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

새우타령

by 최연수

첫 닭이 홰를 치는 꼭두새벽

단잠을 깨고 일어났건만,

동창을 열고 빼꼼히

내다보는 이 없네.


심술꾸러기 구름이 가려도

용쓰며 빛을 냈건만,

햇빛에 눈이 부셔

쳐다보는 이 없네.


어둑어둑 땅거미 내리는데

반짝 불 붙여보지만,

힘에 부쳐 이내 서산으로 떨어져

세상은 껌껌해졌네.




달 달 무슨 달/ 쟁반 같이 둥근 달....반달(윤극영), 낮에 나온 반달(윤석중 홍난파), 달맞이 가자(윤석중.홍난파), 둥근 달(윤석중.권길상)....이런 동요를 즐겁게 부르면서 자랐다. 그리고 교직에 있을 때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가르쳤다. 그런데 모두 보름달 아니면 반달이지 그믐달은 아니다. 한편 정월 대보름이나 추석 명절 달맞이도, 보름달이요 기도의 대상이기도 한다. 나도향의 수필(1925.조선문단) ‘그믐달’이 여성들의 애절함과 한스러움을 표현했는데, 다른 이의 글감이 된 것은 아직 보지 못했다.

누군가 베어 먹다가 버린 것 같은 작은 달이, 그나마 꿀잠에 취해 세 상이 고요한 새벽 3시 쯤 뜨게 되니 좀처럼 보기 힘든다. 게다가 햇빛이 눈부신 대낮에 있는 듯 없는 듯 중천을 떠돌다가, 황혼이면 이내 서산으로 지게 된다. 이렇게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도 않은데 무슨 주목을 끌었으랴.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그믐달을 안쓰럽게 눈여겨보게 된다. 아울러 이슬람 나라들의 월성기(月星旗)에 하필이면 그믐달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10대 때 망울졌던 문학의 꿈이, 신춘 문예 당선(1960 한국일보)으로 일찍 문단에 등단하여 한 송이 꽃을 피웠다. 이른 편이었다. 한편 20대 때 꾸었던 법관의 꿈도, 고등고시 예비고사 합격(1957)으로 남보다 먼저 본고사에 응시하게 되었다. 이렇게 일찍 단잠을 깨고 일어났다. 그러나 너무 일찍 웃자란 탓인지, 뒷심이 부족한 탓인지...때마침 불어닥친 태풍에 부딪치면서 모든 꿈들이 풍비박산(風飛雹散)이 되었다. 가물거리던 등불이 마지막 반짝 빛을 내다 꺼지듯, 느지막하게 신앙을 가지고, 그리스도의 빛을 반짝 반사해 보고자 하는데, 이미 황혼이 짙고 그믐달은 서산에 걸려있다.


난 왜 보름달로, 하다못해 반달로 태어나지 못하고, 이렇게 그믐달로 태어났을까? 사주팔자인가, 하나님의 섭리인가? 오스만 투르크가 최초로 사용한 월성기(月星旗)는 초승달로 그린다는 것이, 그만 그믐달로 잘 못 그려져 전해졌다니, 이것도 운명인가, 알라신의 섭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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