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국계은행 경험 시리즈
저는 잦은 싱가포르와 홍콩으로의 출장 영향으로 샹그릴라, 콘래드, 리츠칼튼 등에서 숙박을 했었는데, 숙박에 대한 추억보다는 조식뷔페에서 먹던 오물릿(Omelette)에 대한 추억이 많습니다. 사실 오믈렛은 KATUSA근무시절 미군식당(Mess Hall, 짬밥식당이라고 불린다)에서 배웠는데, “Omelette with everything, please”라고 주문하거나 “Could I have an omelette with everything, please?”이라고 품격 있게 주문을 해야 하는데, 군인답게 “Omelette everything”이라고 주문을 한 것이 입에 배어 있었습니다. 참고로 프랑스 요리인 오믈렛은 스크램블(Scrambled eggs, 흰자와 노른자를 혼합해서 구운 전체가 노란색인 계란구이) 속에 치즈, 햄, 버섯, 양파, 시금치, 토마토 작게 썰은 속재료를 넣고 추가한 구운 계란 요리(정확하게는 미국식 오믈렛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친한 카투사 당번병이 계란 요리를 하면, “Omelette everything”을 무조건 주문하곤 했는데, 이 요리는 다른 계란요리보다 시간도 더 걸리고, 특히 스크램블 속에 속재료를 많이 넣으면 초보자가 김밥을 터뜨리듯이, 동그랗게 말기가 어려워서 몇 번을 다시 해야 하는 골탕을 먹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불만인 그 친구가 봐 달라고 눈빛을 보내면 "Sunny side up please"하는 등 미국식 계란 요리는 한국식 김치처럼 다양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반면에 호텔을 가면 많은 투숙객들이 오믈렛을 주문해서 인지 너무도 당연하고, 신속하게 그리고 멋지고 맛있는 날렵한 오믈렛을 만들어 주십니다.
특히 저는 각각 두 주간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심화과정을 받는 OJT를 다녀왔었는데, 특급호텔에서 장기투숙하며 아침 조식을 즐긴 좋은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싱가포르 출장 때마다 콘래드 호텔이나 리츠칼튼 호텔에 머물렀고, 아침이면 진한 커피를 무제한으로 리필해 주는 조식 라운지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콘래드 호텔의 조식은 다양한 아시아 요리와 함께 싱가포르 특유의 향신료가 은은하게 배어 있어, 아침부터 여행지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퇴근 후에는 현지 직원들과 함께 해산물로 대표식당인 점보 레스토랑(Jumbo Seafood)을 찾곤 했습니다. 바닷가 전망이 펼쳐진 테라스에서, 후추향이 강렬하게 퍼지는 페퍼 크랩, 통통한 싱가포르식 랍스터, 향긋한 드렁큰 프라운, 그리고 후식으로 즐긴 잘 익은 망고까지—그날의 피로가 싹 풀리는 순간들이었죠. 특히 페퍼 크랩의 진한 후추향은 지금도 문득 떠오를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홍콩 샹그릴라 호텔에서의 아침은 그야말로 ‘풍요’ 그 자체였습니다.
서양식, 아시아식, 그리고 정통 중국식까지—뷔페 테이블은 마치 미니 세계음식 박람회 같았죠. 그중에서도 저는 매일 아침 ‘오믈렛 everything’을 주문하곤 했습니다. 버섯, 햄, 양파, 피망, 치즈, 토마토… 조리대 앞에서 웃으며 반겨주던 주방장님은, 이틀쯤 지나자 제 얼굴만 봐도 “Same omelette today?” 하고 먼저 물어오셨죠. 작은 사치였지만, 그 시절 외국계 은행에 다니며 출장길에 올랐던 저에게는, 그런 기억들이 샹그릴라 호텔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퇴근 후 혼자 저녁을 먹을 때는, 공항에서 몇 개 사서 소중히 아끼던 팩 소주가 맛이 없어, 한 모금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채 버린 경험도 있었습니다. 출장 시절 가족들이 많이 보고 싶은 등 참으로 밤은 길고 무서웠던 날들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