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행복하면 안 될 것 같은 마음들.

힐링 에세이

by 봄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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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괜찮다는 말이 어쩐지 더 낯설게 느껴진다.


누군가 괜찮다고 말하면,

되려 묻게 된다.


"진짜 괜찮아?"


그 물음 속에는

모두가 괜찮지 않은 삶을

버티고 있다는 침묵의 공감이 숨어 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힘들고, 지치고, 슬픈 감정에

익숙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제는,

누군가 "괜찮아."라고 말해도

왠지 덜 진심 같고

스스로 괜찮다고 말하는 일조차

어색해지고, 조심스러워진다.


별일 없이 웃고

큰 상처 없이 하루를 넘긴 날인데도

괜히 불안해진다.


이 평온이 끝나면

더 큰 불행이 다가오지 않을까.

그렇게 괜찮은 날조차

불안을 안고 살게 된다.


익숙함에서 벗어나면

스스로 불안을 끌어당기게 된다.

고요한 순간이 낯설고,

편안함이 도리어 긴장을 주는 날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가장 바랐던 하루는

거창한 무언가가 일어나는 날이 아니라

그저, 아무 일 없는 날이 아니었을까.


이를테면


회사에서 별일 없이 하루가 흘러가고

퇴근길 지하철에 내가 앉을자리가 있는 날.


휴대폰 배터리는 간당간당했지만,

충전기를 챙겨 왔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날.


점심시간, 평소 줄이 길던 식당이

어쩐 일인지 한산해서

맛있는 한 끼를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날.


오후엔 유난히 덜 피곤하고,

날카롭게 마음을 긁는 말도 없고,

누구에게 나를 괜히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날.


퇴근길 바람이 선선해 괜한 미소가 번지고

집에 돌아와 널어둔 빨래에서 볕 냄새가 살짝 풍겨오는 날.


"오늘도 무사히 잘 살았다."

하루 끝, 그런 말을 조용히 중얼거릴 수 있는 날.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았고,

나 자신에게도 너무 깐깐하지 않았던 하루.


크게 다치지 않았고, 마음도 조용했고,

잠깐 웃을 수 있었고, 심하게 지치진 않았다면

그 하루는 분명, 괜찮은 날이다.


그러니, 이제

이 조용한 괜찮음을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뻐도 되고, 설레어도 되고,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편안해도 괜찮다.


괜찮은 하루란 건

사실 우리 삶에

늘 조용히 머물러 있었다.


눈에 띄지 않았을 뿐,

그 평범함은 언제나

우리를 지켜주는 가장 든든한 바탕이었다.


그러니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평온한 하루들이

결코 작지 않고,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라는 걸.


우리는 어쩌면

그런 날들에 오래전부터

조용히 기대어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실은

오늘을 더없이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렇게,

괜찮은 게

정말 괜찮은 거라는 걸

부디 우리 모두가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로소 오늘을 무사히 통과한 우리에게

그만큼의 다정함은

충분히 자격이 있을 테니까.


당신에게도 이런 하루가 매일이 되어

작은 안도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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