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들어선 길에서
좌절의 저녁을 넘기고 아침이 되었다. 비가 왔지만 조금 가다 보니 다시 해가 뜨기 시작했다. 구미에서부터는 내내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있어 좋았다. 아무래도 자동차나 사람과 함께 달리는 길 보다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훨씬 마음 편하다.
그래서 남은 여행 동안에는 자전거 전용도로로만 달리는 코스를 계획했다. 이대로만 가면 매우 성공적인 여행이 되겠구나. 경치를 즐기며 페달링을 했다.
하지만 인생이 계획대로 되면 인생인가. 다음 지도만 믿고 내려가던 중에 뜻밖의 난관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도에서 알려준 자전거 전용도로 추천코스가 고령 이후로는 '4대강 자전거길' 이 아니라 '법적으로 자전거를 타도 되는 도로' 였다.
당황하긴 했으나 나쁘지 않았다. 시골 동네를 가로질러 오니 마을 구경, 사람 구경을 할 수 있어 좋았다. 허름한 건물, 쌍화차 파는 다방, 농사 짓는 어르신들까지. 마음같아서는 다방에 들어가 구경도 하고싶었지만 뭔가 포스가 중년이하 출입금지라서 그냥 지나쳤다. 잘못 든 길이라도 인생에서 다 의미가 있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여기까지는.