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기억의 온도와 바람

힐링에세이

by 봄볕


첫 이별을 겪고 돌아오던 버스 안.


눈물은 무너진 마음을 대변했고,

그날의 상처는 바람의 결과 공기의 온도,

그리고 버스 안을 감돌던 낯선 냄새로 내게 남았다.


사람들이 언제였느냐 묻는다면

날짜를 또렷이 떠올리지는 못한다.

그러나 몸이 기억하는 그날의 감각만큼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여전히 내 안에서 선명히 살아 숨 쉰다.


까마득히 흘러간 세월 속에서도

왜 그날의 마음만은

지금처럼 느껴질까.


몇 월 며칠, 몇 시 몇 분이라는 숫자로는

결코 붙잡을 수 없는 것들.

기억은 결국 몸과 마음에 새겨져

다시 오늘의 일처럼 되살아난다.


그래서 가끔은 생각한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나도

오늘처럼 기억될 수 있을지를.


무언가를 대단히 이루어낸 사람보다는,

무례함과 상처를 남긴 사람이기보다는,

그저 다정한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욕심을 조금 더해 본다면,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그래, 그분은 참 따뜻한 사람이었지."

하고 떠오르는 기억이었으면 싶다.


말없이 건넨 따뜻함,

불쑥 내민 위로,

잠깐 스쳐간 눈빛 하나에도

다시 떠올릴 때마다 미소가 지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아낸 삶이 아닐까.


앞으로의 시간들도

숫자와 이력으로만 남는 삶이 아니라,

마음에 닿는 장면처럼

고요히 오래, 소중한 이들에게 남고 싶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냈는지가

곧 나를 증명해 줄 수 있다면,

나는 그들의 마음속에서

하나의 장면처럼 오래도록 살고 싶다.


그리고 내게는,

그 사실이야말로

삶이 건네는 가장 따뜻한 선물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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