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정답이 아팠던 너에게.

by 봄볕


얼마 전,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지인과 술잔을 기울일 때였다.

그가 예전에 업계에서 크게 성공한 CEO를 만나 들었던 조언이라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엔 그러시더라고요. 직원들이 얼마나 오래 다니는지를 보면,

그 회사가 어떤 곳인지 단 번에 알 수 있다고요.”


지인은 그 조언을 깊이 새기고,

직원들이 오래 머물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고 한다.

그런데 몇 년 뒤, 그 CEO는 전혀 다른 말을 꺼냈다고 한다.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하려면,

결국 고인 물인 직원은 과감하게 바꿔야 합니다.”


그 일화를 전해 듣고, 나는 잠시 멈칫했다.

정말 같은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맞는지

재차 물어볼 정도였다.

처음과 끝이 완벽하게 뒤집힌 그 조언 속에는

절대적인 기준이나 뚜렷한 정답 따위가 없었다.

결국 그때그때 자신의 상황에 맞춰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지극히 결과론적인 변명만 남아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 삶도 다르지 않았다.

나는 매일 정답 없는 길을 걷고 있다.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지,

내가 내린 선택이 훗날 후회로 남지는 않을지

매 순간 고민하고 머뭇거린다.

그런데 세상에는,

나보다 조금 더 먼저 걸어봤다는 이유로

대단한 정답을 쥐어주려는 사람들이 참 많다.

때로는 너무 성급하고 가볍게

내 삶에 조언이라는 돌멩이를 툭 던져놓고 가는 사람들.


그것이 아무리 좋은 의도였다고 해도,

진심 어린 걱정이 앞선 말이었다 해도,

그 무심한 돌팔매질이 만들어낸 파문과 혼란은

결국 홀로 남겨진 내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몫이 되고야 만다.


사실 누군가에게 길을 묻기 전부터

내 마음의 추는 이미 어느 한쪽으로 묵직하게 기울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단지 내 선택을 스스로 믿어줄 용기가 부족해

자꾸만 타인의 입을 빌려 안심하고 싶었을 뿐.

성공한 CEO도, 먼저 인생을 살아낸 어른도

그저 각자의 시간 속에서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타인에게 묻기를 멈추기로 했다.

조금 흔들리고 늦어지더라도,

타인의 그럴싸한 정답을 함부로 훔쳐 입지 않기로.

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에

하나뿐인 내 삶의 무게를 쉽게 내어주지 않기로.


내 인생이라는 수면 위에 일어나는 파동은

오직 내가 직접 던진 돌멩이로만 일렁이기를.


그렇게, 오롯이 나의 보폭으로 나아가길 바라며

나는 오늘도

내 삶에 가장 나다운 걸음을 힘껏 내디뎌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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