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lison Lee Nov 25. 2021

공부를 잘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학교에 입학하고  스승의 , 엄마가 말씀하셨다.

이제부터는 매년 설과 추석, 스승의 날에

지난 담임 선생님들께 전화로라도 인사를 드리라고.

그러면서 엄마는 그때까지 간직하고 계시던

선생님 몇 분의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건네주셨다.


내가 투덜대거나 말거나

엄마는 내게 전화기를 쥐어주시고는

식탁 의자에 앉아 꼼짝도 않고

내가 도망가지도 못하게 끝까지 감시하셨는데

우리 엄마는 내가 공부할 때도 그런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버텨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 나는

일단 잠자코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휴대전화가 일반화된 시절이 아니었기에

여섯 자리, 혹은 일곱 자리의 전화번호들은

여러 번 전화를 걸어야만 통화로 연결되었는데

나는 별로 조잘조잘 수다 떠는 성격도 아니었던 데다

애초에 중학교 1학년 여자아이가

국민학교 때의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나눌 이야기가 무엇 그리 많았겠는가.


어느 학교에 다니고 있니,

잘 지내지,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니,

연락 줘서 고맙다, 뭐 그 정도의 5분도 안 될 통화.

 

그러기를 한 해 두 해,

여러 선생님들과 똑같이 반복되는 대화가 쌓여갔고

엄마의 감시가 사라질 무렵이 되자

그것은 이미 나의 습관이 되어서

명절이나 스승의 날 인사를 드리지 않으면

뭔가 숙제를 덜 한 듯한 찝찝한 마음이 들어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전화기를 들게 되었다.


선생님들은 한 분 두 분씩 은퇴를 하셨고

정보통신의 격변기를 통째로 겪은 시절인 까닭에

많은 선생님들의 연락처가 바뀌어 소식이 끊겼으며

전공의 시절과 몇 번의 출산 육아를 거치며

나의 불성실까지 더해진 탓에

죄송스럽게도 이제는 인사드릴 수 있는 분들이

많이 남지 않았지만

그 시절 수화기를 통해 전해 주시던

선생님들의 지혜로운 말씀과 덕담, 응원은

나에게 더 큰 기쁨과 복이었음이 아직도 생생히 느껴진다.


-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스승의 날을 아주 특별한 날로 기억시키려고 한다.

카네이션 한 송이, 커피 한 잔 드릴 수 없도록

보름 내내 ‘아무것도 보내시면 안 됩니다’ 메시지가

학교에서 지겹도록 오는 슬픈 시절이지만,

우리 아이들은 손편지를 쓰고,

색종이를 접어 카네이션 종이꽃을 만들고,

지난 담임 선생님들께 문자로 보낼 영상 인사를 찍는다.


-


사실 나는 이것을 내 아이들을 위해 시킨다.


선생님을 존경하지 못하는 학생은

학문을 사랑할 수도, 그 과정을 인내할 수도 없다.

학교를 안전하게 느끼지도 않으며

학교 생활을 안정감 있게 지속하기도 어렵다.


같은 내용의 수업을 같은 선생님께 들을지라도

선생님을 존경하는 학생과 선생님을 함부로 대하는 학생은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고

그 작은 하루하루의 차이가

아이들의 인생에 있어 큰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고 믿는다.


학습의 영역을 떠나 아이의 인성과 태도,

가치관과 비전에 이르기까지

‘존경할 만한 좋은 어른들’이 많다는 걸 보여 주어야

아이들도 스스로 좋은 어른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기에.


선생님을 믿으면,

그 선생님은 내 아이의 든든한 후원자가 된다.

선생님을 존경하면,

내 아이는 존경받을 만한 선생님의 제자가 된다.


그 단순한 사실을, 부모들이 알았으면 한다.

작가의 이전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