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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리공 Mar 11. 2018

마케팅 기술자 말고 마케터

마케팅 책읽기의 중요성

일한 지 2년하고 몇 개월이 지났다. 처음 1년 반 동안은 마케터보다 마케팅기술자에 가까웠다. 스타트업 특성 상 여러가지를 같이 하다 보니 다방면의 일을 했다. 광고운영, 보도자료쓰기, 데이터보기, 뉴스레터관리, 영업지원 등 다양한 기능이 얕고 넓게 발달했다. 그 중 하나도 제대로 못하면서 자신감만 하늘을 찔렀다. 마케팅기술자 자격증이란게 있다면 바로 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업에서 통하는 자격증이 없듯, 마케팅기술자인 내게도 한계가 왔다. 여러가지 툴을 다룰 줄 알고, 빠르게 글을 쓸 수 있었지만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일 앞에서는 다 부질없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 나는 또다시 기술을 배우러 다녔다. '생각 깊게 하는 방법' , '하루만에 전략마스터하기' 등.


역시 부질없었다. 마케팅처럼 정답이 없는 분야도 없는데 그 땐 몰랐다. 스스로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해 사이비 집회에 참석하는 광신도처럼 여기저기 배우러 다녔다. 들을 때는 분명 복음이었는데 다음 날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내용이었다. 좋은 강의도 있었지만 결국 내가 아무 생각 없이 가니 얻는 게 없었다.  



그렇군요 선생님



부끄럽게도 3년차가 된 올해 들어서야 마케팅 책을 읽기 시작했다. 특정 기술을 전수하는 책이 아니라, 마케팅 자체만 이야기하는 책 말이다. 대개 이런 책에는 뚜렷한 정답이 없다. 저자가 고민하며 답이라고 생각한 내용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것이야말로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이 사람은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지금 내 상황에서도 이런 접근을 해도 되는걸까. 저자가 말하는 걸 듣다가 질문도 하곤 한다. 여전히 책읽기는 재미없지만, 꼭 필요하다는 건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무림에서 하수는 근육을 키우고 고수는 내공을 쌓는다고 한다. 그동안 기술 배워 써먹는 눈앞의 재미에 빠졌다면, 이제는 진짜 내공을 기르고 싶다. 마케팅기술자 말고 마케터가 되길.-!


무림고수가 됩시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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