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소통의 중요성.
사람들이 싸울 때 꼭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다. 말이 자신의 의도대로 상대에게 전달되지 않을 때 오해는 시작된다. 그리고 이것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갈등이 생기고 마침내 문제가 터진다. 원만한 소통이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왜 나는 '아'라고 말하는데 상대는 '어'라고 듣는 걸까.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소통을 주제로 신입사원 교육을 했을 때였다. 2인 1조로 조를 짜고 위와 같이 특이한 도형 그림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한 사람은 손, 발짓 일체 없이 말로만 그림을 설명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그걸 듣고 그림을 그렸다.
처음에는 이걸 누가 못하냐고 생각했다. "직사각형에서 오른쪽 가운데가 좀 대각선 밑으로 튀어나오고 밑은 삼각형인데..."라는 식으로 나름 열심히 설명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조였던 이는 엉뚱한 그림을 그렸다. 다른 조도 거의 다 실패했다. 말이라는 건 너무나 쉽게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날이었다.
당시 그 교육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조가 한 곳 있었다. 어떻게 했냐고 물었다. 그는 아예 처음부터 도형을 그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하나하나 다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오른쪽으로 1cm쯤 긋고 90도 밑으로 다시 1cm쯤 긋고, 오른쪽 아래 방향인 시계 4시 방향으로 줄을 1cm쯤 긋고..." 이렇듯 그와 나의 설명은 달랐다. 그는 상대가 이 그림을 모른다는 것을 기억했다. 그래서 듣는 이의 입장에서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려고 했다. 선을 그어야 하는 길이와 정확한 방향을 명확한 수치로 표현하는 식으로 말이다.
지금 있는 곳에 입사하고 첫 기획서를 써서 디자이너 분께 넘긴 날이었다. 몇 번의 수정 끝에 서류를 완성시켜 제출을 했다. 그런데 막상 나온 것은 나의 의도와 다른 것이었다. 디자이너 분이 밤새 만들어 주신, 지금 당장 홍보용으로 뿌려야 하는 파일이 전혀 의외의 결과물이라니. 누가 사무실 불을 끄지도 않았는데 눈앞이 캄캄해졌다.
무엇을 잘못했는 지 곰곰이 되짚어보았다. 결국 전에 그림을 잘못 설명했을 때와 같은 이유였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 해서 상대도 아는 것이 아닌데, 이를 간과하고 자세한 이야기는 다 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말하는 나의 입장이 아니라, 듣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명확한 소통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어려울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가 무엇을 아는 지, 모르는 지 헷갈릴 때는 그냥 무조건 디테일하게 설명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누군가와 소통할 때는 항상 듣는 이의 입장에서 말하고 있는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넘긴 것은 없는가를 점검하려 한다. 그리고 헷갈리면 일단 무조건 자세히 말해야지. 귀찮게 아는 걸 자꾸 말하는 사람이 된대도 어쩔 수 없다. 여럿이 일하는 회사에서 의사전달부터 제대로 못하면 뭔들 다 소용이 있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