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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리공 Nov 29. 2015

신촌에서 만난 독수리 앞에서

자존감에 대한 단상

연대 후문을 지나쳤다. 학교 잠바를 입고 지나가는 이들이 보였다. 

취준생이라 그런지 오늘따라 그들의 독수리가 더욱 멋져 보였다.


학벌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될거라고, 두고보자고 자주 소리쳤다. 

심지가 약한 이들이 작은 바람에도 크게 반응하는 것처럼, 부러울 때 마다 크게 소리질렀다.

열등감을 느끼는 나를 혼내고 숨기기 급급했다. 여기저기서 들은 좋은 말들로 계속 나를 숨겼다. 


참 엄격하고 무책임했다.  


영성과 성숙은 속도전이 아니며, 억지로 성숙하려 하면 조로한다던 글선생님의 말이 생각났다.

그래. 뭐 부러운게 당연하지. 십수년을 학교에서 명문대 환타지만 듣고 살았는데. 

하루아침에 바뀌는게 더 이상하지. 


이젠 성숙하지 않은 내 모습도 감싸 안으려 한다.


나는 정말 특별하다. 지금 당장은 모르지만, 더 많은 열등감이 다가오겠지만, 그래도 나는 정말 특별하다. 

마음 속 깊은곳의 모든 열등감까지, 이 진리가 새겨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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