그리고 에너지 분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이 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 우위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미래 에너지 시대의 리더십을 의미합니다. 2050년 탄소중립 시대, 에너지 고갈 시대를 맞이할 때, 초전도 기술과 핵융합이 인류를 구원할 것입니다.


극저온의 마법. 그것이 바꿀 세상을 상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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