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랩(잔디), 아이디인큐(오픈서베이), 슬로워크(스티비)로 본 스타트업 B2B마케팅
스타트업에게 마케팅은 늘 중요하지만 어려운 과제입니다. B2B 마케팅이 필요한 곳은 더 난감합니다. 대부분 마케팅 인력이 없거나, 있어도 소수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B2B마케팅 전문가분들이 사례를 공유해주는 테헤란로 스터디클럽에 다녀왔습니다. 토스랩(잔디), 아이디인큐(오픈서베이), 슬로워크(스티비) 각각 서비스로도 이미 유명한 3사에서는 어떻게 B2B마케팅을 잘 했을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각 회사 마케팅 팀장님들의 가감없는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1) 토스랩(잔디) - 여인욱 팀장
잔디는 무려 8만 개의 기업과 팀이 사용하는 업무용 메신저다. 업계의 많은 이가 슬랙(slack)과 비교하는 메신저였다. 잔디는 이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아래 잔디 블로그의 글은(링크) 화제가 되었고, 이후 지금도 계속 성장중이다.
잔디는 주 고객군이 크게 <잔디를 사용하는 실무자>와 <도입을 검토하는 구매결정자(c레벨)>로 나뉜다. 처음에는 실무자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을 진행했다. 실무자들에게 먼저 잔디를 소개했을 때 바이럴 효과가 빠르게 나타났고 유저들도 학습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실무자이다 보니 무료를 원하는 유저가 많았고, 수익화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잔디는 당시 디스플레이 광고를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이를 통해 널리 알려지긴 했으나, 배너광고 소재에만 집중한 나머지 렌딩페이지에 소홀했다. 광고 소재만큼 중요한 건, 유입된 유저가 특정 행동을 하도록 동선과 화면을 고민하는 것이다.
잔디가 널리 알려질수록 마케팅보다 인바운드 세일즈로 유입된 유저의 전환율이 더 높았다. 그래서 잔디는 전체적인 톤앤매너를 실무자에서 경영자 타겟으로 변경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국내 대표 업무용 메신저, 1위" 이런 키워드로 브랜딩을 했다.
잔디는 고객 설득을 위한 콘텐츠 개발에도 최선을 다했다. <업무용 메신저>, <사내 메신저> 같은 주요 키워드를 공략하는 콘텐츠(SEO)로 고객에게 다가가며, 동시에 의사결정권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어필하기 위한 PR도 지속했다.
2) 오픈서베이 - 서혜은 팀장
오픈서베이는 트렌드리포트를 제공하는 리서치 기업이다. (참고로 오픈서베이 뉴스레터는 정말 좋다. 꼭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자료의 질이 좋아 당연히 오래된 기업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스타트업인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리서치 시장은 다소 보수적인 편이라 오픈서베이는 언론 홍보부터 시작했다. 당시 주로 PR하던 포인트가 <26세의 젊은 대표>, <소프트뱅크 투자유치> 였다고 한다. 확실히 초반에는 우리 회사만의 어떤 점을 빨리 어필할 수 있을지 스토리, 채널 고민이 필수다.
오픈서베이는 초반에 이용사례를 통한 홍보를 많이 했다. 고객사 중 이름만 들어도 아는 곳을 주로 언급하며 홍보를 진행했다. 회사가 시작된 지 3년이 지날 때부터는 이메일 마케팅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이메일 마케팅은 돈이 많이 들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고객과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오픈서베이는 세일즈팀-마케팅팀 간의 호흡이 매우 좋다. 세일즈팀이 고객관계와 딜클로징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세일즈팀과 함께 고객경험을 관리하고 있다. 마케팅이 주로 세일즈 파이프라인의 앞단계에서 다양한 정보와 니즈를 수집해 세일즈에 넘긴다. 또한 홍보메일에 반응하는 유저만 별도로 취합해 세일즈 쪽에 넘기기도 한다. 이처럼 B2B마케팅에서는 세일즈와 마케팅 간 유기적인 협업이 필수다.
3) 스티비 - 임호열 팀장
스티비는 누구나 손쉽게 마케팅 이메일을 제작할 수 있게 돕는 툴이다. 국내의 많은 이메일 발송 시스템이 디자이너나 퍼블리셔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티비를 쓰면 클릭 몇 번으로 어느정도 완성된 형태의 마케팅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
스티비는 이메일 마케팅 강의를 많이 하며 자사를 알렸다. 또한 이메일 마케팅 관련 콘텐츠도 지속적으로 배포했다. 덕분에 베타서비스 시작 전부터 국내에서 이메일 마케팅 전문가 집단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서비스가 오픈되자마자 자사 뉴스레터 구독자 수가 350명에서 1500명으로 늘었다. 이 고객들을 통해 필요한 반응을 확인도 하고, 새로운 기능을 알리기도 했다.
지금도 스티비는 오픈애즈, 아이보스와 같은 마케팅 종사자들이 모일 만한 곳에서 이메일마케팅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적합한 채널과 전문성있는 콘텐츠는 브랜딩과 홍보에 매우 유용하다 .
위 3사에서 말한 스타트업 B2B마케팅 인사이트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세일즈 팀과의 협업은 매우 중요하다. 고객 경험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2) 지속적인 소통이 중요한 B2B에서 이메일 마케팅은 필수!
3) 자사 전문성을 알리는 콘텐츠와 자사 브랜딩에 필요한 PR, 이 두 가지를 잘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